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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bina Jul 31. 2020

트라우마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틀을 깨고 로또를 샀어요.

경애는 시를 좋아해...

참 예뻐

오늘은 어떤 시를 올렸을까?

어린 찻잎

어린 찻잎이 타오르는  안에서 
다작 다작 茶雀휘돌며 춤을 춘다.
싱싱한 것들이 연초록 봄빛들이 
화르릉 달아오른 불길을 품고 껴안으며
풀이 죽고 숨이 꺾인다.
꺼내어져 둥근 빨래처럼 비벼지고
모아졌다 풀어졌다 다시 뜨거워진다.
온몸 비틀리며 말라간다.
어찌하여 향기는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가..
.
.
-박 남준

내 이야기 가터...

뜨거운데, 안아주기 싫은데, 내 몸이 타 들어가는데...

향기 나?

내가 그동안 그렇게 안아주고 품어 준 것... 향기 나?

계속 안아줄까...?


어젯밤 꿈을 꿨어요.

너무 생생해서 깨자마자 휴대폰을 열고 꿈 이야기를 적어 놓고 다시 잤어요.

프로이트 [꿈의 해석]을 1년 공부했어요.

꿈을 꾸고 꿈이 주는 영감을 기록하고 그렇게 글을 써요.

저는 꿈을 해석할 수 있어요.

사주 역학 그런 거는 몰라요.

그렇지만 섣불리 꿈을 해석해 주지 않아요.

저는 제 꿈을 해석해요

꿈이 너무 좋아요



-제가 잘 곳은 어딘가요?

-모퉁이 돌아서 [연두 방]으로 가시면 됩니다.

-오늘 손님이 좀 많은데요?

-네

모퉁이까지 가는 길이 좀 험난했다.

예쁜 게스트하우스를 생각하고 갔는데 목발 두 개로 참 많이 걸어갔다.

첫 번째 난관은 폭이 좁은 외나무다리.

-지나갈 수가 없잖아..ㅠㅠ

-제 손을 잡으세요. 한쪽 목발은 제게 주고 왼쪽 손을 저를 주세요. 그렇죠 천천히 천천히...

얼굴을 보니,  배우 이진욱이다.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바뀌는 남자의 이야기 [뷰티 인사이드] 그 극 중 배우 이진욱.

-감사합니다. 무사히 건널 수 있었어요.


두 번째 난관은 계단

-짜증 나, 모퉁이라고 했잖아. 계단이 있다고는 말하지 않았어!

-제가 업어드릴게요.

-아뇨. 제가 올라갑니다. 계단을 거꾸로 올라가면 돼요

사족이다.

계단을 올라간다. 몸을 뒤로 하고 거꾸로 올라간다. 하나, 둘, 셋. 끝이 안 보여

-사장님 다른 방 주세요

-모퉁이 돌아서 [초록 방]입니다.

-오늘 손님이 좀 많은데요?

-네. 여자들이 좀 많네요.

화장하고 있는 여자가 보인다. 알 것 같은 배우...

옷을 갈아입고 있는 여자가 보인다. 윤여정이다.


-저기요

-네?

-우리랑 같은 방 쓰실래요?

-저는 [초록 방]을 예약했어요.

얼굴을 보니 아침 막장 드라마에서 못된 시어머니 역할을 하는 박 정수.

아예 가는 길 목을 막고 다시 말한다.

-저희랑 같은 방 쓸래요?

-저는 혼자 자고 싶어요.

-우리 봐봐요, 얼굴 예쁘죠, 돈 많죠, 우리 배우예요. 같이 방 쓰면 좋을 텐데.

오기가 생긴다.

-저는 그런 거 필요 없어요. 쉬러 왔다고요.

지나가는데 배우들이 내 목발을 툭툭 건드린다. 넘어질 듯 넘어질 듯 위태한데 나는 손 목에 힘을 주고 그들 사이사이를 지나간다.

