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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가는 Feb 27. 2018

6. 마미 예찬

나도 우리 엄마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

피곤한 월요일 아침,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지금 내가 이렇게 피곤하고, 준비해야 할게 이렇게 많은데 나는 과연 누군가를 위해서 아침상을 차려줄 수 있을까-


준비를 대충 끝내고 거실로 나왔는데 앞집에서 밥 짓는 냄새가 난다. 찌개도 끓이는 것 같고. ㅠㅠ  괜스레 서글퍼졌다.

너만 엄마 있냐!
나도 엄마 있다!

엄마가 얼마 전에 해주고 간 냉동밥이랑 불고기를 꺼냈다. 요리라고 해봐야 그릇에 옮겨 닮고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땡이지만, 그래도 엄마가 해준 밥이라는 생각에 마음까지 든든해진다.

잡곡밥 위에 불고기 얹어 먹기


그리고 가족카톡방에 글 남기기

예전에 아빠에 대한 글은 여러 번 쓴 적 있는데 , 사실 엄마에 대한 글을 쓴 적은 많이 없는 것 같다.

내가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지- 에 대해서 생각하다 보면 우리 엄마가 나의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내가 보고자란 엄마 모델이 하나밖에 없어서 그런 것 일지 몰라도, 정말 우리 엄마처럼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우리 엄마는 평생직장생활을 하셨다. 20년간.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집에서 또 초등학교 아이들을 길러야 하는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어쩌면 출퇴근 없는 "아이들"의 덫에 갇혀서 매일매일을 보내야 하는데, 엄마는 단 한 번도 엄마의 삶을 불행하다거나- 지루하다거나- 의 이유로 불평해본 적이 없다.

엄마는 늘 아침밥을 차려주셨다.
본인이 옷을 좀 못생기게 입고 가는 한이 있어도, 화장을 대충하고 가는 한이 있어도 늘 따뜻한 식탁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때로는 남들처럼 시리얼 먹고 학교 가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지만, 지금에서야 안다. 엄마가 차려줬던 아침 식탁은 "나의 삶보다 너의 삶이 더 소중해"라는 사랑의 메시지였다는 것을.

우리 엄마처럼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잘할 수 있을까? 본인에게는 시부모님인 사람을 그렇게 친 딸처럼 아끼고 사랑하고 공경하며 대할 수 있을까?  우리가 여행에서 다녀온 날이면 엄마는 가장먼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전화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좋은 과일 선물이 들어오면 늘 할아버지 할머니 몫을 따로 챙겨둔다. 특별한 기념일이 아니어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무엇이 필요하다 싶으면 눈치껏, 슬그머니 사서 할머니 댁에 놓고 오기도 했다. 엄마가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충언하는 것도 나는 너무 웃기다 ㅋㅋㅋ 며느리가 시부모님에게 "아버님, 그렇게 하시면 요즘 젊은 사람들은 싫어해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어딨는가! 하지만 나는 안다. 누구보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 하는 이야기라는 걸.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는 불같이 화냈을 우리 할아버지도 엄마가 이야기를 하면 "으응.. 그러니?" 하면서 못 이기는 척 이야기를 듣곤 한다.
예전에 내가 엄마에게 "엄마, 나 요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 살아계셨다면 어땠을까 싶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엄마는 세상 누구보다 슬픈 목소리로 "나도 엄청 보고 싶어.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시부모님) 더 잘하게 돼."라고 대답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엄마의 사랑이 단순히 시아버지 시어머니를 섬기는 것을 너머 정말로 '자기 부모님'처럼 사랑하는 것이라는걸.

엄마가 나의 삶에 관심을 가져주는 그 기분이 참 좋다. 엄마 앞에서는 나의 나이와 상관없이 어리광부리는 어린아이로 남고 싶다. 요즘처럼 내 맘처럼 인생이 풀리지 않을때 엄마는 누구보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장학금 받지 않아도 괜찮다고, 지금 무엇인가를 배우고 있으면 그걸로 된 거라고 따뜻하게 이야기해준다.


나도 그런 엄마가 될 수 있을까.
피곤한 몸으로 아이들을 위해 아침밥을 짓고,
시부모님을 우리 부모님처럼 사랑하고 ,
자식의 가장 작은 필요에 응답하는 그런 부모.

엄마의 "기운내고 힘차게 파이팅" 이란 따뜻한 카톡이. 큰 위로가 되는 월요일 아침이다.

엄마 말처럼 우리 모두 "기운내고 힘차게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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