우당탕탕 프랑스 체험기

본격 저품격 첫 배낭여행 시-리즈 1

by Zoe

눈가에 점이 있었다.

엄마는 눈물점이라며 내가 툭하면 우는 게 점 때문이라 했다.

나는 마음에 들었는데, 엄마의 설득으로 고등학생 때 점을 뺐다.

뭐...... 그다지 효과는 없는 것 같다.

왜냐면 지금도 툭하면 울거든.


나는 무조건 파리를 가야 했다.

우리 집에서는 비행기가 자주 보였다. 아마 인천공항 가까이에서 살아서 그럴 것이다.

아침에 학교를 갈 때도, 야자가 끝나고 집에 올 때도, 심지어 시험기간 독서실에서 오는 야심한 새벽에도 보였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학생 시절 비행기를 볼 때마다 나는 기필코 파리를 가야겠고 생각했다.


10살 때부터 명절날 친척들에게 받은 코 묻은 용돈을 모은 130여 만원의 돈이 있었고,

1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150여 만원의 돈을 모았다.

그 돈들을 싹싹 긁어모아 딱 280만 원을 들고

21살 1월. 보름간 혼자 프랑스로 갔다.


모든 게 "처음 "이었고, "혼자"였다.

여권도 처음 만들었고, (여권 사진은 충격적으로 나온 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행기도 처음 타봤다.(어렸을 때 일본을 가봤으나 너무 어렸을 때라 기억조차 잘 안 난다.)

사실 여행 준비를 하면서 오천 번 정도 때려치울까? 고민했다.

숙소 예약이며, 교통편 예약이며 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게다가 여행 직전에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이 터지며 전 유럽이 긴장상태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도 대단하지만 엄마 아빠도 대단하지....... 거길 21살 (만으로 19살이었다.) 짜리 애를 보내다니!!!!


그렇지만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명치께 가 기분 좋게 간질간질하다.

이른 아침 인천공항에서 커피를 마시며 비행기를 기다리던 그 설렘.

세상 불편했던 저가항공 좌석과 맛없던 기내식조차 설레었다.

홀로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 내렸을 때의 긴장감과 두근거림.

샛노란 파리 공항 철도와 방향제, 향수, 데오드란트 냄새.

어두운 파리 거리들과 멀리서 보이는 에펠탑.

서늘하고 축축한 1월 파리의 겨울.

모든 게 마냥 좋았지.


눈물 젖은 크림 브륄레를 먹을 때까지.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너무 좋았지만,

객관적으로 1월의 파리는 여행하기 좋지 않다.

우선 비가 온다. 건조한 우리나라 겨울과 달리 축축하다.

그리고 해가 늦게 떠서 일찍 진다. 즉. 하루 종일 어둡고 습하고 춥다.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더불어 여행 첫날 초보 여행자답게 길도 잃었고, 카메라며 안내책자며 짐도 무거웠다.

오전을 정신없이 보내고 한 3시쯤 되니까 그제야 배가 고프고 힘이 들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점심을 먹으러 식당을 갔는데,

쫓겨났다.


사실은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브레이크 타임이 꽤 흔하지만, 그때만 해도 거의 없었다.

식당에서 쫓겨나다니, 21살 초보 배낭 여행러는 이런 작은 것에도 마음이 아파부러......

브레이크 타임에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밥을 못 먹는 것도 서러운데,

시크한 종업원들의 말투며 표정,

그 속에서 뻘쭘하게 식당을 나오는 내 모습이 너무 비참했다.

한 세 군데 정도의 식당이 브레이크 타임이라며 나가라고 했다.

날은 춥고, 가방은 무겁고, 다리는 아프고, 배는 고프고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내가 여기까지 와서 이 고생을 하나 싶었다.


그렇게 한 시간 넘게 NO BREAK TIME 간판만 찾아 헤맸다.

그렇게 들어간 아무 식당에서 아무 와인과 아무 오리 스테이크를 시켰다.

세상에.

너무 맛있었다.

나 심지어 오리 안 좋아하는데,

내가 먹어본 오리 고기 중에 제일 맛있었다.(지금도 그 맛을 잊지 못해.)

그때부터 울먹울먹 거리기 시작했는데,

후식으로 크림 브륄레가 나오자 아주 펑펑 울어버렸다.

너무 울어서 식당 종업원이랑 주방 요리사가 나와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식당 직원 분들도 얼마나 당황했을까 싶다.

웬 조그만 어린 동양인 여자애가 혼자 식당에 들어와 밥 먹다가 펑펑 우니까.

구구절절 말은 못 했고, 그냥 "흙... 흐규.... 흐엉..... 잇.. 흑흑... 소... 딜ㄹ리.. 셔스.... 끄억....."

이랬다.

조금 민폐였던 것 같기도...... 나름 조용히 울었는데......

죄송합니다.


처음으로 먼 타지에서 엄마도 친구도 없이 생고생을 하다가 따뜻한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까

괜히 눈물이 났나 보다.

그래도 저렇게까지 서럽게 울 일은 아니었는데.

아니면 눈물점을 뺀 게 아무 효과도 없었는지도.

엄마는 눈물점 때문에 울 일이 많이 생겨서 많이 우는 거랬는데,

크림 브륄레 하나에도 울어버리니, 울 일 없어도 그냥 잘 우는 거 같다.

그래도 다음부터는 브레이크 타임을 고려해서 식당을 가거나, 브레이크 타임 걸리면 패스트푸드로 때우는 요령이 생겼다.

아직도 크림 브륄레 하면 그때 눈물 젖은 브륄레가 생각난다.

파리 가고 싶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파리 사실 엄청 인기 없는 여행지인데,

달고 고소하고 겉은 바삭하고 속은 크리미한 크림 브륄레가 자꾸 생각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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