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bina Aug 08. 2020

은밀한 이야기 ep 5.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왜 나만 이렇게 사는 걸까요?

친구의 별 스타 그램을 보여주면서 그녀는 말했다.

그녀의 친구가 올린 게시물에는 그녀의 친구의 애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있었다.

-남자 친구도 멋있고, 옷도 잘 입고, 차도 좋아 보여요.

-00 씨도 차 있잖아요?

-제 차는 외제차가 아니잖아요.

-00 씨도 애인 있잖아요?

-제 남자 친구는 옷을 이렇게 입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이렇게 이야기 하나요?

-그럼 제가 못나 보이잖아요. 가면 쓰고 말하죠. 가끔은 sns 같은 거 왜 하나 몰라. 일축하기도 해요.

-아.. 제게만 이렇게 솔직하신 거군요.



나는 조금 특별한 상담사이다. 이미 아파보아서 아픈 자를 품어준다는 것에 익숙하고 고개 숙인 자에게 내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어쩌면 숙명 같은 것인데...

카멜레온처럼 사람을 가려서 대화를 하는 가식적인 토로 앞에서는 조금 힘들다. 그때는 상담사가 아니라 코칭하는 윤리적인 선생님이 되어서 이렇게 말한다.

sns를 끊으세요.

에니어그램 성격 유형 중에 [가슴형]으로 표현되는 유형은, 2번 3번 4번이 있다.

아마 별 스타 그램을 비롯 각종 sns를 자주 들여다보는 유형이 가슴형일 것이다. 이유는 예쁘고 사랑스럽고 가지고 싶고 안고 싶은 것이 숨을 쉬듯 자연스러운 유형이기 때문이다. 머리와 본능으로 느끼는 유형보다 조금 더 빠르게 세상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의 시선을 의식하면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타인의 시선이 공포와 모욕이 된다.


죄수들을 감시했던 파놉티콘에 비유할 수 있는데 제라미 벤담이 제시했던  일종의 감옥 건축 양식인 파놉티콘은, 감시자는 죄수를 볼 수 있지만 죄수는 감시자를 볼 수 없는 구조라... 이 구조에서 죄수는 감시자가 자기를 지켜보지 않을 때조차 자신을 지켜볼 거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시선의 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의 유형을 인정하고 비교로 오는 일상이 행복하지 않다고 고백하는 것이 시작이다.

그다음은 애정 없는 이웃들의 sns를 염탐하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이웃들의 근황도 업데이트하지 말고, 쓸데없이 화제를 전달해주는 사람을 임시 차단하면 된다.


-선생님, 제가 sns를 안 보려고 해도 자꾸 전해주는 친구가 있어요.

-뭐라고 전해주던가요?

-마치 자기만 알고 있는 정보처럼 속삭여요.

-느낌이 어떤가요?

-그 정보의 배에 탑승하지 않으면 불안해요...


사실 너무 많은 정보는 우리의 마음을 예민하게 하고

실제적인 위협에 대처하기도 전에 불안감에 휩싸이게 한다.

이렇게 타인을 의식하고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그림 수업을 받고 있는 00은 아주 명쾌하게 답을 주었다.

-무슨 그림을 그린 거지?

-여름이요

-아.. 여름이라... 추상적으로 보이네

-네. 저는 여름 하면 탄산수가 떠올라요

-그렇구나 그런데 탄산수 그림이 특이하네

-네, 탄산이 떨어진 한쪽 캔에 다른 쪽 탄산수가 들어가는 중이에요.

-이 그림의 제목이 여름이잖아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볼까?

-다른 사람은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느끼는 여름은, 지금... 시원한 탄산수를 먹고 싶어 해요.



아... 시원했다. 긴 장마가 끝나고 해가 가득한 골목 끝으로 아이는 사라졌다.

나만 불행한 것 같고, 나에게만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 같은가?

그렇지 않다.

[그는 눈부신 삶을 살고 있는데 나는 늘 눈물겹다]는 고질적인 자기 연민에서 벗어나자.

우리의 마음은 우리가 보는 대로 물들고, 세상은 우리의 그림자의 의식대로 보인다.

불편한 것은 잠시 보지 말자. 타인을 보았다면 나를 보자. 그리고 [가슴형]의 뿌리대로 예쁘고 행복해지는 것만 보자.

사실, 쉽게 반응하는 [가슴형]은 죄가 없다. 그 성격을 드러내는 방식이 문제이니,


이제 질문을 바꿔보자.


세상이 이렇게 예뻤나요?


감정을 숨기고 타인에게 맞추고 살아가는 [가슴형]들에게 ‘착한 아이’ 엘사가 부른다. [let it go]


https://youtu.be/moSFlvxnbgk



작가의 이전글 은밀한 이야기 ep 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