[우리랑 안 자면 트라우마 생길 텐데!]

[우리말 안 들으면 이 게스트하우스 생각만 해도 끔찍할 텐데!]

돌아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개뿔. 트라우마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리고 펼쳐지는 공간은 초록 방이 아니라 큰 대로[大路]

그 대로[大路]에서 고[故] 김주혁이 웃고 있다.

사람들을 리드하면서 앞을 보고 뛰어가다 뒤를 보고 뛰어가는 것이 영락없이 소년의 웃음이다.

슬픈 건, 그렇게 예쁜 미소를 보이는 김 주혁의 실루엣만 회색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다 흰 옷을 입고 그를 따르고 있다.

나는 대로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웃고 있다.


-저도 같이 뛰어도 돼요?

-제 손을 잡아요. 천천히 달려요.

얼굴을 보니 익숙한 배우인데 이름이 기억나질 않는다.

그의 손을 잡고 왼쪽 목발을 버리고 오른쪽 목발에 의지한 채 조금 빠르게 걸었다.

그게 나의 속도니.

-행복해요?

-네, 아까 여자 배우들이 저를 잡았어요. 자기랑 놀자고 길을 막았어요. 제가 뿌리쳤어요.

이른다. 다 이른다.

-잘했어요.

김 주혁이 사라진 대로에서 그의 웃음이 가라앉은 대로에서 그 조연 남자 배우랑 잠시 쉬어간다.

-김 주혁 미소가 예뻐요 그렇죠?

-당신 미소도 예뻐요


-항생제 맞아야 돼요

꿈을 깨우는 간호사의 목소리에 실망하지 않았어요.

항생제 주사를 맞고, 휴대폰에 꿈을 기록했어요.

저는 미신을 믿지 않지만, 너무 생생하고 죽은 사람이 등장한 꿈이라 지식인에게 물어봤어요.

[죽은 사람이 나오는 꿈, 죽은 사람이 말하는 꿈..]굉장히 다양해요.

저는 죽은 사람이 미소 짓는 꿈으로 검색했어요

프로이트 [꿈의 해석]과 꿈 관련 지식백과를 읽어봤어요.


배설이에요. 해소예요 꿈이 너무 시원해요.


오늘 퇴원해요

갖고 있던 비밀을 다섯 개 풀었어요.

사실... 비밀 많아요.

그런데 비밀 없는 인생 어디 있겠어요

쓰고 싶으면 쓰고, 안 쓰고 싶으면 안 쓸 거예요.


경애가 올린 시를 다시 봐요.


내 몸 다 태워서 안아주는 거... 안 하려고요.

입술 앙 다물고 거룩한 상담사 안 하려고요.

슬픈 내용에 울어주고, 기쁜 내용에 활짝 웃으며 그냥 들어줄 거예요.

똑똑한 척, 입술 앙 다물고 끄덕거리지 않을 거예요.

틀로 만들어 낸 상담사의 원칙... 그 딴 거 안 지키려고요

폐가 아프다잖아요...


나는요


아이처럼 크게 웃고, 야한 거 좋아하고, 운전 좋아하고, 파스타 좋아해요

남자가 손 만져주는 거 좋아해요

눈 바라보며 예쁘다고 해주면 고개 숙이고 부끄부끄 한 다음에 이렇게 말할 거예요.

-사랑해요...



경애가 올린 시를 다시 봐요.


이제는 고통이 없어도 향기를 뿜어낼 거예요.


차 향인 가요?

향수인가요?

비누 향인 가요?


-그대가 가지고 있던 원래 향입니다.

-감사해요. 맞아요. 제가 향이 있었죠? 감사해요. 이제 알았어요. 노력하지 않아도 향이 나요.

감사해요... 감사해요... 눈물 나요 행복해서요.


방금 동생에게 [로또] 사 오라고 시켰어요.

저는 미신은 믿지 않아요.

그런데 [로또]가 사고 싶어요.

오늘은 로또 맞은 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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