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 헤르만 헤세

by HJS
KakaoTalk_Photo_2020-01-05-23-49-10.jpeg


헤르만 헤세는 그의 대표작 ‘데미안’에서 싱클레어라는 소년이 이원화된 자신의 세계를 합하는 투쟁, 성장기를 그렸다. 동양 문명과 인도 문화에 매료된 헤세는 불교의 교조, 창시자, 성자인 석가모니의 전설을 차용해 다시 한번 그의 상징인 자아 찾기를, 자신 안의 일원화된 세계를 찾고자 하는 구도자의 이야기를 써냈다.


이 책에서는 20세기 초, 유럽 열강에 의해 세계의 화약고가 폭발한 사건에 잠시 잊혀 있던 동양에 대한 신비, 유럽인 헤세가 바라봤던 동양의, 불교에 대한 인식을 살펴볼 수 있다. 자칫 오리엔탈리즘으로 비칠 수도 있는 이 접근 방식을 명석하게 이용해 헤세 자신이 데미안에서 이야기했던 방식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동양의 신비와 종교, 서양의 철학과 문학 이 두 가지 유산을 결합시켜 자신의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데미안의 싱클레어가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다면, 싯다르타는 자신의 자아를 일원화하는 과정에서 멈추지 않고 세계와 자신을 일치시킴으로써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한다. 비로소 자신의 내면을 똑바로 대면함으로써 도달하는 위치에서 보이는 것은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물에 대한 사랑임을, 싯다르타는 마지막 고빈다와의 대화에서 말한다. 어쩌면 헤세는 전쟁으로 인해 인간이 진정한 자아를 찾음으로써 끝이 아닌, 그것을 통한 참다운 인류의 발전이라는 이상을 가졌던 게 아닐까.


사실 한번 읽어서는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다. 불교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뿐 아니라, 그것을 차용해 데미안에서 이미 설파한 헤세 자신의 철학을 더 짙게 녹여냈기 때문이다. 조금이나마 책이 전하는 울림을 느낀 사람이라면 그가 이 작품을 발표하기 위해 실제 구도자의 경험을 했다는 사실이 그다지 놀랍지 않을 것이다.


깨달음과 세상의 이치, 모든 삼라만상의 진리라는 것은 결국 누군가에 의해 설파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자신에 대한 물음, 강처럼 흐르는 자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오늘날에도 자신을 온전히 붙들고 살아가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진정으로 가슴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그 목소리가 어느 순간 닫힌 채로 끊임없는 남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을 상실하고 있진 않은지 다시 한번 뒤돌아보게 한다.


읽으면서 이게 뭔 소린지 싶다가도 어느새 그의 철학에 매료된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의 대표작들에서 조금씩 달라지는 서술 방식과 철학의 색채를 비교하는 재미도 빠트릴 수 없는 즐거움이다.


내 한 몸 건사하기 어려운 오늘날, 마치 도달불능점 같아 보이는 헤세의 '자아 찾기'는 우리 인간에게 아주 작게나마 남은 가능성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빛과 같이 느껴진다. 아직 끝이 아니라고, 길은 있다고, 자신을 믿으라고 하는 것 같은 그의 목소리가 가끔은 활자를 통해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일주일에 책 한 권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