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집에서 창문을 닫는데 미쳐 보지 못한 화분을 떨어뜨려 깨뜨리고 말았다.
다행인지 아닌지, 화분은 조각났지만 엄마의 사랑 보스턴 고사리는 건강했고 흙도 흩어지지 않았다.
화분 속 꽉 차버린 뿌리들이 흙을 단단히 붙잡아 주고 있었다.
놀란마음에 뒷정리를 하며 난생처음으로 분갈이를 해보았다. 간간히 엄마가 하는 분갈이 모습을 보면서 어깨 너머로 배운 것들을 시도해보았다.
새로운 경험이었고,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집에 가득한 식물들을 살피는지 느껴졌다.
처음 화분이 깨졌을 땐 놀란 마음이 앞섰지만, 깨뜨리고 보니 식물이 너무 자라 화분이 작았다는 게 느껴졌다. 고사리가 때가 되었다고 새로운 집을 달라는 마음을 표현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어쩌면 자기 합리화를 단단히 해버린 나일 수도 있다. 깨졌다는 화분의 아픔은 존재하지만, 의미 없는 순간이 아니었음이 분명하였다. 화분은 새로운 큰 집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고 나는 깜짝스런 이벤트로 새로운 경험과 일상을 돌아보는 순간을 가졌다.
이렇게 , 어떠한 순간들도 의미 없음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나의 깨뜨림은 너무나 의미 있었다.(당당)
내 인생에서 뜻하지 않게, 혹은 새롭게 다가오는 순간들이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예정이다. 새로운 순간들과 익숙하지 않은 환경들이 두렵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나 자신을 깨뜨리며 새로운 일을 담담히 다루고, 즐겁게 시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깨뜨리는 과정에서 본래 가지고 있던 환경, 나 자신 모두 살펴볼 수 있는 나이기를 바란다.
나 그리고 우리의 깨뜨려짐, 깨어짐은 분명 아픔보다, 힘듦보다 의미 있고 값 진일이 될 것이다.
P.S 엄마에게 화분이 분갈이를 해달라고 나에게 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엄마는 말은 청산유수라고 하셨고 나는 분갈이를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