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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소 Mar 06. 2023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데 오는 벌 (1)

당신의 화장을 지울 수 있나요


나를 설명해주는 수식어들.


 늘 무언가 되기위해서 발버둥 쳐봤지만, 그럴수록 정작 제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컵에 물을 절반 이상을 하수구에 콸콸 흘려보낸 뒤에야 제 눈을 뜨고자는 의지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행복해지려는 강박을 가질 수록 오히려 행복과는 멀어지는 것이다. '행복'이라는 단어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불행'을 피하려는 데에도 집요해지더라. 그런 불안함이 씨앗이 되었고, 날이 갈수록 겉잡을 수 없이 자라났다.


 꾸며진 모습. 나 자신을 수식어들. 물론 필요하다. 페르소나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상황에따라 적절한 모습은 늘 필요하다. 그럼에도 화장을 지워내야 하는 순간은 어쩔 수 없이 오는데. 맨얼굴이 되는게 두려웠던 걸까. 그랬다면 왜 일까. 나라는 사람을 덮고있는 그런 일종의 화장을, 포장지를 벗겨내는 일들은 언제나 썩 순조롭게 진행되지가 않았다. 늘 명예롭고 싶었다. 부모님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었다. 꼭 그래야만 했다. 왜냐하면 볼품없는 내 모습까지 사랑할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 두텁게 분칠만 덧대게 되더라.


 내면에서 부여잡고 있는 믿음들 역시도, 여과없이 흘러들어간 생각이었다. 중학교 때 부터였던걸로 기억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보통 수업은 일방적인 소통이었다. 선생님들께서는 늘 입시나 공부에 대해 강조하셨고, 불안한 나머지 다른 대안을 떠올릴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 때 생긴 믿음이 20대 전반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말았다.


'공부를 못해서 성공하지 못하면, 살 가치가 없어'


 서른 살이 될 때까지도 명문대에 집착을 했다. 마음이 말랑말랑하고 미숙 할 때 들어온 생각이었다. 맹목적인 신념으로 자리잡기 까지도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당시에는 낭떠러지에 까치발로 서 있었고, 붙잡을수 있는게 없었다. 단단하고 견고한 동앗줄이라고는 전혀 없었으니까. 썩은 동앗줄이든 곧 뽑힐 지푸라기든 살아보려면 잡아야 했으니까. 하지만 나는 명문대에 가지 못했다. 정확히는 갈 힘이 없었다. 집착은 마음을 사각사각 갉아먹었고, 보상심리는 희망고문을 낳았다. 얼마지나지 않은 과거에서조차도. 혼돈의 밤을 지새웠다. 수 없이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이런 상태로는 그 어디도 올라갈 수 없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없이는 힘이 생길리없으니까. 정작 중요한 것들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상태로. 그러다가 비참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줄을 놓아버리면 좀 더 편해질까 생각하면서.


"곧 끊어질 동앗줄이라도 (뭐라도) 잡고있지 않았다면 이렇게라도 견디기 힘들었을 겁니다."


 변화의 시작은 꽤 오래 걸렸다. 서른살이 겨우 넘어서야 문제에 대해 깨닫기 시작했다. 어쩌면 빨리 안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 신념이 나를 아프게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희망고문조차 없었다면 정말 다 놓아버렸을 것이다. 그래서 본인의  맨얼굴을 좋아하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냐고?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냐고?


일단 맨얼굴부터 되어봐야 생각해보든 말든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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