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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Dec 29. 2020

의사가 날 확진자로 순간 의심하고 난 순간 황당해하다

코로나19 시대에 이비인후과 방문하기

요 며칠간 저녁 먹고 소화가 덜 된 상태에서 밤에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다 같이 자다 보니 속이 쓰렸다. 동네 이비인후과로 약을 타러 갔었다.


이전에도 몇 번 (동네에서 사실상 유일한) 이 이비인후과에 갔었다. 의사 선생님은 친절하긴 한데 나랑 궁합이 잘 안 맞는 거 같다. 일단 이런저런 질문을 많이 하다가 내 답변이 길어지면 자른다. 그리고 반짝반짝한 내시경을 내 코, 귀나 목에 집어넣으면서 눈 감고 있는 나보고 눈 뜨고 보라고 한다. 솔직히 나의 아름답지 않은 몸속을 보고 싶지 않은데 굳이 보라고 한다. 의사가 아닌 이상, 내 눈에는 내 몸속이 다 같은 핑크 색으로 보이는데...


오늘도 의사 선생님은 페이스 실드와 덴탈 마스크를 쓰고 계셨다. 문제는 이렇게 의사 선생님이 착용하고 있으면 내가 잘 안 들린다는 점이다.

쿠팡에서 페이스쉴드 10개에 35,000원

내가 속이 쓰리다고 하니 혀를 내밀라고 한다. 그리고 크고 아름다운 내시경을 목에 밀어 넣는다.그리고 의사 선생님은 뭐라고 웅얼웅얼하는데 난 안 들린다.

당시 상황

계속 거다란 도구가 내 혀를 누르고 있으니 기침이 나오기 시작한다. 쿨럭쿨럭. 쿨럭쿨럭. 의사 선생님은 바로 뒤로 물러나서 연타로 질문을 날린다.


최근 고열이나 기침은 있었나요? 어디 사람 많은 데 갔었나요? 다른 증상은 없나요?


그 내시경 때문에 내 목이 아파서 기침한 거잖아!!!라고 말하고 싶지만 난 기침하느라 길게 말은 못 하고 아니요, 아니요라고 짧게 대답했다.

내 진심이 통했는지 의사 선생님은 안도하는 표정이다. 다시 또 내시경을 집어넣는다. 이번에는 의사 선생님이 뭐라고 말하는지 그럭저럭 들린다. 아~~~ 아~~~ 하라고.


이번에는 짧게 끝났다. 그리고 약을 처방한다. 다행히 코로나19 검사를 하라고 하진 않는다.


밖에 대기하던 환자들은 내 기침 소리를 들으면서 초긴장했겠지.


내년 2월부터 한국도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고 한다.  그리고 여당은 4월부터 일반인도 접종을 할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했다고 한다. 내가 4월 1일 바로 접종을 하고 증명서를 떼어가면 의심을 안 받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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