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끝났다
여행을 떠나야 겠다는 마음을 먹게한 사진 한장
오늘은 2018년 7월 15일 일요일 오후. 한국에 돌아온 날.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다시 돌아온 인천공항은 먼지로 가득하다. 그리고 덥다. 불현듯 시애틀에서 느꼈던 산들바람이 그립다.
그리워 한들, 여기는 한국이고, 한국은 지금 덥다. 이런 더위와 습도 속에서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오늘은 하필, 서울시 기상관측 이래 111년 만에 최고 더위가 시작된 날이기도 하다.
시애틀의 선선함을 찾아 '피서'를 갔다가, 마치 서울로 '피한'을 온 기분이다. 묘하다.
2018년 7월 16일 월요일 오전. 귀국 후 바로 다음 날.
오늘은 월요일 아침.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회사에 출근한다. 이른 아침 문밖을 나서니 갑자기 바뀐 날씨에 적응이 안된다. 등 뒤로는 땀이 주르륵 흐른다. 그런데 여느 월요일 아침 출근 때와는 다르게 몸이 가볍다.
오후 3시경이 되니 죽겠다. 브라이스 캐년 국립공원 밤하늘에서 쏟아지던 별처럼, 내 눈앞에 졸음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견딜 수가 없을 정도다.
어떻게 견뎠는지 모를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흘러 퇴근시간이 되었다. 밖을 나가니 아직 환하다. 그런데 내 몸 시계는 이미 새벽 2시를 넘었다. 광화문 길바닥에 몸을 눕히고 기어가야지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택시를 탔다. 재빠르게 집에 가보니 예상했던 대로 함께 여행을 다녀온 아들 녀석은 이미 깊은 꿈나라 속에 가있다. 새삼 유치원생이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이 녀석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견뎌 냈을지, 아버지께서는 어떻게 하루를 지내셨을지 궁금해서 연락이라도 드리려는 찰나, 이미 나는 침대 위 꿈나라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술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는데 시체처럼 잠들어 보기는 처음 같다.
2018년 7월 18일 수요일 밤. 한국에 돌아온 지 4일 차.
4일 차가 되니, 퇴근 후 정신을 잃어버리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견딜만하다. 며칠간 잃어버렸던 퇴근 후의 시간을 조금씩 억지로 되찾아 냈다. 그리하여도, 졸음은 여전히 코 앞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다.
초인적인 힘으로 정신을 차리고 PC를 켰다. USB 포트에 카메라와 휴대폰을 차례대로 연결하고, 미국에서 찍어온 사진을 PC에 쏟아버리듯 옮겨 담았다.
PC에 정상적으로 저장이 됐을까? 확인이라도 해보고 싶었으나, 눈 떠보니 나는 안방 침대 위요, 이미 출근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었다.
2018년 7월 19일 목요일. 귀국 5일 차. '출간' 목표가 생기다.
여전히 시차가 '미국향(向)'이다. 아직까지는 아침 출근길 심신이 가볍기 때문이다.
퇴근하고 집에 와보니 역시나 아들 녀석은 일찍 꿈나라로 떠났다. 나 역시도 피곤하다. 하지만 버티고 버텨 PC 앞에 다시 앉는다. 어젯밤 쏟아낸 PC 속 사진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PC에 저장된 사진을 보니, 돌아와서 잠깐 잊고 있던 미국 여행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영화처럼 한 장면 한 장면이 되살아나 눈앞을 흘러갔다.
그 순간, 갑자기 눈이 번쩍 떠진다. 일종의 '접신'을 체험하는 것처럼, 영적인 이끌림에 미친 듯이 여행의 기록을 글로 남기기 시작했다. 잠도 한 숨 못 자고 하루 밤 사이에 여러 개의 글을 탈고했다. 그리고 총 40부작의 글을 쓰겠다고 계획을 세우는 무모한 하룻밤 도전을 결심하고야 만다. 무엇보다 그 글을 모아 책을 만들고, 엄마의 영전에 꼭 선물해야겠다는 목표를 세우고야 만다.
2018년 8월 어느 날
여전히 매일매일 퇴근 후 '접신'한 사람처럼 여행 기록을 남기고 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이 합쳐지니 밤이 되어도 졸리지가 않다.
그런데 아무도 못 보는 PC에 글을 쓰고 있자니 조금씩 지겨워진다. 세상의 평을 받아보고 싶어 졌고, 미리 누군가에게는 미국 서부 여행의 길잡이가 되면 좋겠다는 목표로 Brunch라는 퀄리티 높은 블로그에 옮겨 적었다.
하지만 글의 스토리나 퀄리티가 낮으면 저장만 가능하고 '발행'이 불가능한 곳이라 실망을 했는데, 운 좋게 '작가'로 선정되는 영광까지 얻었다.
우리 삼대의 미국 서부 여행기를 세상 속에 흔적 처럼 하나씩 남길 수 있게 되었다.
2018년 12월 말
그 해 12월 말, 블로그에 총 47개의 글이 업로드되었다. 연말에 회사 인사 이동 조직 개편, 또 다른 여행 등으로 집필 위기를 겪었지만 어쨌든 끝냈다. 모든 것을 기록했다.
2020년 1월 초
긴 투고와 원고 수정, 출간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책이 출간되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감사하게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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