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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로 집중↓…데드라인 30분씩 앞당겼다

◆일러두기

보건의료 전문기자로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로부터 취재했던 내용 그리고 우울증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터득하고 깨우치며 고안한 ‘관리 노하우’를 담았다. 핵심만 전달하려 한다. ※우울증을 겪지 않아도 노하우를 일상에 적용한다면 도움 될 부분이 있을 것이다.

우울을 겪으면 일부 약 부작용‧병의 증상 등의 영향으로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집중력 문제가 없는 사람들도 있음). 24시간 뉴스만 방송하는 보도전문채널 기자로서 집중력과 순발력은 ‘생명’이었는데, 집중력이 떨어져 ‘비상’이었다.


▲방법은?

나는 일을 끝내야 하는 ‘데드라인’을 30분씩 앞당겼다. 만약 부서장에게 승인받아야 하는 뉴스 리포트의 마감이 오전 11시까지였다면 그 시간을 오전 10시 30분으로 잡는 것이었다. 마감 시간이 30분 줄어든다는 건 집중력이 총동원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예를 들면?

(사무실 내근할 때 오전 업무 예) 업무 시작 전, 보온병에 반나절 마실 커피를 담아놨고 책상에는 물병들을 비치했다. 음료를 마시기 위해 오가는 시간을 없앤 것이다. 화장실도 미리 갔다. 친한 동료들에게는 점심시간에 사적인 대화를 하자고 미리 메시지로 양해를 구해놨다. 업무에 필요한 자료들은 보이는 곳에 쌓아뒀고 영상 자료들을 빨리 검색할 수 있도록 컴퓨터마다 세팅했다. 노트북을 켜자마자 최대한 업무에 집중하는 환경을 만든 것이었다.

그때 나는 전투에 임하는 자세였다. 가뜩이나 업무 강도가 센데, 마감이 늦어지거나 제작하는 뉴스 리포트의 질이 떨어지면 큰일이다. 이른 아침부터 점심시간 전까지는 바짝 긴장했다. 실수하지 않고 마감 시간을 지키자는 게 목표였다.

내가 정한 마감 시간까지 업무를 마무리한 후부터는 실수한 게 없는지 꼼꼼하게 살폈다.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건 ①업무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 그리고 ②평소 하지 않는 실수를 하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나는 평소 실수를 거의 하지 않았는데, 우울을 겪으면서 실수를 저질렀다. 한 번은 부서장한테 걸렸고 나머지는 내가 리포트를 넘기기 전에 모두 찾아내 바로잡았다.

이 방법의 효과는 컸다. 장점이 또 있었다. 자신감이 생겼다. 요즘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쓸 때도 이 방법을 써먹는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분야의 책을 읽을 때도 그렇다.

▲당부의 말은?

우울을 겪지 않더라도 일을 할 때 속도가 붙지 않는다면 시도해 볼 것을 권한다.

우울은 집중력을 떨어뜨리면서 자신감을 잃게 만든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출근하면서 오늘 예정된 업무들, 예측 가능한 업무들을 시간 순서대로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하길 권한다. 나는 전날 잠자리에 들면서 머릿속으로 그려두고 출근하면서 다시 한번 검토했다. 돌발상황이 생겨 그날 업무들이 바뀌더라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자신감 확보 차원에서도 그렇다.


업무 ‘데드라인’ 30분씩 앞당기는 것, 이게 몸에 배면 일상에서 ‘건강한’ 긴장을 유지한 채 일할 수 있다. 적절한 긴장은 업무 효과를 끌어올리면서 삶에 활기를 선사한다.

“우울에 항복하지 말아요. 관리만 하면 별거 아닌 놈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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