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김 부장의 첫 집 첫 인테리어
철거/파괴 신호탄이 열리기 전에 레이아웃, 자재, 인건비, 공사일정 든 많은 부분이 결정되고 시작된다. 하지만 인생사 녹록하지 않고 인테리어사 절대 쉽게 끝나지 않는 걸까.
공사가 시작되기 전 생기는 일이긴 하나,
"견적서는 살아있는 생물체다"
"그는 변한다. 변할 수 있다"
라고 마음먹는 것이 편하다. '협상'의 과정에서 제안되는 대략의 견적 수준은 단어 그대로 '대략 견적'이다. 당연지사 현장 실측을 거치면 바뀔 가능성이 높아진다. 제 아무리 과학적인 '사전 설계'가 수반되어도 '현장 검증'을 거치면 과거의 견적은 시원하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경험을 맛보게 된다.
이때 준비할 것은 '돈', '강심장' 뿐이다. 미리 흔들리지 않는 편안한 마음과 지갑의 여유를 생각해 두고서 플랜을 짜 두는 것이 좋다. 우리의 예산 한도가 현장 실측 전 형성된 견적과 동일한 수준이면 안된다. 조금 낮은 견적을 선택해야만 우리의 버퍼가 견뎌낼 수 있다.
실측 후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 2D 건축 도면 만으로는 알 수 없는 현장의 3D 상태 때문 아니겠는가. 막상 보면 크기와 너비가 달라 자재와 과업이 증가되면 비용은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잘잘못을 검증하거나 문제 회피를 선택해도 되지만 '이런 일이 생길 수 도 있어'라고 소화해낼 수 있는 강심장이 최우선이다!
파 해치면 예상 못한 것들이 불쑥 튀어나온다고 했다. 실제로 그러했다. 철거를 해야 했던 가벽 속에는 이제 취급하지 않는 폐기물이 있어서 폐기물 처리 비용이 추가로 발생했고, 천장은 위치별로 높낮이가 각양각색이었다. 예상 못한 폐기물과의 싸움이 시작됐고 현장은 수평을 맞추는 끝없는 싸움이 계속됐다. 바닥 또한 단차가 나는 곳이 허다했다. 현장은 역시 달랐다. 녹록지 않았다.
실측하면서 뜨억하게 된 녀석, 바로 열 분배기였다. 기존 집 레이아웃에서는 구조상 구석진 위치에 배치된 기계였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우리가 만들어야 할 집에서는 텅 빈 공간에 훤히 드러나있는 위치였다. 무조건 이설이 필요했다.
잘, 안전하게 이설 하면 해결될 수 있는 일반적인 공사 항목에 해당됐지만, 막상 철거해보니 이 녀석의 엽기적인 모양새가 공개됐다. 엽기적인 크기의 분배기가 드러났다. 대부분의 분배기는 1층/2층 형태로 가로폭이 짧게 만들어지는데, 이 녀석은 넓은 미국 네바다 주 사막에 지어진 큰 마트 건물처럼 1층짜리에 길쭉한 모양새였다.
결국, 둘째 방이 작아졌다. 원래는 화장실 문 뒤 틈 사이에 배치하려 했던 계획은 백지화됐다. 크기 때문에 이동이 불가해 졌고 결국에는 딸 방구석으로 들어가게 됐다.
사실, 딸이 아직 어려서 말 못 하는 것 일 뿐. 또는, 아직은 추운 겨울을 Full Time으로 지내보지 않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는데, 불편하지 않게 사용하고는 있으나 따님께서 인지를 하고 불만이 터져 나오면 와이프와 약속했다.
"우리가 저 방을 쓰고, 안방을 내 주자"
공사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에는 도매와 바닥재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온다.
문제는 '조각' 사이즈의 샘플. 20cm 크기 수준으로 재단되어 있는 샘플 조각을 보고서 집 전체의 느낌을 상상해야 하는 고통이 뒤따른다. 조각 단면으로 봤을 때는 분명 예뻤던 마루였는데 막상 바닥에 설치해 보면 색감과 느낌이 달라질 수 있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고, 은은한 색상이 들어간 벽지가 조각 샘플로 볼 때는 예뻐 보이는데 막상 도배를 하고 나면 촌스럽고 어중간한 느낌의 모양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아, 그래서 어쩌라고..?'
방법은 세 가지.
(1) 인터넷에서 샘플 시공 사진을 미친 듯이 찾아보는 방법
(2) 해당 자재를 사용한 집이 직접 찾아가 보는 것
(3) PPT (파워포인트)에 조각 이미지를 복사/붙여 넣기/붙여 넣기로 느낌을 보는 방법이 이다.
3번 방법의 경우 벽지 색상과 마루 자재 간의 조합도 마음껏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는 실장님을 졸라 공사 중인 집을 방문했고, 그곳에서 본 마루와, 벽지를 선택을 했다!
실용성과 심미성은 인테리어 과정에서 항상 다툼이 발생한다. 예쁘게 꾸미는 것을 더 중요시할지, 실용적인 동선과 마감을 선택할지 항상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늘 심미성이 승리! 어찌 살아보지 못한 상상 속의 실용적 공간이 눈에 보이는 심미적인 요소를 쉽게 이길 수 있겠는가.
가구에 인테리어 필름을 선택할 경우에도 잔잔한 무늬의 필름을 선택할 각오였으나, 샘플 샵 방문 후에는 현장에서 더 좋고 예쁜 자재를 선택하게 되더라! 수십만 원 더 out.
패션의 완성은 신발, 예쁨의 완성은 결국 얼굴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지만, 인테리어의 완성은 가구다. 논란의 여지없이 가구가 인테리어를 완성한다! (라고 생각이 든다)
가구를 고르는 여정도 다사다난의 응집체. 쇼파를 보러 수도권을 돌아다닌 샵은 도대체 몇 곳이고, 서재 책상을 고르기 위해 돌아다닌 인터넷 세상은 몇 만리가 되는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멋진 책상에서 의자 없이 서서 책을 볼 것인가? 그와 어울리는 의자를 찾는 일도 보통일이 아니었다. '의자 시장'이 그렇게 거대한지 몰랐고, 마음에 드는 의자는 왜들 그리도 모두 비싼 가격 태그가 붙어 있던지 가구 선택에 있어서도 지갑은 자꾸만 '어서 와!' 인사를 건넸다.
또, 부엌에서는 교자상을 펼치고 앉아서 식사를 할 것 인가? 식탁을 찾아 삼만리를 돌아다니는 것은 다반사였고, 계획적인 가구 쇼핑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간택된 식탁은 우연히 방문한 일산 어느 곳의 한 매장에서 '그래 비싸지만 바로 너다!'를 외치며 고른 녀석이었으니, 가구를 위한 버퍼 마련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