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물 일기 (7) 마음에 맞는 손님을 만나는 법
'고객만족'은 상품과 서비스를 파는 모두에게 꼭 풀어야 할 숙제 같은 것이다.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성공하는 지름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 때로는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상품을 만들어서, 혹은 최고의 서비스로 고객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식당의 경우는 '고객만족'을 시켜야 단골을 만들 수 있고 그래야 생존이 가능하다. 고객만족은 성장을 위한 비법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이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처음엔 아주 폭넓게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이내 그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더군다나 테이블 4개짜리 작은 식당은, 차라리 우리 식당과 취향이 맞는 정확한 타겟 고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어떻게 우리가 만족시킬 수 있는 고객을 찾을 수 있을까?
식당은 누구나 들어와서 밥 한 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나'가 모두가 되지는 않는다. 아무나 우리 식당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객들은 우선 간판부터, 메뉴부터 식당 분위기 등을 살펴보고 자신하고 맞을지를 생각해보고 들어온다. 매일 먹는 한 끼이지만 영 이상한 곳에서 먹고 싶지 않은 법이니까.
그래서 나는 우리 식당 앞에 있는 메뉴 판을 유심히 본 후에 다른 곳으로 발 길을 돌리는 고객에게 서운함을 느끼지 않는다. 일부러 들어오라는 눈길을 보내지도 않는다.
우리가 우리 식당에서 만족할 고객을 선택할 순 없지만, 고객의 식당 선택 과정에서 우리와 '케미'가 맞는 고객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노하우를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방법은 메뉴의 차별화일 수도 있고 인테리어를 통한 공간의 '분위기'가 될 수도 있다. 아기자기하고 뭔가 깔끔하지만 풍성하지는 않은 우리 식당의 분위기는 '어르신'들과는 잘 맞지 않는다. 푸짐하게 남을 만큼 반찬이 기본으로 식탁을 깔아야 하고 국물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고객들은 우리 식당에 와서는 실망하기 십상이다.
이럴 땐 그런 성향을 가진 분들이 우리 식당을 선택하지 않도록 '시그널'을 잘 보내는 게 오히려 중요하다.
아직 그런 노하우를 충분히 습득하지 못했다. 그래도 비교적 인복이 있어서인지 우리 식당에 오는 손님의 대다수는 취향이 맞았다. 꼭 내게 표현하지 않아도 일행끼리 '맛있네!' 하며 웃거나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네주는 고객들이 많다. 이런 분들을 만나면 그날 하루의 행복지수를 채울 수 있다. '평생 먹어본 라면 중에 제일 맛있었다!'라는 과한 칭찬을 받으면 거의 날아갈 지경이다.
하지만 가끔은 실패하기도 한다.
얼마 전 9명 단체 손님 예약을 받았다. 팀 회식인데 회식을 주선한 '총무'로 보이는 여자분이 예약하고 실제 회식하기까지 일주일 동안 몇 번을 직접 오고 전화를 했다. 메뉴를 꼼꼼하게 체크하고 양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았다. 아마도 팀장 이하 팀원들이 까다로운가 보다 짐작했다. 예산을 알려 주면 그에 맞춰서 메뉴를 구성해 보겠다고 했다. 당일 아침 9인 회식에 음식 값으로 20만 원에 맞췄으면 한다고 연락을 주었다. 난감했다. 남성 중심으로 구성된 아홉 명 팀 - 삼겹살을 먹는다고 해도 20만 원이면 빠듯했다.
'전'류와 오징어 등 요기가 되는 메뉴 중심으로 추천을 했는데 그런 것은 싫다고 해서 이렇게 저렇게 20만 원 정도에 맞춰 메뉴를 짰다.
팀원들이 도착해서 준비된 메뉴를 내었는데 정말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접시들이 비워졌다. 당연히 배가 부를 리가 없었다. 해물라면을 추가로 주문했지만 팀은 아마도 겨우 허기만 숨겼을 테다.
그러면서부터 우리 집에 대한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팀장으로 보이는 분이 '국물이 없다, 매운탕이 없는 횟집이 어디 있냐?' (사실 매운탕 대신 해물탕이 있습니다만....) '뭐 그리 턱없이 비싸냐..'
그 팀과의 만남은 그렇게 서로를 미워하며 끝이 났다. 그쪽은 드러내어 얘기라도 했지만 난 죄송하다고 하며 내보냈지만 결코 죄송하지 않았다. 불행한 만남이었지만 다행히도 접시는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그럴 밖에... -_-)
그 팀이 나가고 몹시 시무룩해졌다. 애초에 예약을 받지 말았어야 했을까... 하지만 내겐 그럴 방법이 없다. 손님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재주가 없으니. 다만, 예약을 담당했던 총무는 대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잠깐 원망하다 말았다.
그다음 자리를 채운 손님이 블로그 검색해보고 우리 식당에서 연구해서 왔다며 우리 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를 꼬집어 주문하고 맛있다고 먹는 바람에 우울함은 쉽게 해소됐다.
요즘 살아가는 것이 더욱 팍팍해지고 특히 식당 운영은 살얼음을 걷는 것만큼이나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들으면서, 우리도 지속적인 마케팅을 고민하곤 하는데 결국 '고객 만족'이 답이다. 그러나 고객 만족이라는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풀기 어려운 문제은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올리고' 인테리어든 뭐든 좋게 하면 되는 폭넓게 적용되는 '만고불변'의 답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취향이 맞는 고객을 찾는 일, 그 고객과 맛으로, 분위기로 취향의 공감대를 얻어내야 한다.
오늘도 쉽지 않은 문제에 골몰하며 열심히 고객들의 표정을 살핀다. 어찌 되었던 우리 식당을 찾은 고객으로부터 힌트를 얻을 수 있고 그런 의미에서 고객은 모두 답을 구하는데 도움이 되는 선생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