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학교 이야기
두 번의 수업을 마치고 들었던 생각은 '아이들을 좀 더 알아가야겠다'였다. 수업 중에 오고 가는 질문과 대답만으로는 부족했다. 아이들 마음속에 있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알고 싶어서 내가 생각하는 한국을 그리게 했다. 아이들이 그린 한국의 이미지는 저마다 달랐다. 비교적 최근 한국을 다녀온 아이들은 키가 큰 빌딩들 사이로 자동차며 사람들이며 바쁜 도시의 이미지를 그렸다.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집 안의 풍경을 한국의 이미지로 그려냈다. 할머니께서 요리를 하고 계신 주방이며, 주말이면 소파에서 늦잠을 자는 큰 언니가 있는 풍경. 이 아이에게 한국은 우리 집인 것이다.
엄마의 한글학교 수업에 관심이 많은 큰 아이가 오늘 수업은 어땠냐며 질문을 시작했다. 제일 좋아하는 학생은 누구이며 자기가 엄마반에 오면 엄마의 최애 학생이 되는지 궁금해했다. 오늘 수업에서 내가 생각하는 한국을 그렸다고 했더니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둘째까지 난리가 났다. 두 아이 모두 자기가 생각하는 한국을 그리겠다는 것이다.
그림으로 생각을 표현하고 감정을 표출하는 건 언제든지 오케이다. 잠잘 시간이 살짝 늦어지겠지만 그게 무슨 대수겠느냐. 그려라 어서 그려보아라
수업 시간에 책상을 나란히 앉아있는 아이들은 같은 그림을 그린다. 한 아이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옆에 있는 아이가 따라 그리기 때문이다. 그것도 괜찮다. 같아 보이지만 자신의 색깔로 그리기 때문에 같을 수가 없다. 결국 다른 그림인 것이다. 형이 하는 게 다 좋아 보이는 둘째 아이는 형이 그리는 그림이 뭔지도 모르고 따라 그린다.
큰 아이가 다 그렸다고 내민 종이에 그날의 풍경이 담겨 있다.
비가 오던 여름의 한국, 마법의 분무기가 필요하다며 떼를 쓰는 둘째 아이 때문에 우산을 쓰고 나선 길이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아파트에서 나와 고가 도로를 옆으로 두고 걸으면 나오는 롯데마트
그날의 풍경이 담겨 있었다.
울컥 눈물이 났다. 이 아이에게 한국은 고궁도 아니고, 워터파크도 아니고 우리가 누렸던 매일매일의 일상인 것이다.
형의 그림을 따라 그린 둘 째도 엄마 손에는 우산이, 형의 손에는 곰돌이 인형이, 본인 손에는 분무기가 들려있다. 두 아이모두 그날의 색과 공기와 냄새를 기억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