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소 Mar 06. 2023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데 오는 벌 (1)

당신의 화장을 지울 수 있나요


나를 설명해주는 수식어들.


 늘 무언가 되기위해서 발버둥 쳐봤지만, 그럴수록 정작 제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컵에 물을 절반 이상을 하수구에 콸콸 흘려보낸 뒤에야 제 눈을 뜨고자는 의지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행복해지려는 강박을 가질 수록 오히려 행복과는 멀어지는 것이다. '행복'이라는 단어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불행'을 피하려는 데에도 집요해지더라. 그런 불안함이 씨앗이 되었고, 날이 갈수록 겉잡을 수 없이 자라났다.


 꾸며진 모습. 나 자신을 수식어들. 물론 필요하다. 페르소나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상황에따라 적절한 모습은 늘 필요하다. 그럼에도 화장을 지워내야 하는 순간은 어쩔 수 없이 오는데. 맨얼굴이 되는게 두려웠던 걸까. 그랬다면 왜 일까. 나라는 사람을 덮고있는 그런 일종의 화장을, 포장지를 벗겨내는 일들은 언제나 썩 순조롭게 진행되지가 않았다. 늘 명예롭고 싶었다. 부모님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었다. 꼭 그래야만 했다. 왜냐하면 볼품없는 내 모습까지 사랑할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 두텁게 분칠만 덧대게 되더라.


 내면에서 부여잡고 있는 믿음들 역시도, 여과없이 흘러들어간 생각이었다. 중학교 때 부터였던걸로 기억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보통 수업은 일방적인 소통이었다. 선생님들께서는 늘 입시나 공부에 대해 강조하셨고, 불안한 나머지 다른 대안을 떠올릴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 때 생긴 믿음이 20대 전반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말았다.


'공부를 못해서 성공하지 못하면, 살 가치가 없어'


 서른 살이 될 때까지도 명문대에 집착을 했다. 마음이 말랑말랑하고 미숙 할 때 들어온 생각이었다. 맹목적인 신념으로 자리잡기 까지도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당시에는 낭떠러지에 까치발로 서 있었고, 붙잡을수 있는게 없었다. 단단하고 견고한 동앗줄이라고는 전혀 없었으니까. 썩은 동앗줄이든 곧 뽑힐 지푸라기든 살아보려면 잡아야 했으니까. 하지만 나는 명문대에 가지 못했다. 정확히는 갈 힘이 없었다. 집착은 마음을 사각사각 갉아먹었고, 보상심리는 희망고문을 낳았다. 얼마지나지 않은 과거에서조차도. 혼돈의 밤을 지새웠다. 수 없이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이런 상태로는 그 어디도 올라갈 수 없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없이는 힘이 생길리없으니까. 정작 중요한 것들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상태로. 그러다가 비참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줄을 놓아버리면 좀 더 편해질까 생각하면서.


"곧 끊어질 동앗줄이라도 (뭐라도) 잡고있지 않았다면 이렇게라도 견디기 힘들었을 겁니다."


 변화의 시작은 꽤 오래 걸렸다. 서른살이 겨우 넘어서야 문제에 대해 깨닫기 시작했다. 어쩌면 빨리 안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 신념이 나를 아프게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희망고문조차 없었다면 정말 다 놓아버렸을 것이다. 그래서 본인의  맨얼굴을 좋아하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냐고?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냐고?


일단 맨얼굴부터 되어봐야 생각해보든 말든 하겠죠.



이전 15화 영화 굿윌헌팅이 내게 판타지인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