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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선 Jun 16. 2017

고독한 카타르시스, [면역공방]

찜질방 탐방기 (2)

완전 초보 사장 때였다. 올림픽대로를 달려 출퇴근을 하던 나는 때때로 퇴근 길에 한강고수부지에 차를 세우고 혼자서 대성통곡 하곤했다. 한참을 울다가 밤데이트를 즐기는 아베크족 사이에서 혹시나 울음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는 않았을지 소심하게 걱정하며 차를 뺐던 기억이 있다. 어린나이(?)에 '사장'이라는 자리에 올라 이런 걱정 저런 걱정들 떠안고 쉽사리 속내를 드러내지 못하고 참고 살다 보니 때로 그런 해소의 시간이 다시 감정을 추스리는데 큰 도움이 됐다. 눈물 콧물 다 쏟고 나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면역공방] 이라는 다소 난해한 찜질방 브랜드는 '독서실' 분위기의, 개인 자리가 있는 찜질방이다. 개인 매트리스 크기의 파동석 (대리석 처럼 생긴...)이 깔려 있고 뜨거운 파동석에서 앞으로 뒤로 누워 땀을 뺀다. 찜질복으로 갈아 입고 물을 한 컵 마시고는 지정된 파동석에 자리를 잡는다. 우선 머리를 아래로 하고 엎드려 5분, 그 후에 등을 돌에 대고 10분간 땀을 뺀다. 개인에 따라 더 오래 있을 수도 있다. 충분히 땀을 뺀 후에는 휴게실에서 물도 마시며 쉬고 다시 찜질을 반복해 땀을 빼도록 안내하고 있다. 소개문을 보면 관절염, 피부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 열흘 동안 면역공방 찜질을 통해 증세가 상당히 호전됐다는 성공사례도 나와있다.



미친물고기와 같은 건물에 마침 [면역공방]이 있어 자주 가는 편이다. 일반 찜질방 불가마 만큼 뜨겁지는 않지만 확실히 땀은 많이 난다. 땀을 쫘악 빼고 나면 한결 개운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보통 찜질방이 동네 사랑방처럼 시끄러운 분위기라면 면역공방은 컨셉 자체가 개인적으로 힐링하는 공간을 내세운다. 개인별로 지정 자리가 있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찜질 공간에서는 간혹 코고는 소리는 들릴 지언정 시끄럽게 수다를 떨 수는 없다.


[면역공방]에 누워 땀을 쏟아내다보면 간혹 예전, 한강 고수부지에 차를 세우고 펑펑 울었던 때가 생각난다. 눈물 콧물 대신 땀을 흘리며, 조용히 내 생활을 돌아보고 앞으로 해야할 일을 가늠해본다. 더워서 잠을 자기는 어렵지만 충분한 휴식이 된다. .


면역공방은 체인점이다. 다른 곳을 가보진 않았지만 여의도는 공간이 좁아서 휴게실에서 편하게 쉬기는 어렵다. 그래도 찜질 후 해독주스 한 잔 마시면, 몸에 쌓였던 피로와 독소도 풀어내고 마음도 해독이 되는 것같아 시원하다.


가격은 15,000원으로 시설에 비해 비싼 편이다. 평점을 주자면 8/10 점. 가까워서 자주 가는 곳. 그리고 가끔씩 정말 혼자서 아무 생각없이 쉬고 싶을 때 꽤 괜찮은 솔루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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