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전문기자로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로부터 취재했던 내용 그리고 우울증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터득하고 깨우치며 고안한 ‘관리 노하우’를 담았다. 핵심만 전달하려 한다. ※우울증을 겪지 않아도 노하우를 일상에 적용한다면 도움 될 부분이 있을 것이다.
서울 시내의 한 식당,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보건의료 전문기자가 진지하다. 둘은 책을 들여다보고 있다. 취재 중이라고 하기엔 이상하다. 여기자가 울자, 남자 교수는 그녀를 위로한다.
둘이 사귀냐고? 아니다. 둘은, 우울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교수님, 저는 이 책 없었으면 사람들 여럿 죽였을 거예요. ‘빵’에 갔겠죠. 이 책을 가지고 다녀요. 격해지려 할 때 펼치죠. 마음이 차분해져요.”
“저는 이 책인데요. 기자님한테만 보여주는 거예요.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거라 잃어버리면 끝이에요.”
우리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일 중독자이며 우울을 겪고 있었고 힘들 때마다 자신을 잡아주는 책이 있었다는 것.(저도 교수님도 우울을 극복한 상태예요.)
우울을 겪으며 느낀 것 중 하나는 우울이라는 감정은 교활하다는 것. 우울은 분노‧슬픔‧자책 등 관리가 안 되면 자존감을 갉아먹을 수 있는 감정에 맞장구를 잘 친다. 관리하지 않으면 일상을 흔들 수 있는 감정들만 증폭시키는 ‘재주’가 있다는 것. 그래서 교활하다는 것이다. 우울을 겪고 있는데 분노가 치미는 일이 있었다면, 사그라들었을 때 자신이 느꼈던 분노를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이 정도로’ 분노할 만한 일이었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일찌감치 우울의 여러 특징을 눈치챘던 나는, 우울로 인해 분노‧슬픔‧자책 등의 감정이 증폭된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를 막아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분노‧슬픔‧자책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게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이런 감정이 증폭되거나 표현하는 방식이 나든 타인이든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분노‧슬픔‧자책 같은 감정은 관리가 필요하며 이런 감정을 잘 표현하려면 평소 훈련이 필요하다.
하고 싶은 말은, 우울을 겪고 있다면 화가 나거나 슬픔이 커지려 할 때 잠시 ‘스톱’ 시키는 ‘탈출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타임 아웃’을 자신에게 외치는 것으로, 현재 감정에서 잠시 벗어나야 한다. 격한 감정에 휩쓸려 나중에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자는 의미다.
나는 힘들 때마다 스캇 펙이 쓴 ‘아직도 가야 할 길’이라는 책을 펼친다. 항상 가지고 다닌 이유다. 책에는 느낀 점을 기록한 흔적이 많다. 내 인생의 ‘나침반’인 이 책을 개빡치거나 좌절할 때마다 펼친다. 마음이 편해지면 격앙됐던 감정에 어떻게 대응할지 따져보고 결정한다.
우울을 겪든 겪지 않든 격한 감정으로 힘들 때 자신을 잡아주는 ‘무엇’이 꼭 필요하다. 내면이 단단해도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들은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부정적인 기운이 있는 감정들이 일상을 흔들 일이 많아진다. 자신을 지켜주는 ‘탈출구’를 반드시 만들기를 바란다. 그게 뭔지 잘 모른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 중에서 골라볼 것을 권한다. 만약 책을 보는 게 방법이 될 것 같다면 전자책이 아닌 종이책으로 보는 게 효과적이다. 우리의 오감(五感)을 이용했으면 한다. 좋아하는 책의 종이 질감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우리 인간은 정말 예민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