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배터리 데이를 앞두고 생각해보다
지난주 국내 주식 시장의 대장주이자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인 LG화학이 대형 사고를 쳤다. LG화학 이사회는 배터리 사업부의 물적 분할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 소식으로 주가는 이틀에 걸쳐 하락했다. 금요일에 잠깐 올랐지만 이번 주 월요일도 쭉 내려가서 62만7천원으로 마감했다. 나도 개인적으로 유일하게 가지고 있던 주식인 LG화학 주식을 오늘 전량 팔아버렸다.
물적분할을 함으로써 LG 배터리 사업부는 LG에너지솔루션(가칭)이라는 독립 법인이 되고, LG화학의 자회사가 된다. 이 회사는 추후에 주식시장에 상장하게 되면 이 회사 주식을 가진 주주들은 엄청난 차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상장하게 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주식을 팔고 얻게 되는 투자금으로 새로운 투자 등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물적 분할이기 때문에 기존 LG화학 주주들에게는 직접적인 이득이 없다. 오히려 배터리 사업 전망을 보고 투자한 주주들 입장에서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상황이 되었다. 오죽하면 물적 분할로 인한 개인 피해를 막아달라고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을까. 물론 이 물적분할은 이미 예전부터 여러 차례 소문이 무성했었지만 LG화학 이사회가 물적분할을 공식화하기가 이번이 처음이다.
LG에너지솔루선은 중국 전기차 배터리 회사 CATL처럼 가치가 치솟을 것인가. 일부는 CATL를 비교해서 이 회사의 가치를 50조원으로 보고 있다. 여러 요소 중 하나가 LG화학이 전기차 판매량 1위 테슬라 모델 3에 납품한 배터리 판매량을 보고 판단했을 것이다.
곧 9월 22일(미국 시간 기준) 테슬라는 정기주주총회와 배터리데이를 할 예정이다. 이 기점으로 테슬라는 자체적으로 설계된 배터리를 자사 전기차에 탑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의 향방은 어떻게 될 것인가. 당장 몇 년간은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배터리 세계 1위를 유지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테슬라의 자체 배터리 사용과 중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의 공세를 버틸 수 있을까.
LG에너지솔루션이 장기적으로도 계속 가치가 상승하고 주가가 올라갈지는 과거 하나의 사례를 돌아보면 어느 정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애플이 아이폰의 두뇌를 자체적으로 설계하기 시작한 점과 둘째는 테슬라가 파나소닉과의 독점 관계에서 벗어나 LG화학을 포함한 다른 배터리사를 자사 전기차에 탑재한 것을 비추어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의 미래가 보인다.
애플의 아이폰 두뇌(AP)의 직접 설계... 테슬라도 직접 배터리를 설계할까
2010년 애플은 처음으로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삼성전자가 제조한 단일 칩 시스템(SoC) (또는 AP라 불리는) A4를 아이패드 1세대와 아이폰4에 적용한다. 이전 스마트폰에는 삼성전자 칩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후 애플은 지금까지 쭉 자체 설계한 칩을 삼성전자 또는 TSMC에 생산을 맡겼다(최근에는 TSMC에게만 위탁하고 있다). 이는 자체 칩을 사용할 경우 장기적으로 비용 절감과 기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에 최적화할 수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이제 생산 업체에게 애플은 최고 “갑”이다. 애플이 계속해서 신규 스마트폰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더 미세한 공정으로 생산된 칩이 들어가는데, 이는 어떤 면에서는 TSMC와 삼성전자와의 반도체 미세공정의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애플에게 이 칩이 스마트폰과 다른 모바일 기기의 핵심이라면 테슬라에게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이다. 얼마나 배터리가 가벼우면서 더 멀리 차를 갈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처음에는 배터리 자체 생산이 안 되는 테슬라가 파나소닉 배터리를 전기차 모델 S와 모델 X에 탑재하였고, 이후 모델 3에는 LG화학 배터리를, 그리고 모델 3 중국 분량은 LG화학과 CATL 배터리를 탑재했다고 한다. 파나소닉은 테슬라 덕분에 급성장을 했었다. LG화학도 마찬가지로 2020년 흑자 전환에 성공. 그리고 중국 전기차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CATL은 테슬라를 등에 업고 더 성공할 기세다.
그리고 소문에 의하면 테슬라는 CATL과 160만 km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엄청난 일이다.
이렇게 환상적인 배터리를 공동개발했다고 하는데, 테슬라에게 CATL은 애플에게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나 TSMC가 아닐까. 즉, 테슬라가 배터리 설계를 하고 CATL은 생산을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럴 경우 CATL은 초기의 테슬라와 파나소닉 관계처럼 돈독해지고 LG에너지솔루션과 다른 전기차 배터리 회사들은 남은 테슬라 물량과 다른 전기차 메이커의 배터리 물량을 가지고 치열하게 다투어야 하는 건 아닌지.
이런 점을 비추어 볼 때 LG화학이 너무 미리 배터리 사업부를 독립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다른 전기차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당분간은 테슬라를 따라잡기 바쁜데, 이들이 좀 더 궤도에 오른 후 분할해도 늦진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삼성과 TSMC 반도체 대전 글:
https://brunch.co.kr/@jitae2020/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