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희랍어 시간 - 한강

by H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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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침묵이 어떤 소리보다 큰 울림을 주고, 때로는 보이지 않을 때 더 많은 것을 느낄수 있다. 소설이지만 시 같이 읽히는 이 작품은 말을 잃은 여자와 시력을 상실해가는 남자와의 소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상실한 두 남녀는 죽은 언어인 희랍어를 매개로 만난다. 죽은 언어, 고대 그리스어를 뜻하는 희랍어 강의 시간을 공유함으로써 둘은 서로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교류한다.


그녀가 왜 말을 잃게 되었는지에 대한 묘사는 지나칠 정도로 사실적이고 구체적이다. 어떤 감정까지 도달해야 인간이 말을 잃게 되는지에 대한 예시로 느껴질 만큼 그녀에 대한 묘사는 슬픔과 고통으로 얼룩져 있어 읽는 내내 무거운 감정을 느꼈다. 시력을 상실해가는 그의 이야기 또한 가볍지 않다. 어릴 적 독일로 이주함으로써 경험한 언어의 분절, 그리고 첫사랑의 상실은 그를 관념의 세계로 빠지게 만든다. 여기에 더해 시력이 퇴화되는 운명은 그를 죽은 언어인 희랍어를 가르치는 길로 이끈다.




우리가 하루 동안 수많은 말을 하며 살지만, 실제로 온전한 소통은 얼마나 하고 있는지에 대한 회고를 하게끔 만드는 책이었다. 인간이 입으로 뱉는 언어란 너무나 날카로워 타인을 상처 내기는 쉽지만 반대로 타인을 보듬는 온전한 공감과 치유는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쉽게 배울수록 빨리 잊고, 어렵게 익힌 것이 기억에 오래가듯, 인간이 행하는 소통이란 여러 방식이 있다. 그중 언어는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혹은 가장 어려운 방법이 된다. 그것은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사람과 사람 간, 그리고 다른 무엇과의 소통이 언어가 아닌 감정의 교류로 기능할 때 그 깊이는 더욱 깊어진다고, 작가는 말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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