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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Jul 08. 2022

공사가 시작된다, 고민이 끝났을까?

40대 김 부장의 첫 집 첫 인테리어

인테리어 공사가 시작된다. 

뭐지, 늪에 빠져드는 이 기분?

예상 못한 여러 일이 생겨난다.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다. 

모두가 지갑을 활짝 열면 해결될 수 있는 일 들이다. 

괜찮다. 나는 괜찮다. 

하지만,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꼬?


텅텅 빈 지갑, 출처 = unsplash.com


공사할 집 설계를 마치면 현장을 방문한다. 세입자가 계시다면 어렵게 어렵게 허락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방문할 때 줄자는 내 친구, 카메라는 내 보물! 여기저기 꼼꼼하게 길이를 재고 실측을 한다. 실측 과정은 단순하게 선, 면의 길이를 재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새롭게 만들기로 한 공간을 상상해야 하는 것은 필수다. 그 공간이 위치할 부분의 구조적인 부분도 철저하게 점검을 해야 한다.


"어? 이쪽 방에 붙박이 장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오잉? 그러네요. 없네요. "

"분명 다른 집 구경할 때는 있었고 부동산에서 준 도면에도 있었는데..."


실측 과정에서는 당황스러운 일이 계속된다. 분명 붙박이 장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던 위치에는 붙박이 장 따위는 없었다. 감쪽같이 사라진 것일까? 민망함은 덤이다. 이런 경우 실장님께서 힘들게 설계해 주셨던 붙박이장 꾸밈 아이템은 시원하게 삭제된다. 배정했던 예산도 삭제된다.  그만큼 실측은 인테리어 과정에서 정말 중요한 작업이다. 아직 입주를 하지 않아서 세입자가 살고 계신 집이라면 한정된 시간 내에 더더욱 긴장 속에서 실측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런 경우 사진도 마음 놓고 찍을 수 없다.  


부수고 깨뜨리고 새롭게 만들어야 할 텅 빈 우리 집


실측 과정이 끝나면 며칠 뒤 실장님으로부터 자료가 날아온다. 조율된 공정 범위, 최종 견적서가 담긴 파일이다. 금액이 증액될 수도 있고 감액될 수도 있다. 최종 '소비자 가격'이 담긴 결과지를 손에 쥐게 되는 순간인 것이다. 마음에 들면 'Go!'. 몇 가지 최종 조율을 거치면 드디어 계약이 이루어진다.  시뻘건 붉은 잉크가 묻은 도장 자국이 계약서 여기저기에 찍히게 된다. 


그 뒤로는 시작이다. 공사 날짜가 되면 우르르 인부들이 몰려온다. 쿵쾅쿵쾅 모든 것이 부서지고 뜯기며 가루가 된다. 공사를 알리는 요란한 신호인 것이다. 


다 뜯긴다. 튼튼한 철 기둥은 잘려 나간다. 바람을 막던 창문은 내팽개쳐 진다. 욕조는 내버려진다.




공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고민이 끝났다는 신호탄일까?


요란한 철거 소리는 집주인에게 있어서 선택/설계 등의 고민과 걱정의 시간이 끝나고 완성된 집을 상상하는 시간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이다. 많은 부분, 어쩌면 대 부분을 현장 총괄 책임자에게 일임하면 남는 것은 시간뿐이라 믿게 된다. 


하지만 누가 그런 뻥을 쳤는가? 역시나 세상사는 변수와의 싸움이다.

예쁜 상상으로 가득 찼을 줄만 알았던 시간은 또다시 이성적인 생각과 Dry 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재미없는 시간으로 바뀐다. 어쩌면 변한 게 하나 없는 시간이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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