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번 무너져야 하나를 깨닫는다
"It's not your fault" -숀 맥과이어-
오래전 로빈윌리엄스의 부고를 듣게됐다. 흥미로운 배우 중 한 분이었는데 소식을 듣자마자 마음이 시큰거렸다. 대충 불치병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알고있다. 맷 데이먼이나 로빈윌리엄스를 떠올릴 때 수 많은 작품이 생각 날 것이다. 굿 윌헌팅을 제외하고도 수많은 영화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 굿 윌헌팅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건 어쩔 수없나보다. 그만큼 내게는 여러 의미로 다가온 작품이다.
윌 헌팅(맷 데이먼)은 명석한 두뇌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시절 아픈 기억때문에 엇나간다. 그리고 그의 재능과 잠재력을 꺼내주려는 교수가 있다. MIT의 제럴드 램보교수는 윌의 재능을 알아보고 폭행죄를 선처해준다. 대신 자신과 수학문제를 풀고 정신과 상담을 함께 받는 조건으로. 하지만, 매번 실패하고 만다. 아무리 저명한 상담사를 만나도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상담사를 공격하며 조롱하기 까지 하는 윌. 램보는 그에게 마지막 방책으로 자신의 오랜 친구인 숀 맥과이어교수에게 부탁을 한다. 고민을 깊게 하던 숀은 램보의 제안을 수락한다. 역시나 윌은 숀에게도 똑같은 수법을 쓴다. 숀이 가진 마음의 빈틈을 날카롭게 찔렀고, 숀은 평정심을 순간 잃고만다. 그럼에도 숀은 포기하지 않았다. 잔잔한 호숫가에 윌을 데려와 진지하게 윌의 마음을 두드렸다. 생각에 잠긴 윌은 계속 상담에 임하게 된다. 그렇게 주인공 윌이 숀과함께 내면의 성장을 해나가는 이야기.
이 영화의 장르를 굳이 따지자면 네이버영화에는 '드라마'로 표기되어있다. 나에게 이 영화의 장르는 마치 또 다른 '판타지'같았다. '저게 가능하다고?' 이런 마음 때문이었다. 숀은 훌륭한 상담사였고 굉장히 짧은 시간안에 윌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 이 부분이 판타지로 다가왔다. 현실에서는 1년 아니 10년이 걸려도 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10년? 그렇게 긴 시간동안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라며 헛웃음 지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문에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내가 그랬다고. 심리상담만 십년 넘게 받아왔다.사람이 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 때문에, 드라마인 동시에 판타지로 다가왔다. 실제로 내면의 성장을 위한 한 단계를 오르기 위해서 수만가지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동시에 수 만번의 좌절을 느껴야 했다. 그 과정은 썩 유쾌하지 않다. 아무리 깨부쉬려해도 부서지지 않는 벽을 만난 느낌이랄까. 나에게만큼 이 영화는 아직까지 드라마이자 판타지로 존재한다.
"Sorry, I had to go see about a girl" -윌 헌팅-
어쨌든 윌은 사랑을 선택했다.
모든 영화에 리얼리티가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이다라는 요소는 선택 사항이지 영화의 필수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론은 훌륭한 영화다. 납득가지 않는 부분이 반 이라면, 공감가는 부분도 반이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윌이 엇나가는 이유라든지 두 교수의 상반된 관점, 진정한 친구 처키가 윌에게 건낸 말들 등이 그렇다. 맷 데이먼,벤 에플릭의 처녀작이고 오래전에 봤던 영화임에도 아직까지 내 기억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는 이유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윌이 숀에게 쪽지를 남기고 스카일라에게 향하는 장면은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있을 것이다. 이 장면에 대해서 참 많이 고민했다. 무언가 깨달은 윌은 사회적인 성공을 발현시키는 대신 사랑하는 여자에게 달려간다. 어렸을때는 '진정한 사랑이 성공보다 위대하다는걸 말하고 싶은건가'라며 대충 넘어갔다. 나중에 나이를 좀 먹고 다시 영화를 끝까지 보니까 또 다르게 보였다. 애초에 윌이 스카일라에게 향하든 FBI에 취직을 하든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같은 영화를 시차를 두고 보면 전혀 다르게 의미가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20대에는 이 문장에 방점을 '사랑'에 찍었지만, 30대가 된 지금은 '선택'에 찍고싶다. 이 나이에 하는 선택이 나머지 대부분의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 살아가는 데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늘 선택이 어려운가보다. 살아가면서 그저 선택을 하고, 자신의 선택을 감당하며 살아가는 것 뿐이니까. 윌은 자신이 감당하고 싶은 선택을 한 것 뿐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