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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Oct 24. 2021

윤석열 사과 논란으로 본 공인의 잘못된 사과 사례들

잘못된 사례들: 손편지, 직업으로 사죄, 안 지킨 약속,  엉뚱한 대책

오랜만에 다시 글을 쓴다. 그동안 오징어 게임 보느라, 보고서를 또(!) 쓰느라, 아내가 교통사고로 입원해 있어서(퇴원 후 여전히 통원 치료하고 있으며 베키(테슬라 모델 Y)는 트렁크가 찌그러진 체 돌아다닌다), 그리고 브런치에 대한 열기가 식은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그동안 셀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다 (국민의 짐의 짐이 된) 윤석열 대선 후보의 전두환 망언>본인 억울>송구>유감>사과의 희화화(1탄, 2탄, 3탄) 테크트리를 보면서 오랜만에 다시 글을 썼다.


진정성 있는 사과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공인들의 잘못된 사과 사례들을 정리해보면 진정성 있는 사과를 구성해볼 수 있지 않을까.


평소 공인들의 사과에 대한 글을 쓰려다가 계속 미루고 미루다가 이번에 쓰게 되었다. 나는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사과, 특히 미국 프로야구 선수들의 스테로이드 복용 사과, 그리고 강정호의 3회 음주운전 사과를 보면서 공인들의 사과 내용과 방식에 관심이 갔다.




21세기 미디어 시대에 공인의 사과는 흔한 일이 되었다. 불미스러운 일이 터지면 공인은 사과를 한다. 하지만 워낙 남발하다 보니 사과의 무게감 - 사과의 진정성이 없게 되었다. 이제 공인의 사과는 벌어진 상황을 일단 회피하고 보는 수단이 되었다.


진정성 있는 사과는 어떤 요건이 있을까.


먼저, 사과는 대중에게 먼저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먼저 직접 사과를 하고, 그다음 대중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다. 많은 경우 이런저런 이유로 피해자에게 해야 할 사과를 미룬다. “연락을 해봤지만… 이 사과문을 빌어서…”


그다음, 사과는 대면으로 해야 한다. 피해자가 대면을 원치 않은다면 전화로 해야 한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어도 DM이나 공개 사과를 통해서 사과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다. 피해자가 사과를 받아들일 타임라인에 최대한 맞춰야 한다.


셋째, 피해자가 없이 본인의 불미스러운 행위로 대중의 분노를 자아냈다면, 대면에 가까운 기자 회견을 해야 한다. 소속사, 구단, 변호사 등 제3자를 통해 사과하는 것은 진정성이 퇴색된다. 그리고 기자 회견을 했으면 추가 질문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는 “내 할 말 다 했으니 다 된 거 아냐”라는 메시지만 줄 뿐이다. 사과는 실천이 뒤따라야 진정성 있고, 실천을 포함하여, 피해자의 신상 공개를 하지 않는 선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대중이 궁금해하는 것을 어느 정도 해소해줄 의무가 있다.


넷째, 사과는 간결해야 하고 조건이 있으면 안 된다. “그렇지만…” 혹은 잘못된 사실은 바로 잡겠다(소송하겠다)” 등을 언급하면 진정성이 떨어진다. 법률 소송 리스크를 걱정한다면 확실히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만 워딩으로 대처해도 될 것이다.


다섯 번째, 사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용보다는 속죄를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이행 방법과 사과문을 발표한 이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행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사과는 진정성 없는 면피용 사과다.




부적절한 사과 사례들을 정리해보았다.


1. 손편지로 진정성을 보여주겠다 - 요새 사과하는 연예인들, 스포츠 선수들, 유튜버들에게 유행이다. 손으로 직접 쓰면 진정성이 있어 보인다고 하는데, 솔직히 직접 썼는지도 잘 모르겠다. 차라리 손편지 내용을 기자회견에서 읽는 게 진정성이 있다. 가장 최근 사례로 당시 이원일 셰프와 결혼하기로 예정된 김유진 전 PD가 어릴 적 학폭 가해자 논란을 잠재우기 손편지로 대응했지만 사과문에 억울함을 담아서 오히려 대중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2. 지금 하는 일로 속죄하겠다 - 스포츠 선수들이나 재벌들이 흔히 쓰는 레토릭이다. 다른 건 모르겠고, 사고 치기 전 하던 일로 사죄를 하겠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음주운전자 강정호와 스테로이드 복용자 김재환 선수가 있다. 둘 다 야구로 속죄하겠다고 하는데, 뜬금이 없다. 잘못한 것을 왜 하던 일로 퉁치는지. 계속해서 돈을 벌고 실력을 계속 유지하면 속죄라고 볼 수 있을까. 사과하는 재벌들의 경우에도 속죄 방식이 고용 창출 또는 투자를 늘리겠다고 한다. 근데 진정성을 확인할 수 없다. 원래 고용이나 투자 계획에서 얼마를 더 하겠다고 하는 것인지, 실제로 사건 이후 몇 년 동안 약속이 이행되는지 알 수가 없다.


3. 실천 약속은 하되 이행하지 않음 - 주로 재벌들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건희는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X파일 폭로로 위기에 처하자 경영에서 퇴진했지만 결국 2년 내에 복귀했다.


4. 뜬금없는 대책 - 지금 삼성의 총수 이재용은 박근혜 게이트 관련 사과문을 내면서 자녀에게 삼성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많은 언론에서는 이 방법이 과감한 결단이라고 칭송했다. 하지만 이는 본인의 잘못에 대한 대책이 아니다. 자녀에게 상속하지 않겠다는 게 어떻게 본인의 비리를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그렇다고 20-30년 후에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보장도 없다. 그때 가서 전문 경영인이 마땅치 않아서 자녀에게 상속을 한다고 하면?




잘못된 사례들만 나열했는데, 앞으로는 공인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구체적이고 신속한 대책을 보고 싶다.


마지막으로막상 사례들을 정리해보니 윤석열 후보는 최악의 사과 사례로 남을 듯하다. 마지못한 사과를   사과를 희화화했으니. 그리고 이번 대선후보들  가장  규모의 캠프를 꾸렸다는데 어째 제대로  조언을 하는 관계자도 없었을까. 애초 그런 마인드를 가진 후보였으니 조언이 안 되었을수도…




지금은 은퇴한 음주운전 강정호에 대한 글:

https://brunch.co.kr/@jitae20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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