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황당한 글 쓰지 말라고 했지만 또 써본다
최근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다 보니 며칠간 글을 쓸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시간이 좀 생겼고 감수하는 아내가 안 볼 때 기습적으로 이 글을 올려보기로 했다.
#1 근자감 보여주고 싶을 때
2002년 월드컵 이전에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해외에 나가면 위축되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었다. 예를 들어 1998년 월드컵에서 하석주가 골 넣고 바로 백태클로 퇴장당해 1-3으로 멕시코에 패한 경우. 우리도 영어 발음이나 문장을 의식한 나머지 외국인들 앞에서 갈고닦은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우리가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주도했어도 겸손한 게 미덕이라고 생각해 “It was nothing” “I didn’t do much” 정도의 답변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더 과감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 실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허세는 아니어도 가끔은 근자감을 보여줄 때 오히려 외국인 동료로부터 리스펙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니 혹시라도 칭찬받을 일이 있거나 상을 받기 전이라면 영화 타이타닉의 디카프리오가 열연한 잭이 타이타닉 선수에서 바다를 보면서 소리친 명언을 생각해보고 활용해보자: “I am the king of the world!” (잭 @ 타이타닉)
비록 세상의 왕 디카프리오는 이 대사를 한 후 타이타닉호의 침몰과 함께 사라졌지만...
그리고, 만약 팀 프로젝트라면 일원이라면 We로 바꿔야겠다.
#2 여행지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우린 때때로 여행지에 갔는데 막상 만족스럽지 않은 숙박이나 관광 명소를 볼 때 같이 간 일행에게 한마디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특히 그 일행이 무엇을 잘 못했을 때 SF영화 프로메테우스의 여주인공 엘리자베스 쇼가 외계인 행성에 도착한 후 남자 친구 죽고 동료들 죽자 외친 비명을 외우고 사용해보자: "You don't understand, this place isn't what we thought it was. I was wrong. We were so wrong. We must leave!" (엘리자베스 쇼 @ 프로메테우스)
숙박이 환불이 안되면 절규를 해도 계속 있어야 되니 미리 약관을 챙기고 말해야 할지도...
#3 사랑 고백을 받았을 때
썸남, 썸녀, 여사친, 남사친, 아내, 남편, 회사 동료, 동아리 회원 등이 본인한테 사랑 고백을 했는데 “Me too”나 “I love you too”는 밋밋하다. 그리고 너무 평범하기도 하고. 차라리 영화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에서 다스 베이더에게 잡혀 냉동인간이 되기 전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한 솔로에게 레아 공주가 “사랑해”하자 한 솔로처럼 다음과 같이 대답해보자: "I know" (한 솔로 @ 스타워즈 6)
본인은 고백한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데 위와 같이 답변을 하면 좀 썰렁해질 수 있으니 주의 요망.
#4 상대방 주장을 이해하지만 동의하기 어려울 때
자녀들이 울거나 떼를 쓸 때 부모 입장에서는 달래도 소용없으니 갑갑하고 나중에는 화도 난다. 특히 밖에서 그럴 경우 주변 시선 때문에 더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육아 대디의 반대 지점에 있는 나로서는(버럭 육아하다가 아내한테 난 혼난다) 특히나 우는 자녀를 달래는 게 어렵다. 그럴 땐 화를 식힐 겸 영화 터미네이터 2에서 인류의 지도자 존 코너가 울면서 아널드한테 용광로로 들어가서 자폭하지 말라고 하자 아널드가 한 대사를 활용해보자: "I know now why you cry. But it's something I can never do." (아널드 터미네이터 @ 터미네이터 2)
하지만 대사를 하고도 효과가 없으면 계속해서 울고 있는 어린아이에게 결국 아이가 원하는 걸 들어주게 된다...
#5 애인이나 배우자가 원치 않는 것 두 개 중 택일하라고 할 때
우린 살다 보면 원치 않는 것들에 대한 선택을 강요받을 때가 있다. 무엇을 사기 싫은데 사야 하는 경우, 상대방 머리스타일이나 옷에 대한 평을 요청받았을 때. 그럴 때 우리는 A이거나 B로 대답하지 않고 철학적인 대답으로 답변을 지연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다. 영화 메트릭스 2: 리로디드에서 키아누 리브스가 메트릭스의 창시자 아키텍트가 프로그램으로 돌아가거나 여자 친구를 구할 것이냐 선택을 강요받자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Choice. The problem is choice." (니오 @ 메트릭스 2). 그리고 여자 친구 트리니티를 구하라 나간다. 우선 우린 말을 하고 뜸을 들인다. 상대가 제풀에 꺾일 때까지 가만히 있거나 현장을 이탈하면 되겠다.
대답을 지연시킬 때 쓰는 표현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A냐 B라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
#6 열정 페이를 강요받았을 때
상대가 아무리 좋은 의도로 부탁을 하여도 우린 여러 번 대가 없이 공짜로 도와줄 순 없다. 하지만 착한 사람의 경우 거절하기가 어렵고 결과적으로 도와주게 된다. 개인적으로도 아는 지인이 여러 번 계약서 검토를 무상으로 요청했는데, 나중에는 거절하기가 어려워서 결국 다른 분과 자문계약을 체결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항상 이렇게 대안이 있는 게 아니다. 그럴 경우, 영화 다크 나이트의 조커처럼 입맛을 쩝쩝 다시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면 되겠다: "If you are good at something, never do it for free." (조커 @ 다크 나이트)
그리고 부탁하는 상대방의 표정이 좋지 않으면 다시 조커의 대사 "Why so serious?"를 덧붙이면 되겠다.
꼭 위 대사들을 활용하라고 하는 것이기보다는 각자 자기 자신이 알고 있는 표현들을 개성 있게 활용하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관련 글:
https://brunch.co.kr/@jitae2020/32
https://brunch.co.kr/@jitae2020/34
https://brunch.co.kr/@jitae2020/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