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당신에게 돈을 주겠다는 이메일을 받으면 바로 삭제하자
오랜만에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인의 지인이 받아야 할 거금이 있는데 중간에 외국에 있는 변호사가 돈을 갖고 튄 거 같다고 한다. 나에게 이메일과 문서를 몇 개 보내주면서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는지 확인해달라는 것이었다.
부정적인 사안에 관한 촉은 누구보다도 뛰어난(?) 나는 바로 감이 왔다(이게 단점이라면, 아내에게 구박을 받는다. 매사에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생각한다고..) 그나저나, 이거 사기 같은데...
이메일을 읽어보니, 발송인은 68세 영국인 여자이며, 본인이 곧 암으로 죽을 예정인데 교통사고로 죽은 남편에게 받은 유산을 그 지인에게 믿고 맡기고 싶다는 내용이다. 지인의 연락처는 죽은 남편의 방명록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구구절절하게 곧 죽을 텐데 주변은 믿을 사람 하나도 없고... 마치 이 세상 모든 불행한 일이 이 한 사람에게 다 몰린 것처럼 되어 있었다.
이 지인이 돈의 60프로는 영국 할머니가 지정한 단체에 활용해야 하며 나머지 40프로는 지인이 수고료로 가져도 된다고 하였다.
총금액은 자그마치 14,189,994,000원.
140억원의 40 프로면, 그 지인이 세전 56억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지인한테는 이것만 가지고 사기라고 하긴 그러니 다른 문서들도 찬찬히 살펴봤다.
보기에는 진짜 같아 보이는데 뭔가 어색해 보인다.
난 일단 서류 하나에 은행 주소가 보여서 구글에 은행과 주소를 돌려봤다. 이렇게 해 본 이유는 예전에 로펌에서 근무할 때 국내 투자자가 진본이라면서 들고 온 해외 은행 문서에 적힌 주소를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그 위치에 은행이 없어서, 바로 은행에 직접 문의해보니 은행이 사기라고 알려준 경험이 있었다.
이번에는 해당 주소에는 그 은행이 있긴 했다. 일단 은행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해당 주소의 지점은 서류에 적혀있는 날짜보다 훨씬 전에 폐업되었다고 안내가 되어 있었다.
난 지인에게 바로 이 사실을 알려줬다. 부디 지인의 지인이 금전적 손해가 없어야 할 텐데...
그리고 나는 저녁에 그 영국 할머니 이름을 구글에 돌려보니 똑같은 이메일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해당 사이트들은 “SCAM” (사기)라고 대문짝만 하게 적어놓았다.
모두 조심하고 또 조심. “친애하는 나의 친구여...”로 시작하는 이메일이 들어오면 바로 삭제하고 우리는 하던 일을 마저 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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