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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Jul 16. 2023

나는 집이 있다

집으로 인해 시작된 것들

나는 꽤 멋진 집이 있다.

한낮의 밝음이 가득한 거실 쇼파에 누워 높은 천정을 바라본다.

한참 뒹굴다가 서쪽 창으로 해가 서서히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산을 바라보고 다락이 있는 이 집을 처음 본 순간

나는 바로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가계약금으로 걸 500만원이 마침 통장에 있어서

세입자가 이사가는 날 처음으로 문이 열린 이 집에 임정과 나는 들어와 바로 계약서를 썼다.


사람은 어떤 동기가 있어야 결단을 할 수 있다.

홍콩 아트바젤에서 예쁘고 쓸데 없는 인형을 보고 이걸 걸어놓을 내 집을 사야겠다.

라고 생각했고, 나는 알맞은 집을 찾고 원목마루를 깔고 색깔이 제각각인 벽과 문을 회색이 살짝 도는 흰 색으로 바꿨다. 씽크대를 포기하고 이탈리아 스튜디오에서 샹들리에를 주문해 높은 천정에 걸었다.

2년쯤 되었을 때 둘째가 태어났고 나는 동네 미술학원에서 만난 화가가 그린 그림을 사서 거실에 걸었다. 아직도 이 그림이 집으로 들어오던 날을 잊을 수 없다.



이 집으로 인해 많은 일이 시작되었고 팬데믹 기간, 미세먼지가 창궐한 2년 넘는 시간을 우리는 집에서의 시간을 만끽하며 살았다.

넓은 다락은 아이의 놀이공간과 작품을 넣어두는 수장고로 쓸 수 있어서 작품을 마음껏 수집할 수 있었다.

한국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창으로 하루종일 은은한 자연광이 들어와 가장 편안하고 아름다운 때를 기다려 사진을 찍을 수가 있었다.

내 일과 우리 가족의 배경이 되어주고 시간이 되어준 이 집의 은혜를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지난 7년여간 아이는 자라고 사업도 자라 내 회사를 운영하며

 좋아하는 여행을 다니고 아이를 학원에 보낼 정도의 수입을 가지게 되었다.

그 사이 이 집은 가격은 산 가격의 2배가 되었으니 나는 꽤 성공한 투자를 한 셈이 되었다.


그러나 단점이 있다.

이 집이 너무 좋아서 떠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더 투자가치가 있는 집으로 갈아타서 자산을 계속 불려가야겠지만, 나는 여기에 계속 있고 싶어 그러지 못했다.


누가 그랬던가.

부동산은 파는게 아니라 수집하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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