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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가는 Dec 22. 2018

18. 결혼하면 정말 행복할까?

행복도 노력이 필요하다.

재밌게도 인생은 양면성의 연속이다. 아름다움 몸을 다소 ugly 한 끊임없는 식단 조절과 피땀 나는 운동이 있어야 한다. 아름답게 물에 떠있는 백조도 수면 아래에서는 부단히 발길질을 한다. 오늘 나와 대화하며 함께 웃었던 사람에게도 숨기고 싶은 서늘한 그늘은 있기 마련이다. 이렇듯 두 가지 상반되는 성질이 함께 공존하는 것. 그러한 극단적인 양면을 그러려니-하고 넘길 수 있는 것이 바로 인생 아닐까.


현재 나는 결혼을 하고 무직이다. 얼마 전 대학원도 졸업해 이제 어디 가서 "학생이에요"라고 말할 구실도 없어졌다. 12월을 그렇게 집에서 보내며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12월 내내 나는 넷플릭스를 가장 친한 친구 삼아 보냈다. 일단 한국 드라마들을 섭렵하며 정주행 했고, 로맨틱 코미디, 다소 유치한 미국 10대들에 관련된 모든 영화를 본 것 같다. 아침에 남편을 보내고 청소를 하며, 빨래를 하며, 점심을 마주하며 넷플릭스와 온종일을 보냈다. 물론 가끔 엄마와 친구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을 때도 있었지만 가끔 있는 2-3시간의 시간을 제외하고 든 온종일 나와 휴대폰. 나와 넷플릭스만이 존재했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나에게 물었다.



"요즘 무슨 일 있어? 행복하지 않아 보여서 그래."



순간 멍했다. 행복이 뭐였지? 먹는 거였나? (ㅋㅋㅋㅋ실제로 근래에 저녁 메뉴 말고는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래. 나는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주어진 나의 시간을 그냥 보내기 바빴다. 허겁지겁 대충 때우는 끼니처럼, 조미료 맛이 전부인 인스턴트 음식처럼 그저 하루를 해치우는 데에 인생에 의의가 있었다. 내가 무엇을 해야 만족감을 느끼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결혼을 하고 퇴사를 하면 행복해질 줄 알았다. 남편이 주는 정서적 경제적 안정감과 그리고 뭔가 더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는 내면의 압박에서 자유로워질 것 같았다. 이제는 나도 편하게 두 다리 뻗고 늦잠도 자고,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하루를 마음껏 즐기고 싶었다. 어쩌면 그것이 행복이라고 정녕 믿었는지도 모르겠다. 당시 마주하고 있었던 압박감에서 벗어나면 그것이 행복의 시작일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막상 벗어나 보니 막다른 골목이다.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는지를 알 수 없었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하루를 보내야 하는지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행복은 지옥 같은 나의 현실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라는 걸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나가는 과정. 그리고 그 주옥같은 보석을 찾았을 때의 성취감이 행복이 아닐까. 나의 인생이 하나의 큰 그림이라면 그 작은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나가는 것이 행복이 아닐까?


그래서 가만히 앉아서 내가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들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 나는 결혼을 결심했을 때 행복했다. 이 남자와 함께 평생 성장하고 싶었다.

- 또 대학원 졸업식에서 행복했다. 그동안 나의 힘들었던 시간들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 나는 강아지나 어린아이들을 보면 행복하다. 귀엽고 예쁜 것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 집안에 햇빛이 가득 차면 행복하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충만해지는 기분이다.

- 나는 글을 쓸 때 행복하다. 차분하게 앉아 생각을 정리하면 요동치는 감정들이 가라앉는다.

- 마음이 따뜻한 사람을 만나고 나면 행복하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어진 현재에 감사하기로 했다. 행복하다는 것은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현재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눈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현재의 가치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감사도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20대의 나는 역동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들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면 30대에는 자신을 더 알아가며 성숙해지고 싶다. 그리고 나의 30대의 바탕으로 더 나은 40대, 50대, 호호 할머니가 되고 싶다. 멋 부리지 않아도 멋이 나는, 맑은 눈을 가진 어른이 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행복해지는 연습을 또 감사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남편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었다.



"이제부터는 내가 너의 보호자야. 그렇기 때문에 네가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것이 나한테는 정말 중요해."



행복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이제 나는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행복한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누군가가 나를 자기 자신을 사랑하듯 사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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