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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Jun 20. 2020

벽장 밖으로 못 나오는 운동선수들

현역 남자 선수들의 커밍아웃은 언제까지 시기상조일까

애플 CEO 팀 쿡(대문 사진 왼쪽 위)과 다음 운동선수들과는 무슨 공통점이 있을까? 제이슨 콜린스(전 NBA 선수; 대문 사진 오른쪽 위), 마이클 샘(전 프로미식축구(NFL) 선수; 대문사진 오른쪽 아래), 로비 로저스(전 프로축구(MLS) 선수; 대문사진 왼쪽 아래).


이 넷은 본인이 동성애자임을 해당 리그(또는 기업군)에서 처음으로 커밍아웃한 남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팀 쿡은 2014년 10월 포춘 500 CEO 중 최초로, 제이슨 콜린스는 2013년 4월 시즌 종료 후 NBA 선수로 최초로, 마이클 샘은 2014년 2월 NFL 선수 드래프트 되기 전에 NFL 선수로서 최초로, 그리고 로비 로저스는 2013년 2월 은퇴를 선언하고 MLS 선수 중 첫 번째(영국 축구 리그에서는 두 번째)로 커밍아웃했다.


하지만 팀 쿡과 다르게 이 셋은 커밍아웃 후 남은 선수 생활이 짧았거나 아예 프로선수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NBA와 NFL에서는 이후 커밍아웃한 사례는 없다. MLB나 아이스하키에서는 아직까지도 없다. 그나마 MLS에서는 2018년 콜린 마틴 선수가 커밍아웃했다고 한다.


1) 제이슨 콜린스

NBA 센터 제이슨 콜린스는 스탠퍼드대학에서 선수로 뛰었고 2001년 휴스턴이 1라운드 18번째로 드래프 되었다. 14년간 평균 3.6 득점 / 3.7 리바운드 / 0.9 어시스트를 하였다. 제이슨은 수비수로 더 이름을 날렸던 선수이며, 뉴저지, 멤피스, 미네소타 등 7개 팀에서 뛰었다. 2013년 시즌 종료 후 제이슨은 커밍아웃하면서 4대 프로스포츠 현역 선수로서는 최초가 되었다. NBA, 당시 소속된 보스턴 셀틱스,  코비 브라이언트를 포함한 많은 NBA 선수들, 오바마 당시 대통령 등이 그를 지지하고 응원하였다. 하지만 그 해 자유계약 선수가 되고 몇 개월간 뛸 팀을 못 찾다가 2013년 시즌이 시작된 후 브루클린 네츠와 사인을 했다. 그리고 그 해 NBA로부터 은퇴. 은퇴 후 NBA Cares(NBA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 단체) 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보스턴 셀틱스 시절의 제이슨 콜린스

2) 마이클 샘

마이클 샘은 당시 지역 강호인 미주리 대학에서 미식축구를 하였다. 2013년 졸업반 당시 해당 리그에서 최우수 수비상을 받았다. 마이클은 NFL 선수 드래프트가 시작하기 전 커밍아웃을 하였다. NFL 드래프트는 7라운드까지 진행되는데 각 라운드당 32명이 뽑힌다. 마이클 샘은 원래 3~4라운드 픽으로 예상되었으나 세인트루이스 램스가 7라운드에서 그를 지명하였다(총 지명 선수 중 249번째).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NFL, 구단, 마이클을 축하해주었고 마이클의 저지는 한 동안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였다. 시범경기도 몇 차례 등판했지만 결국 램스 구단은 그를 방출시킨다. 댈러스 카우보이스가 그를 픽업하지만 마이클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방출된다. 이후 캐나다 미식축구 리그에서 1년 정도를 뛰었지만 곧 미식축구계에서 은퇴를 선언한다. 은퇴 후 2015년 댄싱 위드 더 스타스》(Dancing with the Stars)에 출연하여 10위를 하였다. 지금은 대학가에서 강연을 한다고 한다.

세인트 루이스 램스의 마이클 샘

3) 로비 로저스

13년간 미드필더, 수비수로 활약한 로비는 203경기에서 15골을 넣었다. 미국 국가대표팀에서도 활약했었다. 2005년 프로생활을 시작한 후, 2012-2013 Leeds United 시즌 종료 후 그는 은퇴를 선언하면서 커밍아웃을 하였다. 로비는 2013년 은퇴를 번복하고 LA 갤럭시에 합류하였다(홍명보가 예전에 몸 담았던 팀). 하지만 이후 부상 등으로 제대로 활약을 못하고 2017년에 은퇴하였다. 로비는 은퇴 후 축구 드라마 프로듀서로 활약 중이다.  

LA 갤럭시의 로비 로저스

이들 셋은 슈퍼스타급 선수들이 아니었으며, 커리어가 끝날 때 커밍아웃하거나 드래프트 상위 순위가 아닌 경우라는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커밍아웃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커밍아웃 당시 구단과 동료 선수들, 유명인사 등이 지지 발언들을 했었다. 하지만 남자 선수들의 락커룸 문화와 커밍아웃 후 언론의 집중 관심이 계속 따라다니는 상황을 고려할 커밍아웃은 쉽지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2020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15일(현지 시간) “고용주가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에 근거해 직원을 차별하는 것은 민권법 제7조(Title VII of the Civil Right Act of 1964)에 위배된다”라고 판결했다. 미 민권법 제7조는 국적, 성별, 인종, 종교에 근거한 직장 내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 금지’도 이에 포함해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성소수자 차별 역시 ‘성차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게이 소프트볼 동호회에 가입했다가 2013년 직장에서 해고된 제럴드 보스토크, 직장 동료들에게 편지로 성전환 계획을 밝혔다가 2013년 해고된 트랜스 여성 에이미 스티븐스, 여성 고객에게 자신이 게이임을 밝혔다가 2010년 해고된 베이스 점핑 강사 도널드 자다 등 3명이 제기한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다.” 여성신문 2020. 6. 19자).


그리고 이미 2015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동성혼의 합법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위 두 판결에 용기를 얻어 미국 스포츠에서 앞으로 다른 선수들이 커밍아웃을 할 것인가.


한편, 국내 스포츠계에서도 누군가 커밍아웃을 하려면 어떤 전제 조건들이 있을까. 첫째, 다른 나라 (특히 미국) 스포츠 선수들 중 커밍아웃한 사례들이 계속 늘어야 할 것이고, 둘째, 차별금지법 제정이 되어야 할 것이고, 셋째, 아시아 국가 최초로 2019년 동성혼을 허용한 대만을 따라 동성 결혼의 합법화가 되어야 하며, 넷째, 성소수자에 대한 여론의 흐름이 지금보다도 더 성수자들에게 우호적이어야 가능할 듯싶다(최근 여론조사들을 보면 대략 40~60%가 차별금지법 찬성). 적어도 커밍아웃한 선수들을 보호해줄 법적 장치와 여론의 힘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위 조건들이 현실화되는 시기를 고려하면 한국 프로 리그에서 성소수자의 커밍아웃은 아직은 먼 미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이들의 커밍아웃을 우리 사회가 지지해주고 응원할 때 비로소 정의로운, 공정한 사회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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