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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Lattenote

"고급지다!", 찜질방 [아쿠아필드]

찜질방 탐방기 (1)

by 이지선

추위를 많이 타고 몸이 차서인지 오래전부터 온천, 찜질방을 좋아했다. 불가마에서 땀을 흘리고 멍때리고 몇시간 보내고 나면 그대로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물좋은 온천까지 다녀오면 하루 이틀은 온천물 오른 내 얼굴 만져보는 재미도 있다.


낯선 도시에 여행을 가더라도 틈나는대로 찜질방을 찾는다. 그럴 땐 검색해서 다른 블로거 리뷰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따라서 이 찜질방 탐방기는 그 도움에 대한 답례이기도 하다.


찜질방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경험을 나누는 것이지만 찜질방은 방문한 날의 인구밀도에 따라, 그날의 상황에 따라 만족도가 크게 달라질수도 있다는 점을 밝혀두고 싶다. 그리고 내 취향이 그리 일반적이지 않다는 점도. (찜질방이니 만큼 사진이 많지 않다. 홈페이지를 참고 하시길)


주말에 별일없으면 찜질방을 즐겨 가곤 하는데 좀처럼 여의도 밖을 벗어나는 일은 없었다. 그게 좀 지겨워서 새로운 곳을 검색하다 하남 스타필드에 있는 [아쿠아필드]를 찾아 냈다. 블로그 리뷰를 보니 부산 센텀시티에 있는 찜질방이 생각날 정도로 고급스러워보였다. 그래, 가보자!



주말에 이런 곳을 가려면 무조건 일찍 가야 한다. 주말이지만 좀 서둘렀다. 그래봐야 도착하니 오전 10시. 다행히 좋은 자릴 잡기엔 충분했다. 천청이 있어 시원하고 환한 라운지에 썬배드를 찜할 수 있었다.


찜질방이 온도에 따라 여러 개 있었다. 불가마는 충분히 뜨거웠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라서 더 그런 듯하다.


아쿠아필드에서 가장 독특한 곳은 '구름방'이다. 벽면 타일 틈새로 안개가 모락모락 피어난다. 타일 윤곽에 조명이 설치돼있어 몽롱하고 신비하다. 귀신이 나올 것같기도 한데 처녀귀신류 말고 돌아가신 아버지라든지 반가운 귀신을 볼 수 있을 것같은 느낌.


역시 아이들이 좋아한다. 세 살쯤 되었으려나... 말이 서투른 꼬마가 할아버지와 함께 왔다 갔다를 반복하며 꺄르르 웃어댄다. 벽에서 흘러나오는 미스트가 피부를 촉촉하게 할 것이라는 맹신으로 누워 있는 내게는 아이들 왔다 갔다는 사실 좀 번잡스럽게 느껴진다. 그래도 이 꼬마는 귀엽다. 못난이 인형처럼. 이제 갔나보다 싶었는데 다시 들어왔다. 이번에는 할아버지 없이 혼자서 용기를 냈다. 역시 혼자이다 보니 두리번 거리고 조심스럽다. 내 눈치를 보는 듯도 하여 웃으며 꼬마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보니 더 귀엽네. 꼬마 손을 잡고 같이 벽에서 흐르는 안개 잡으며 놀았다.


아쿠아필드는 워낙 핫한 곳에 있는데다 워터파크도 있어 가족단위로 많이 온다. 우리 동네 찜질방에선 동네 부녀회장님 쯤 되는 어르신들 수다를 들어야 했다면 여기선 아이들 뛰노는 소리가 배경음이다.


전체적으로 시설은 고급스럽다. 비싼 입장료 (22,000/1인)만 보아도 당연히 그래야지 싶다. 욕탕은 골프장 사우나 시설 비슷하다. 넓직하고 편안하게 구성됐다. 야외 노천탕이 있어 콧등에 바람 맞으며 탕에서 피로를 풀 수도 있다.


공용공간(찜질방) 에는 있을 건 다 있다. 흡연실은 빼고^^ (애연가인 남편은 크게 실망했다) 한강이 보이는 야외에 족욕탕도 만들어 밖에서 발담그고 한강을 볼 수 있는것 까진 좋았는데 경관이 그리 멋지진 않았다.


가장 아쉬운 건 식당 시설이다. 대형 시설에서 맛있는 밥을 기대하는 건 역시 무리인가. 물론 이것도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다. 남편은 그럭저럭 맛있었다고 했다. 아점으로 먹은 우동은 맛없었다. 점심 햄버거는 나쁘지 않았다.


이것저것 다 고려할 때 내 평점은 8.5/10. 다시 갈수는 있겠지만 꼭 다시 가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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