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이별은 두렵다
갈라진 마음 틈 사이로 부는 바람이 상처를 건드린다. 때로는 미시의 것 조차 간단하지가 않을 때가 있으니까. 모래시계 안에 자잘한 알갱이들이 쌓여 시간을 탕진시키는 것 만큼. 작은 바람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거대한 태풍이 되듯이. 오늘도 사소한 것들 때문에 마음에서는 경보장치가 울린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다. 이 두려움의 기원은 어디서부터 이며 마무리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누구나 자신의 인생이 어느정도 특별하다는 감정을 느낀다. 이제는 인간이 자신을 특별하다고 느끼는 것 조차 평범한 일이다.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불행조차도 예사롭지 않게 그린다. 때로는 시대를 잘못만난 비운의 천재가 된다. 공격성을 외부가 아닌 내부에 탓으로만 돌리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불행의 절정을 달리기 시작한다. 영혼을 죽이기로 마음 먹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야금야금 자아를 좀먹어가면서 끝없는 자기 비하의 길로 빨려들어가니까.
서로가 서로에게 특별함을 느끼는 순간을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보통의 인생들이 어떤 날 어떤 때에 만나 함께 하면서 특별하고 풍부한 감정을 경험한다. 그런 순간에서 조차 경보장치는 가만히 두지 않더라. 이 관계가 소중한 만큼 잃어버릴 확률도 크게 느낀것이다. 내 안에서 빛을 본 그가 같은 이유로 혹은 다른 이유로 내 안에서 어둠을 보게 되는 일 만큼 두려운 일도 없다. 그의 눈을 멀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부단히 노력한다. 심지어 애걸복걸 하기도 한다. 나를 제발 떠나지 말아다오. 그가 떠난다는 게 도대체 뭐길래.
나를 고평가 했던 그가 어느 순간부터 평가절하 하면서 홀연히 떠나는 일. 나라는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일과 유사하다. 어떤 이는 버려지는 이 고통이 버거워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언제나 두려웠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고 사랑을 하다가 언젠가 또 다시 거절당하는 일이. 방구석에서 전할 수 없는 말들을 메모장에 적는 일 같은 것들이. 그래서 오늘도 경보장치는 열심히 울린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낼 힘조차 내지않으려는 비겁함을 원동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