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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수 May 22. 2022

비행기의 최고속도, 최저속도는?

[질문 있어요! #10] 잡다한 비행 이야기 일문다답


비행기의 최고 속도는 비행기가 부서지기 직전의 속도이고,  최저속도는 비행기가 떨어지기 직전의 속도라고 보면 된다.


부서지기 직전이란 공기의 저항으로 기체에 변형을 일으킬 정도의 하중이 걸리는 속도이고, 떨어지기 직전이란 날개 표면을 흐르는 바람이 느려져 더 이상 양력을 일으키지 못하는 속도, 즉 후드득하고 추락하는 실속(Stall) 속도이다. 안전을 위해 항상 이 두 가지 속도 사이에서 비행해야 한다.


흔히 최저속도를 경험하는 구간은 이륙할 때와 착륙할 때이다. 이륙할 때에는 속도를 쭉 밟아 최저 속도를 초과한 후에 떠오르는 것이고, 착륙할 때는 가능한 최저속도에 가깝게 유지하다가 바퀴가 닿으면서 최저속도 아래로 감속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착륙할 때가 가장 불안정한 비행단계인 것이다.


최고속도는 자동차처럼 엔진의 출력과도 연관이 있지만, 하늘이라는 3차원 공간에서 운동을 하다보니 중력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즉, 같은 추력으로 기수를 내리고 강하를 하면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다. 다이브하는 자세로 급강하하면 기체에 무리를 주는 최고속도를 초과할 수도 있다. 그래서 비상 급강하를 할때, 속도계의 레드라인을 넘지 않도록 강하각을 조절한다.


비행 중에 최저속도 보다 느려지거나 최고속도를 초과하면 항공기의 조종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너무 느리면 조종면(control surface)을 흐르는 바람도 느려져 조타 효과가 떨어지고, 기체가 불안정한 자세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너무 빠르면 조종면을 흐르는 바람이 너무 세져서 조종면이 먼저 변형되거나 부서질 수 있고, 강한 공기 저항으로 아예 조타성을 잃을 수도 있다. 두가지 조건 모두 조종성을 잃을 수 있어 위험하다.




그래서 그 속도가 도대체 얼마냐고? 에고, 그건 비행기마다 다 다르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세스나 경비행기는 시속 80Km만 되어도 뜨고, 공중에서 빨라봐야 시속 300Km 정도였던 것 같다. 각자 구글로 찾아보도록. 그렇다면 여객기는? 최저 속도는 보통 시속 250Km 정도이고 최고 속도는 시속 700Km 혹은 마하 0.9 정도이다. 하지만 여기서 분명 누군가 반발할 거임. "거짓말! 지난번에 비행기 탔는데 기당님이 시속 1,000Km로 순항한댔쪄요!" 아... 결국 글이 또 길어지네.


그것은 지구라는 공간 안에서 물체가 이동한 절대 거리를 따져서 계산한 '지상 이동 속도'이고, 내가 말한 것은 바람을 타는 '공기속도'다. 날아갈 때 바람이 날개에 닿는 속도, 즉 바람이 내 얼굴을 때리는 속도이다. 비행기는 같은 공기속도를 유지하더라도 뒷바람이 불면, 혹은/그리고 공기밀도가 낮으면(즉, 고도가 높으면) 지상 속도가 빨라진다. 기당님 말씀처럼 지상 속도가 1,000km까지 나오는 것은 뒷바람도 타고, 고도도 높기 때문이다. 비행기의 최고속도와 최저속도 모두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물리적 특성과 관련된 것이며,. 비행기를 조종할때 비행기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바로 이 ‘공기속도’를 맞추는 것이다. 따라서 비행기 계기판에도 여러가지 속도 중에 ‘공기속도’를 가장 크고 중요하게 표시한다. 이건 별로 어렵지 않으니 여기까지만.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 고고도에는 공기가 매우 희박한데, 그 희박한 공기가 시속 700Km로 비행기를 때리려면 도대체 얼마나 빨라지겠나? 공기속도로 시속 700Km면 11,000 미터 상공에서는 지상 속도가 엄청 빨라질 것이다. 그래서 성능이 허락하는 한 비행기는 높은 고도로 순항할수록 경제적이다. 단, 고고도로 올라갈수록 조금씩 음속이 느려지는데, 너무 빨라지면 자칫 음속을 돌파해 버릴 수 있다. 최고 속도에 다다르기 전에 먼저 음속을 돌파할 수 있는것이다. 그래서 비행기는 9,000 미터 정도 이상의 고고도로 올라가면 공기 속도 대신 마하 속도로 최고 속도를 따진다. 보통 속도계에 마하 0.87~0.90을 넘지 않도록 하여 기체의 어느 부분도 음속을 돌파하지 않도록 한다. 왜냐하면 최고 속도를 정하는 이유가 비행기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인데, 음속을 돌파할 때 생기는 소닉붐(Sonic Boom)이 기체에 충격을 주고 엄청난 연료소비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소닉붐(Sonic Boom)이란, 물체가 음속을 돌파할 때 강한 에너지를 발생시키며 분출하는 폭발음이다. . 참고로 지상에서는 음속이 공기속도로 대략 초속 340m, 시속으로 하면 1,225km 정도지만, 고고도에서는 이보다 느리다. 간단한 음속 공식은 v(m/s) = 331.5 + 0.6t(t=섭씨온도)이고, 기온이 낮아질수록 음속도 느려진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온도가 내려가니 고고도에서는 지상보다 느린 공기속도에서 음속을 돌파할 수 있는 것이다. 고도가 1,000m 높아질 때마다 기온은 대략 섭씨 6도씩 떨어지니 더 계산하고 싶은 사람은 각자 해보라.


비행기가 음속을 돌파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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