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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가는 May 14. 2018

10. 예민 보스 신부의 마음 다스리기

예신은 예민한 신부의 줄임말이던가? 


결혼식 시기가 다가올수록 예민해지는 이 마음을 어떻게 할까! 

나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하다. 마치 생리 전 증후군(PMS)을 한 달 내내, 아니 한 달이 아니라 거의 결혼 준비하는 약 6개월 동안 달고 사는 기분이다. 내가 도대체 왜 이러는가, 하고 자괴감이 들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내가 뭐 그렇게 어려운 요구를 했나? 하면서 다시 서글픈 마음이 든다. 


예신(예민 신부) 증후군은 결혼식이 인생에 하나밖에 없는 중요한 이벤트라고 생각하는 긴장감과, 또한 결혼을 하고 나는 유부녀가 된다는 다소 감성적인 스스로에 대한 가여워하는 마음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가족들한테도 불쑥불쑥 서운한 마음이 들곤 한다. 처음에는 이 모든 예신 증후군이 돈 때문인 줄 알았다. 모든 문제가 다 돈과 얽혀있는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부모님이나 다른 어르신들께 손 벌릴 생각이 없었다. 빚을 지더라도 우리 돈으로 하자고 이야기를 마친 상태였고, 실제로 우리가 생각하는 결혼식 또한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 예산안에 있었다. 간략하게 반지는 커플반지, 검소한 드레스로 올리는 결혼 예배를 하자-라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부모님 의견에 따라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니 점점 규모가 커졌다. 그래서인지 부모님께서 도움을 주시는지, 또 어떻게 도와주시는지에 나도 모르게 그 사랑을 재고 따지는 경우가 있었다. 형제들한테도 괜스레 "나 결혼하는데 아무것도 안 해줘?"라는 서운한 마음이 들곤 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이토록 돈을 밝히는 돈벌레였던가! 하며 자책하기도 했다. 


나의 이 옹졸한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깨달은 것인데, 사실은 이 원망이 비단 경제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라는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이 문제의 근원은 "너는 왜 나 같지 않니?"라는 상대박이 나와 동일화되기를 원하는 마음 때문이다. 나에게 이 결혼식이 중요한 것만큼 너는 왜 이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지. 그렇기 때문에 너는 왜 나한테 정서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지, 물질적인 협조를 해 주지 않는지를 재고 따지며 그 사람의 마음을 사사건건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28년 인생을 살며 배운 것은 무엇인가? 바로 아무도 내 마음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 부모님도 말이다. 이건 그 사람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말고 와 별개의 문제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100%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의 성정 때문이다. 내 마음과 꼭 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타인의 마음과 입장을 헤아리려 노력하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그걸 몸서리치게 배웠으면서도, 또 머리로 알면서도 나는 이 결혼이라는 문제에서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이 적극적으로 기뻐하고, 신나 하고, 신중하게 준비하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내 마음이 이러하니 너도 나와 같아야 한다는 강요는 폭력이 될 수도 있다. 나 또한 예신 증후군 때문에 언니에게 날카로운 말을 던지기도 하고, 부모님을 밀어내기도 했다. 또한 나와 누구보다 한 팀인 남자 친구에게 모진 말을 하며 몸부림쳤다. 내 마음을 알아 달라고, 왜 내 마음을 모르냐면서 말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결혼 준비를 하는 예민 보스 신부들은 알아야 한다. 내 마음과 같아지길 원하는 요구는 타인에게는 폭력일 수 있음을. 또한 내 마음을 알아주길 원한다면 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건전하고 명확하게  전달해야 함을. 


하지만 이것들을 다 안다고 나의  예신 증후군이 하루아침에 개선된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어쩌면 내일도 화를 내고, 혼자 분개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내 마음속 깊은 내면의 욕구를 아는 것과 모른 채 감정에 휩쓸리는 것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결혼 준비는 이렇듯 나를 또 새로운 어른으로 성장시킨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것과 해야 하는 것들의 교합 점을 찾게 한다. 그러는 의미에서 나에게 하는 다짐과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하는 약속으로 나의 행동강령을 몇 자 적어본다. 


나의 행동강령은 

첫째. 내 계획대로 풀리지 않을 때, 원래 인생은 내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님을 기억한다. 

둘째, 결혼 준비 과정을 통해 난 더 나은 어른이 되어있을 것을 기대한다. 

셋째, 남자 친구와 가족들은 늘 나의 편임을 기억하자. 

넷째, 원하는 바가 있을 때는 이유 없이 토라지거나 화내지 않고 명확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내가 왜 이것을 원하는지를 간단명료하게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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