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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선 Jun 10. 2017

"고급지다!", 찜질방 [아쿠아필드]

찜질방 탐방기 (1)

추위를 많이 타고 몸이 차서인지 오래전부터 온천, 찜질방을 좋아했다. 불가마에서 땀을 흘리고 멍때리고 몇시간 보내고 나면 그대로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물좋은 온천까지 다녀오면 하루 이틀은 온천물 오른 내 얼굴 만져보는 재미도 있다.


낯선 도시에 여행을 가더라도 틈나는대로 찜질방을 찾는다. 그럴 땐 검색해서 다른 블로거 리뷰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따라서 이 찜질방 탐방기는 그 도움에 대한 답례이기도 하다.


찜질방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경험을 나누는 것이지만 찜질방은 방문한 날의 인구밀도에 따라, 그날의 상황에 따라 만족도가 크게 달라질수도 있다는 점을 밝혀두고 싶다. 그리고 내 취향이 그리 일반적이지 않다는 점도. (찜질방이니 만큼 사진이 많지 않다. 홈페이지를 참고 하시길)


주말에 별일없으면 찜질방을 즐겨 가곤 하는데 좀처럼 여의도 밖을 벗어나는 일은 없었다. 그게 좀 지겨워서 새로운 곳을 검색하다 하남 스타필드에 있는 [아쿠아필드]를 찾아 냈다. 블로그 리뷰를 보니 부산 센텀시티에 있는 찜질방이 생각날 정도로 고급스러워보였다. 그래, 가보자!



주말에 이런 곳을 가려면 무조건 일찍 가야 한다. 주말이지만 좀 서둘렀다. 그래봐야 도착하니 오전 10시. 다행히 좋은 자릴 잡기엔 충분했다. 천청이 있어 시원하고 환한 라운지에 썬배드를 찜할 수 있었다.


찜질방이 온도에 따라 여러 개 있었다. 불가마는 충분히 뜨거웠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라서 더 그런 듯하다.


아쿠아필드에서 가장 독특한 곳은 '구름방'이다. 벽면 타일 틈새로 안개가 모락모락 피어난다. 타일 윤곽에 조명이 설치돼있어 몽롱하고 신비하다. 귀신이 나올 것같기도 한데 처녀귀신류 말고 돌아가신 아버지라든지 반가운 귀신을 볼 수 있을 것같은 느낌.


역시 아이들이 좋아한다. 세 살쯤 되었으려나... 말이 서투른 꼬마가 할아버지와 함께 왔다 갔다를 반복하며 꺄르르 웃어댄다. 벽에서 흘러나오는 미스트가 피부를 촉촉하게 할 것이라는 맹신으로 누워 있는 내게는 아이들 왔다 갔다는 사실 좀 번잡스럽게 느껴진다. 그래도 이 꼬마는 귀엽다. 못난이 인형처럼. 이제 갔나보다 싶었는데 다시 들어왔다. 이번에는 할아버지 없이 혼자서 용기를 냈다. 역시 혼자이다 보니 두리번 거리고 조심스럽다. 내 눈치를 보는 듯도 하여 웃으며 꼬마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보니 더 귀엽네. 꼬마 손을 잡고 같이 벽에서 흐르는 안개 잡으며 놀았다.


아쿠아필드는 워낙 핫한 곳에 있는데다 워터파크도 있어 가족단위로 많이 온다. 우리 동네 찜질방에선 동네 부녀회장님 쯤 되는 어르신들 수다를 들어야 했다면 여기선 아이들 뛰노는 소리가 배경음이다.


전체적으로 시설은 고급스럽다. 비싼 입장료 (22,000/1인)만 보아도 당연히 그래야지 싶다. 욕탕은 골프장 사우나 시설 비슷하다. 넓직하고 편안하게 구성됐다. 야외 노천탕이 있어 콧등에 바람 맞으며 탕에서 피로를 풀 수도 있다.


공용공간(찜질방) 에는 있을 건 다 있다. 흡연실은 빼고^^ (애연가인 남편은 크게 실망했다) 한강이 보이는 야외에 족욕탕도 만들어 밖에서 발담그고 한강을 볼 수 있는것 까진 좋았는데 경관이 그리 멋지진 않았다.


가장 아쉬운 건 식당 시설이다. 대형 시설에서 맛있는 밥을 기대하는 건 역시 무리인가. 물론 이것도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다. 남편은 그럭저럭 맛있었다고 했다. 아점으로 먹은 우동은 맛없었다. 점심 햄버거는 나쁘지 않았다.


이것저것 다 고려할 때 내 평점은 8.5/10. 다시 갈수는 있겠지만 꼭 다시 가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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