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원래 형편없다. 모 정신과의사가 한 말이다. 이 말이 누군가에게는 비참하게 들릴 수 도 있을 것 이다. 어딜가나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으니까. 하지만 오히려 인정욕구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애석하게도 우리는 이와 반대로 생각하는 것에 익숙하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자신을을 진솔하게 보여주기 보다는 최대한 부풀리려고 한다. 되도록 과대평가 받고싶어 한다. 누구나 자신이 멋진 사람으로 내비춰지길 바라며, 굳이 애써 평가절하 받기 위해 안달난 사람은 없으니까. 허나 이제는 그런 기대조차 다소 피곤하다. 그저 나로서 살고싶은 것 뿐인데. 남들 눈에 비록 형편없는 인간일지라도 좋다. 간단해보이는 일인데 그게 어려운 이유 역시 간단하게 설명가능하다. '너무 잘하려고 해서.'
초등학교 때 운동장에서 백 미터 달리기를 하던 날이었다. 그 날의 기억은 흰 연기로 남아있다. 당시에 백팀에 속해 있었고, 체육복도 머리에 둘렀던 띠도 모두 흰색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사소한 기억이지만 백 미터 달리기에서 1등을 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반추해본다. 그 때는 스스로가 결승지점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확고하게 있었다. 그럴 수 있는 능력이 내 안에 충분히 있다는 믿음이. 하지만 몇 년뒤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고 자신에 대한 모든 기대치가 와르르 떨어졌을 때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더라. 심지어 달리기 계주에 나갈 정도로 실력이 꽤 있었음에도 결과적으로'승리를 하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을 미리 떨어 반대로 꼴찌를 했다. 웃는 법을 잃어린 시기도 그 때와 겹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힘내',혹은 '파이팅'이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하지만 살아가다 보면 오히려 힘을 빼야하는 순간이 더 자주 필요하다. 뭐든지 완벽하게 해내려고 힘을 주는 일이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맥락과 통한다. 그래서 다른 사물과 거리를 두는 능력도 어느정도 필요한 것 같다. 거리를 두는게 건조해보일지도 모르지만, 확실히 원래와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 볼 수 있게된다. 그 시각은 사고의 유연성을 어느정도 가져다 주기 때문에 부담을 덜어준다. 그래서 지금 추진력이 필요한 당신에게 '힘내세요'라는 말 대신 '힘을 빼세요'라고 말을 도리어 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