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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수 Jun 27. 2022

비행기가 왜 착륙을 안 하고 빙빙 맴도나요?

[질문 있어요! #19] 잡다한 비행 이야기 일문다답


무슨 질문인지 정확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빙빙 맴돌다니? 그래서 승객이 창문 밖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았다. 저 멀리 도시가 보이기 시작하면 점점 고도를 낮추어 바로 착륙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왠지 비행기가 빙글빙글 주변을 맴도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공항 옆을 지나쳤는데 내리지 않고 점점 더 멀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것이 궁금하다면 대답할수 있는데, 뭐 그리 큰 반전 없으니 이글의 조회수가 좀 걱정이 된다. 그래도 큐.




공항에 활주로가 하나가 있다면 한쪽 방향만 이착륙에 사용한다. 여러 개의 활주로가 평행으로 놓인 공항도 같은 방향의 활주로들만 사용한다(단, 평행이 아닌 X자 모양으로 여러 개의 활주로가 놓여있는 공항은 두 개의 방향을 동시에 쓸 수도 있다). 바람의 방향 때문이다. 비행기는 맞바람을 맞으며 착륙해야 안전하므로 조금이라도 맞바람이 부는 쪽의 활주로를 사용한다. 만약에 어쩔 수 없이 뒷바람을 맞으며 착륙을 해야 한다면 제한이 따른다. 기종에 따라 보통 초속 5미터에서 초속 7미터 정도의 뒷바람까지 착륙이 허용된다. 뒷바람 초속 5미터 당 착륙 거리가 대략 20%나 늘어나기 때문이다. 착륙할 때 계기상 일정한 속도를 유지해도, 뒷바람이 불면 물체의 실제 이동 속도가 더 빨라지고 운동에너지도 더 커진다. 시속 100킬로로 달리는 자동차와 50킬로로 달리는 자동차가 브레이크를 밟아 완전히 정지하는 거리를 비교해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렇다면,  바람이 매우 약하거나 불지 않으면 아무 활주로나 착륙해도 되나? 노노. 그래도 한 방향의 활주로를 사용한다. 교통의 흐름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여러 방향에서 중구난방으로 이착륙을 하면 정리가 안되서 많은 교통량을 감당할 수 없다.

 


LA 공항을 예로 들어보자. 시애틀에서 오는 비행기는 북쪽에서 올 것이고, 멕시코시티에서 오는 비행기는 남쪽에서, 덴버에서 오는 비행기는 동쪽에서, 하와이에서 오는 비행기는 서쪽에서 올 것이다. 전방위에서 오는 비행기들은 각자 유리한 방향의 활주로에 착륙하는 것이 아니고 무조건 한 방향의 활주로를 사용해서 착륙해야 한다. LA공항은 보통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안고 착륙하므로, 공항 동쪽 활주로 연장선으로 모여 차례대로 착륙한다. 일렬로 나란히 줄을 선  비행기들은 서로 적정 간격을 유지해야 하는데, 공항에 따라, 그리고 비행기 크기에 따라 보통 6Km에서 14Km 정도의 간격을 맞춘다. 코로나 시대에 거리를 두고 줄 서기를 하는 것처럼, 혹은 에스컬레이터에서 밀려 넘어지지 않도록 간격을 두는 것처럼 말이다. 항공기들을 줄 세우고, 간격을 유지시키는 것은 입출항 관제사의 역할이다. 관제사가 무선통신으로 지시하는 방향과 속도에 맞추어 조종하다 보면 어느새 나도 활주로 연장선상에 줄을 서서 착륙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  



사실, 효율적인 공항 접근을 위해 공항마다 고유의 표준 입항 절차가 있다. 각 방향에서 입항하는 비행기들이 이와 같은 표준 입항 절차에 따라 정해진 루트로 비행하면 결국 활주로 연장선상으로 하나 둘 차례로 모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교통량이 많으면 이 절차를 따라도 특정 지점에 병목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때 관제사가 개입하여 비행기들을 루트에서 빼내는데, 비행기들을 체공시키거나 이리저리 돌리면서 줄을 새로 짜 맞출 수 있다. 이럴 때 비행기가 주변을 맴도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겠다. 또한, 마지막 접근을 위해 보통 활주로 연장선 20 Km 밖에 비행기를 정대시키던 것을 40km 바깥까지 길게 늘일 수도 있다. 즉, 더 멀리서부터 줄을 세우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승객의 입장에서는 다 온 것 같은데 오히려 더 멀어지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표준 입항 절차 자체가 꼬불꼬불 미로처럼 구성된 경우도 있다. 교통량이 많아 줄을 길게 세워야 하는데, 공간이 좁기 때문이다. 놀이공원에서 인기 있는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줄 서는 것과 같다. 유럽처럼 국경이 촘촘하여 공역이 비좁은 지역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도착하는 항공기의 줄을 이웃나라까지 침범하며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름난 맛집에서 옆 가게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손님 대기줄을 세우는 것과 같다. 어떤 공항은 절차가 지그재그는 아니지만, 공항에서 머얼리 50km~100km까지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도록 되어있는 경우가 있다. 지리적인 이유, 혹은 관제 목적상 한쪽 방향으로 멀리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도록 입항 절차를 설계한 것이다.



인천공항도 비슷한 경우이다. 북한 지역이 비행 금지 구역이므로 공간 활용에 제한이 있다. 기타 여러 가지 지리적인 이유로 인천공항의 입항 절차도 복잡하기가 만만치 않다. 이처럼 입항 절차가 까다로운 가장 큰 이유가 교통량 때문인데, 그렇다면 한밤중처럼 한적한 시간에는? 비행기도 없는데 이 복잡한 루트를 그대로 따라야 할까? 물론 아니다. 그럴 경우 친절한 관제사들이 복잡한 줄 서기 라인을 풀고 지름길을 열어준다. 따라서 한밤중에 착륙할 때 주변을 빙빙 맴도는 경험을 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만약 기상이 나쁘면 병목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안개  , ,  오는  차가  막히는 것처럼 말이다. 예를 들어 공항 주변에 천둥 번개가 치는 먹구름이 생기면  지역은 비행할  없다. 그만큼 관제에 사용할  있는 공간이 줄어드는 것이다. 안개가 끼면 안전을 위해 비행기 간격도  넓게 유지해야 한다. 착륙한 비행기가 활주로를 빠져나가는데 거북이 걸음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상이 나쁘면 평소보다 속도도  줄여야 하고,  이리저리 맴돌거나 아예 체공(Holding) 해야  수도 있다. 중국 관제사들은 비행기들에게 각자 위치에서 잠시 360 궤도(Orbit) 돌고 있으라고 지시할 때도 있다. 그런 날은 관제사도, 조종사도 고생이 많다.  사람들 보너스 줘야 한다.   보이지만.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에 레이더로 감지된 구름들이 보인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갈 때 자주 느꼈을 것 같다. 다 와서 창밖에 제주도 한라산이 보이는데 점점 거꾸로 바다 쪽으로 멀어져 가는 것 말이다. 제주 공항 역시 교통량이 많다. 착륙하기 위해 줄을 서려면 저 멀리 뒤로 가야 한다. 새치기했다가는 큰일 난다. 관제지시를 어기면 딱지를 떼는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본의 아니게 관제사의 지시를 잘못 알아들었다고 해도 용서받지 못한다. 안전에 중대한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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