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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Aug 27. 2021

아프간인 391명 이송으로 본 공군 수송기 이송사

하지만 난민 이슈를 외면하고는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다

아프가니스탄 주재 한국 기관에서 일했던 아프간인과 가족 378명이 26일 한국 땅에 발을 디뎠다. 입국 대상자 391명 가운데 이날 입국한 인원을 제외한 13명은 다른 군 수송기를 타고 27일 오후에 입국한다. 이로써 아프간인 391명에 대한 국내 이송 작전(작전명 '미라클')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정부가 분쟁지역의 외국인을 대규모로 국내 이송한 것은 처음이다. (한국일보 2021. 8. 26.)


KC-330 시그너스 공중급유기 겸 수송기가 2018년 말에 공군에게 도입되기 전까지는 공군은 제대로 작전을 펼칠 수가 없었다. 시그너스는 파키스탄에서 인천공항까지 11시간 논스톱으로 갈 수 있는데 반해 같이 작전에 참가한 C-130J 두 대는 중간에 주유를 해야 하기 때문에 17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다만 탈레반이 격추를 할 수 있는 우려 때문에 플레어 등이 장착된 C-130J가 파키스탄과 카불 공항을 왔다 갔다 했다.


최근 공군이 맡은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있다. 상징적인 홍범도 장군 유해 송환, 그리고 현실적으로 위험했던 아프간인 391명 이송 작전.


대규모로 외국인을 이송한 작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면 전세기가 아닌 공군이 과거에 직접 수송기를 동원해서 민간인들을 이송한 작전이 무엇이 있었는지 찾아보았다.




1. 얼마 전 코로나19에 감염된 청해부대원 300여명을 시그너스 2대로 이송한 바 있다. 엄밀히 따지면 민간인 구조 활동은 아니지만 일단 전투력을 상실한 부대원 전원을 데리고 오는 것이니 포함시켰다.



2. 2020년 7월 23일에는 시그너스 2대가 코로나19 감염에 노출된 이라크 파견 근로자와 교민 293명을 이송했다.



3. 시그너스가 없을 때는 상대적으로 작은 C-130을 활용했다. 찾아보니 두 차례가 있었다. 2018년 태풍으로 인해 고립된 관광객 300여명을 위해 한 대를 띄워서 4-5회에 걸쳐 괌으로 이송했다.



4. 그리고 2013년 11월, 이 당시에도 태풍으로 인해 타클로반, 필리핀에 있던 교민들을 위해 C-130 수송기 2대에 의료진 20명과 119 구조단 14명, 외교부 직원 2명 등 40명으로 구성된 긴급구호팀을 파견하여 마닐라로 이송한 바 있다.


출처: 중앙일보 2013, 11. 21.자


항속거리가 길지 않던 C-130 비해 훨씬 더 크고 멀리 날아가는 KC-330 시그너스 백조자리라는 뜻을 갖고 있다. 우아한 백조처럼 비상해서 국민들을 위해,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가서 맹활약하고, 군의 역할이 이런 쪽으로 더 확장되기를 기대해본다.


출처: 픽사베이


그렇다고 이러한 활약이 공군 내 발생한 성범죄를 덮을 순 없다. 위 성공한 작전들처럼 신속하고 제대로 가해자 및 관계자들을 엄벌해야 한다.




특별공로자 지위를 부여받은 아프간인 391명이 국내에 들어왔다. 이번 계기로 난민 수용에 대한 공론화를 제대로 해야 할 타이밍이다.


알앤써치가 MBN·매일경제 의뢰로 지난 23일부터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1천114명을 대상으로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아프간 난민 수용을 요청할 경우'에 대해 질문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31.4%는 수용에 반대했다. 또 응답자의 30%는 '한국 정부와 관련됐거나 전문직 위주로 선별 수용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수용해야 한다'는 답변은 27.3%로 나타났다.(매일경제 2021.8.26.)


국민 61.4%가 반대 또는 특별한 경우에는 선별적 수용을 원한다.


2018년 제주 예멘 난민 사태 이후 실시한 두 차례 여론조사를 보면, 2020년 12월에는 33%는 난민 수용에 찬성, 53%는 반대했다. 그리고 2018년 제주 예멘 난민 사태 당시엔 찬성 24%. 반대 56%였다.


즉, 난민 수용에 대한 반대는 최근 몇 년간 67~76%선이었다. 당시 제주에 들어온 예멘인 500명 중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례는 언론인 출신 단 2명이었다. (BBC뉴스 2021. 8. 25)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이유로는 국민의 경제적 부담(64%), 범죄 등 사회문제 우려(57%) 등이 꼽혔다.


무엇보다 반대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이슬람에 대한 거부감으로 보인다. 이슬람 문화연구소 소장이자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이희수 명예교수가 잘 정리했다: “9.11 테러와 ISIL의 테러, 특히 탈레반에 의한 2007년 한국인 선교단체의 집단 납치와 2명의 한국인 살해가 이슬람 반대 정서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며 "그래서 한국 사회에서 '이슬람=테러리즘' 인식이 상당히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BBC뉴스 2021. 8. 25)


반면, 난민 수용 찬성 이유로는 난민 인권에 대한 존중(74%)과 난민협약 가입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책임(56%) 등이 있었다.


앞으로 내전뿐만 아니라 기후위기로 인한 난민은 더 발생할 것이다. 국제 빈민구호단체 옥스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가 지난 10년간 난민을 발생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했다. 그리고 매년 20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집을 잃고 이재민 혹은 난민이 되고 있으며,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저소득 국가에서 특히 심각하게 나타난다고 밝히고 있다.(에너지단열경제 2020. 1. 18.)


앞으로 난민들은 다양한 이유로 계속 발생할 것이고, 계속해서 카테나치오(빗장수비)를 하는 것은 우리나라에게 장기적으로 득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원하지 않던 준비가 되지 않던 우리는 난민들에 대한 고민을 늦었지만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세계가 기후위기와 경제적으로 더 촘촘히 엮이는 상황에서 GDP 기준 세계 12위인 우리가 이런저런 이유로 난민을 안 받아들일 경우, 다른 국가들, 특히 선진국들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이 말을 하는 이유는 우리는 타국, 특히 선진국을 매우 의식하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구성원으로, 과거 625 전쟁 때 도움을 받은 국가로서, UN 난민협약에 서명한 국가로서 대한민국은 최소한의 의무를 해야 하지 않을까.


조금만 더 받아보자. 그리고 이들을 대한민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선진국이 된 마당에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일단 1000명 더 받으면 어떨까…





홍범도 장군과 전투기 예우사

https://brunch.co.kr/@jitae2020/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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