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은 가장 강력한 무기

줄리아의 코칭 노트 _04

by 이지선

센터에서는 분기에 한 번씩 성과 공유회를 연다. 입주팀 하나하나 만나 지난 3개월을 돌아보고 다음 분기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그려 보는 시간이다. 입주 팀이 40 팀으로 늘어 꼬박 3 일을 이 평가 회의에 쓰게 됐다. 사실 하루 종일 미팅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다. 그래도 몸은 힘들어도 성과 공유 미팅을 하면 하루하루 우왕 좌왕하며 달려온 시간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이었는지, 폭을 넓히는 과정이었는지, 아쉽지만 제자리걸음이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참 소중한 시간들이다.


지난해 7월, 센터가 오픈할 때 입주했던 1기 팀은 이제 6월이면 퇴소 (우리는 편의상 '졸업'이라 부르지만)를 해야 한다. 마지막 분기 성과 공유는 생략될 예정이니 실질적으로 이번 성과 공유가 마지막인 셈이다. 많은 팀들이 열심히 노력한 덕에 지난 9개월 동안 눈에 뜨이는 성장을 이뤘다. 함께 돌아보는 자리를 갖자니 지난 어려움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친다.


stickies-2852375_1920.jpg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그 가운데서도 A의 성장은 벅찰 정도이다. 그는 스타트업 캠퍼스를 졸업하고 센터에 입주하게 됐다. 코딩 교육 전문 기업으로 사업 계획을 세웠다. A는 원래 팀의 리더는 아니었다. 4명이 한 팀이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입주 후 얼마 되지 않아 A 혼자 남게 되는 당혹스러운 상황을 맞았다. 원래 사업 아이템을 기획한 당사자도 아닌지라 대개의 경우 이렇게 되면 팀이 깨지고 조기 퇴소를 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남아서 어렵게 어렵게 파트너를 찾고 직접 교육을 진행하며 달팽이처럼 한 걸음씩을 떼었다.


처음 3개월 동안은 언제라도 그만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생각하며 살얼음판 걷는 마음으로 A를 지켜보았다. 그 후 3개월이 지나 분기 평가를 할 때는 커리큘럼을 완성했다며 조금은 밝은 표정으로 성과를 공유해주었다. 3분기째, 함께 일할 동료들도 구하고 터전을 마련할 방법도 찾으며 꽤나 큰 진전을 이루었다. 초등학생 대상 코딩 교육을 진행할 학원 마련 계획도 세우고 일부 초등학교와 코딩 교육에 대한 협약을 맺는 등 성과가 있었다.


발표를 들으면서 나는 힘껏 박수 쳐주고 싶었다. 참 막막했을 텐데 어려운 상황을 혼자서 꿋꿋하게 헤쳐온 끈기와 용기는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반면 창업 아이템이 신선하고, 너무 좋고, 창업자가 똑똑한데 몇 개월 동안 진전이 없는 경우도 있다. 대개는 MVP 돌려보고 시장 반응이 원래 기획과 달라 '피봇' (내가 센터에 와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자 가장 싫어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다) 하고 매출이 나지 않아 다른 쪽으로 기획하고 아이템을 벌려 보고 조금 좁혀보고 그렇게 일 년을 보내기도 한다. 시장 상황이라는 변수는 당연히 있지만 대개는 밀려오는 산 만한 파도를 보고 넘어질까 두렵거나 넘기 어렵겠다 판단하고 피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사업을 하다 여러 어려움을 끝까지 극복하지 못하고 접은 전력이 있는지라, 중도 포기하는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꾸역꾸역 밀고 나가는 창업자들을 보면 존경하는 마음이 샘솟는다. 스타트업에는 역시 [꾸준함]이 가장 강력한 무기임을 깨닫는다. 사실, 스타트업뿐이랴. 모든 살아가는 일에서 '꾸준함'은 가장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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