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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헤두안나 Jan 13. 2024

세 모녀의 고군분투 생존기

12화,  일상 - 사회적 지지

조용한 한 주가 가고 있습니다. 일상을 지켜낼 수 있는 것에 감사합니다.


작은 아이는 관리형 독서실에 적응하느라 많이 힘듭니다. 예상한대로 자신의 몸을 통제당하면서 정신을 붙잡아 놓는 것이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잘 버티고 있습니다. 늦은 시간 지쳐 들어온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2월에 나올 수능 특강 교재 표지를 놓고 언니와 동생은 의견일치를 합니다. 이번 표지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는 디자인이라네요. 아이들에게는 이 또한 중요한 모양입니다. 아무튼 과목별로 예약주문을 완료했습니다.


공부에 집중하고 있는 큰딸 아이를 엄마인 제가 살살 꾀어냈습니다. 같은 공간(집)에 있지만 서로 몰두하다 보면 식사시간과 쉬는 시간에만 만납니다. 문득 일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바쁜 남편과 독서실에 있는 작은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두 모녀만의 시간도 소중하니까요. 


동태탕 맛집으로 향했습니다. 이렇게 추울 때는 따뜻한 국물이 최고입니다. 순전히 저를 위한 픽이었지만, 괜찮습니다. 2차로 아이가 좋아하는 시원한 맥주 집으로 갈 테니까요. 어! 그런데 26살 우리 딸, 주민등록증을 보여 달라네요. 남자친구를 만날 때면 둘 다 민증 검사를 당한다고 해서 거짓말이라고 놀렸거든요. 그런데 사실이더라구요. 이건 아마 저를 닮은 모양입니다. 지금은 어림도 없지만 옛날에 저도 동안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아이가 핸드폰을 보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을 합니다. 2024년도 경찰 채용인원이 발표 되었습니다. 남자 경찰 인원은 900명 늘어난 것에 비해 여경은 30명 줄었습니다. 잠시 침울한 표정이던 아이는 다시 밝아집니다. 목표로 하고 있는 3월 채용인원은 50명 늘었다고 말이지요.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에 감탄합니다. 다행입니다. 이제 무조건 서울청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지역을 선택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이 또한 행복한 일상입니다.


이번 방학에 저는 셀프 고립을 한다고 선언했습니다. 글도 써야 하고 논문과 계획서에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여의치 않네요. 


우선 보고 싶은 지인을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대학원 동기인 지인은 현재 루마니아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방송작가를 하다 이제는 웹소설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방학 때도 유럽 이곳저곳을 여행하느라 잘 들어오지 않는 친구입니다. 이번에는 짧은 크리스마스 방학을 이용해 들어왔다고 하네요. 아마도 향수병에 걸린 모양입니다. 


무려 4시간 가까이 수다를 떨었습니다. 우리는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교수님들 뒷담화부터 공부하던 시절의 에피소드까지 끊임없는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글을 쓰면서 자신의 삶을 멋있게 개척해 가는 그녀가 부럽습니다. 저에게는 다음 생애나 꿈꿔볼 수 있는 삶이겠지요. 소중한 이와의 만남 역시 제게는 행복한 일상입니다.


오늘은 조카 재롱잔치에 다녀왔습니다. 막내 동생 아들입니다. 엊그저께 태어난 것 같은데 벌써 유치원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정말 새로웠습니다. 고3 작은 아이도 이곳에서 재롱잔치를 했습니다. 그 때 기억이 겹쳐지면서 감회가 새롭더군요. 정확히 두 아이가 띠 동갑이니 벌써 12년 전 일입니다. 당시 무대 위에 있는 아이를 보면서 감동에 겨워 눈물을 흘리고 대견해 하던 추억이 겹쳐집니다. 


사회자가 그러더군요. 5살은 연습생, 6살은 데뷔 초년생, 7살은 원로가수 폼이라고 말이지요. 딱 맞는 말입니다. 무려 7살 원로가수인 우리 조카는 그 중에서 얼굴도 제일 잘생기고 키도 커서(제 눈에 보이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눈에 띕니다. 가장 잘하고 열심히 합니다. 무대 위에서 객석에 있는 우리를 보며 손을 흔들기도 합니다. 어디서 저런 여유가 생겼는지, 고모에게 감동과 행복을 선사합니다. 


 ‘진짜사나이’ 노래에 맞추어 군복을 입고 나와 춤을 추었습니다. 총(장난감)을 들고 유격훈련 비슷한 동작을 하면서 덤블링도 하더군요. 폼이 좋아 잔뜩 기대를 했는데 어라 이게 뭘까요? 반쪽자리 덤블링이네요. 주책바가지 고모는 그 모습도 귀엽고 예쁩니다. 아이는 스스로 대견했나봅니다. 뭘 제일 잘한 것 같냐고 물으니 덤블링이라고 해서 어른들이 한참을 웃었네요. 확실한 것은, 운동에는 소질이 없지만 아이돌로 키워도 될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누나들이 바빠서 함께 하지 못했지만, 누나들은 영상을 보면서 흐뭇해했습니다. 


아마 이 아이도 누나들이 걷고 있는 길을 걸어가야겠지요. 물론 그 길이 꽃길만 될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도 아이들 곁에 든든한 지원군 엄마 아빠(막내 동생과 올캐)가 있으니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서적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수 조건 중 하나는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입니다. 이는 개인이 삶을 지탱하도록 돕는 심리적 또는 물질적 지원을 말합니다. 친밀감, 인정과 애정, 소속감, 돌봄과 보살핌, 정보 제공, 물질적 도움과 지원 등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지지는 개인의 자존감과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를 위한 원천의 중심은 바로 가족입니다.  든든한 사회적 지지가 토대가 된다면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든든한 사회적 지지가 되기 위해 세상 모든 엄마, 아빠는 오늘도 고군분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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