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김 부장의 첫 집 첫 인테리어
"엉엉엉..."
"훌쩍훌쩍"
한 때 결혼해서 내 첫 집을 마련하게 되면 잔뜩 뜨거운 눈물을 흘릴 줄 알았다. 와이프를 부둥켜 앉고서 서로의 첫 집임을 뜨겁게 실감하고 눈물 닦아 주는 모습을 상상했었다. 드라마 찍는 주연 배우인 마냥.
공사 중이던 멋진 집의 모습은 거의 매일 염탐했고 어느 누구라도 현장에 가보지 못한 날에는 현장 사진을 공유했기 때문에 진짜 새 집에 기쁘게 입주하는 느낌 따위는 크게 없었다. 그저, 한정된 시간 내에 티끌의 허점 하나라도 잡아 보겠노라고 정신 나간 사람 같았다. 몇 시간 뒤에는 잔금을 내 보내야 하는 책임감 때문이었을까.
"시간 없으니깐 빨리 점검하자"
"내가 안방 본다. 당신이 부엌부터 봐"
"이게.. 뭐지? 괜찮은 건가?"
"당신이 한번 실장님께 이야기해봐"
약간씩의 인테리어 필름지 마감이 어긋나는 것 들을 기필코 찾아내고 말지만,
"네 사장님, 그거는 실리콘 마감 치면 안 보이고 단단하게 붙는 위치랍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되어요"
'뭐지, 이 완벽한 느낌은..?'
어떤 방법이 좋은 방법인지 모르겠다. 인테리어 하시는 실장님들께 여쭤 보고 싶기도 하다.
ㅇ 중간중간 점검하고, 필요한 것들 그때그때 요청 하기
ㅇ 믿고 맡기고, 마지막에 풀 점검하기.
극성 변태 고객 코스프레하면서 전자의 방법을 택했지만, 공사를 마치고 실제 입주까지 시간이 넉넉하다면 후자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다만 벽지에 풀칠해 두고서 다시 뜯고 고쳐 달라는 것은 극성을 넘어선 진상 고객이 되는 지름길일 테니 전자의 방법을 정중하게 추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특히, 공사 과정에 의논하고 변경해야 할 변수가 단 한 가지도 없다는 것은 오히려 이상한 것이라 의심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끝. 공사가 끝났다. 아슬아슬 단 하루의 여유 시간도 없이 끝났다. 집이 여물기도 전에 내일은 창고에 묵혀뒀던 이사 짐이 쏟아져 들어오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