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계약했다 취소하려고 고민한 두 집
2021년 6월에 두 대의 차량이 우리 대가족에 들어올 예정이다. 현대차 아이오닉5. 그리고 테슬라 모델 Y.
2월에 우리가 먼저 모델 Y 예약을 했고, 장모님은 아이오닉5를 사전 예약했었다.
예약을 하고 우리 집이나 장모님이나 모두 여러 번 취소할까 말까 고민을 계속했었다.
1. 장모님: 현대차 아이오닉5이냐 하이브리드냐
아이오닉5이 부품 공급 중단 및 생산 문제로 출고 지연이 되었다. 장모님께서는 이미 가지고 있던 주행거리가 짧은 구형 아이오닉을 중고차 시세가 더 하락하기 전에 하루빨리 팔고 싶으셨다. 엎친데 다 친 격으로 아이오닉5 주행거리는 계속 떨어졌다. 500km 예상에서 430km에서 405km... 아니, 비트코인이나 주식 하락장도 아니고...
난 이렇게 되면 장모님이 취소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리콜당한 코나 전기차도 405km인데...
그래서 난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장모님께 제안을 해보자고 했다. 어차피 그랜저 하이브리드 가격이 아이오닉5의 전기차 보조금 반영 후 가격과 비슷하니, 그랜져로 하면 어떨지. 가까운 분이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운전하는데 대만족하고 있고. 주행거리를 걱정하시는데 주유 걱정 없는 차가 낫지 않겠냐고 했더니 전기차 딜러 아내도 마지못해 수긍했다. 우리 부부가 전기차를 원한다고 장모님에게도 강요할 순 없지 않겠는가.
장모님에게 타진해보니, 확답을 안 하신다. 다른 생각이 있으신 듯하다. 몇 주에 걸쳐 아내가 장모님과 이야기를 한 것을 정리해보니,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다음 이유로 아웃이다.
1) 기름값이 나가는 게 부담된다. 이미 구형 아이오닉을 운전해보니 주유비 측면에서 꽤 쏠쏠하셨다. 심지어 집밥(비공용 충전소)이 있으니 편리하다.
2) 차체가 높은 차가 좋다. 평생 세단을 운전하시다가 현대자동차 매장을 가서 제네시스 GV80에 앉아 보시고 세단의 매력이 떨어졌다. GV80은 비싸서 일치감치 아웃.
3) 단, 차가 너무 멀리 가면 안된다. 운전을 못하시는 장인 어르신을 (그래서 장모님이 평생을 운전하셨다) 계속해서 먼 거리까지 모셔다 드리기 이제는 어렵다. 전기차는 주행거리라는 한계가 있어서 먼 거리까지 안 모셔도 된다. (내 생각에는 이 이유가 제일 커 보인다)
4) 외제차는 싫다. 정비 등을 고려하면. 테슬라는 이미 한참 전에 탈락. 게다가 현대차 딜러가 친절하게 응대한다. 테슬라는... 많은 인내심이 요구된다.
그래서 난 투싼 하이브리드를 알아봤다. 원하시는 가격과 차체 높이를 맞추었지만, 차를 받을 수 있는 게 6개월 후라고 한다. 한 달에 10대 생산하나?? (실제로는 3000대 정도 생산한다)
아내는 다시 (진짜) 현대차 딜러에게 연락을 해서 상황을 물어봤다. 지금 물량이 없어서 빨리 결정을 해야 한다고 한다. 취소하면 대기자들이 줄 서 있다고 한다.
아내는 며칠간 현대차 딜러보다도 더 바쁘게 색상과 옵션을 알아보았다. 장모님은 전기차 딜러인 아내에게 전권을 맡겼다.
주행거리가 그나마 제일 나오는 후륜구동 2WD로 낙찰. AWD는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 2WD는 6월에 나올 수 있다고 한다.
보조금 반영해서 아이오닉5 4100만원이니, 대략 주행거리 1km에 10만원을 낸다. 모델 Y 경우 보조금 반영해서 약 6900만원 1km 당 13.5만원이다.
이런 계산법으로 따지면 아이오닉5가 가성비가 있다고 해야 하나.
2. 아내: 테슬라 모델 Y 구입이냐 주식&비트코인?
우리에게 모델 Y는 밀물과 썰물의 관계이다. 달 때문에 밀물과 썰물이 생기듯, 아내라는 변수에 의해 테슬라 계약을 취소할지 말지 여러 번 고민했다.
막상 지르고 보니, 자금에 대한 고민이 또다시 생겼다. 그렇다고 집밥도 못 먹는데 굳이 주행거리 짧은 전기차를 구입하긴 싫었다. 그리고 환경을 생각한다면 다시 내연기관차로 돌아가긴 싫고. 하지만 현실은 자금을 어떻게 끌어오느냐. 난 할부와 리스를 알아봤다. 때마침 아내가 부업으로 수입이 좀 생기기 시작해서 할부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얼마 안 지나서 아내가 주식을 하자고 한다. 차라리 테슬라 주식을 사자고 한다. 아니. 전기차 사자고 바람 잡더니 주식을 하자고 한다. 난 꼬낏꼬낏 쟁여둔 차량 선수금을 키움 계좌로 옮겨 넣었다. 그랬더니 떨어졌던 테슬라 주식은 다시 야금야금 올라간다. 아내는 그냥 차를 사자고 한다. 난 키움 계좌에서 다시 돈을 뺐다.
그런 와중에 이번 달초 잠잠하던 테슬라로부터 연락이 왔다. 전기차 보조금을 빨리 신청하라고 한다. 서울은 562만원. 아이오닉5의 반밖에 안된다. 난 허둥지둥 서류를 준비해서 보냈더니 테슬라는 또 잠잠하다.
시간이 얼마 지나자 이번에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알코인을 하겠다고 한다. 이번엔 아내가 차 사라고 나에게 예전에 송금한 돈을 다시 내놓라고 한다. 본인이 알코인을 하겠다고 한다.
다음날, 난 고이 모셔둔 아내 돈을 아내 계좌로 다시 송금한다. 그리고 테슬라 홈페이지 가서 100만원 계약금을 취소하려고 마우스를 클릭하려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후...
그러고 있는데 문자 한 통이 왔다.
이제 2달 이내에 전기차를 수령하지 않으면 보조금이 없어진다. 테슬라는 배에 차를 실었을 것이고 우리도 6월이면 받게 된다.
결국 돌이킬 수 없다. 이제 더 이상 취소는 없다.
난 한 달째 유튜브에서 전기차 콘텐츠만 봤다. 이렇게 공부했으면 하버드를 간 게 아니라 어느 학교도 못 들어갔겠지. 공부는 안 하고 유튜브만 봤으니.
6월이면 두 대의 전기차가 온다. 영화 분노의 질주의 도미닉과 브라이언의 대결을 재현해볼 수 있겠다. 다만, 고속도로에서는 모델 Y가 불리하겠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이피트 충전소에서는 충전이 안되니...
아내는 전기차 딜러: 첫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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