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이가는 Feb 18. 2018

4. 너의 가족을 사랑하게 된다는 것

널 사랑하는 만큼 

미래의 남편 될 사람의 집이 제주도라 함께 인사드리러 제주도에 다녀왔다. 그가 제주도에 있을 때, 몇번 놀러간 적은 있었지만 함께 제주도로 이동한 것은 처음이라 느낌이 이상했다. 함께 공항으로 이동하고, 비행기 수속을 하고, 비행기에서 내려 렌트를 하는 이 모든 과정이 '함께'이기 때문에 참 낯설지만 설레이는 기분 좋은 감정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내리치는 전화 폭풍. 도착하자마자 할아버님 댁에 인사를 드리러 가기로 예정이 되어있었는데, 여느 어른들처럼 미리 준비하고 기다리시고 있으시단다. 큰일이다! 미리 예약해 둔 케익도 픽업해야하고, 과일도 사야하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제주도에 흔하지 않은 굵은 눈발이 날린다.



눈을 뚫고 제주도 가는 길 <부제: 긴장해서 사진찍기> 



부랴부랴 할아버님댁에 도착을 했는데 모든 가족들이 모여있다. 작은 아버지, 작은 어머니, 할아버님, 할머님, 어머님, 아버님, 누나, 매형까지... 그리고 더군다나 남자친구의 경고대로 제주도 방언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거의 외국어 수준. 눈치로 무슨 말씀 하시는지 대충 때려맞추고 못알아 들었을때는 그냥 배시시 웃기. 하하하.. ^^ 비록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나는 마음이 통했다고 믿는다. 할아버님은 부족한 손주와 만나줘 고맙다고 연신 말씀하셨다. 내가 온다고 꺼내 입으신 정장 재킷, 그리고 고맙다며 손에 쥐어준 예쁜 감귤. 말씀은 투박해도 할아버지 할머니의  마음이 느껴져 참 감사했다. 



할아버지가 주신 예쁜 가지에 달린 귤 


내가 예뻐서 잘해주셨겠는가- (물론 나도 착하고 예쁘지만 ^^;). 나의 어떠함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손주를 사랑하는 그 마음으로 일면불식의 육지에서 온 아가씨를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것 아니겠는가. 남자친구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할아버님, 할머님을 보며 내가 만나는 이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엄청 추웠던 제주의 겨울, 제주말로 하면 지슬, 감자를 쪄주셨다. 할머니는 사랑이야 


이번 제주 여행은 남자친구 가족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같이 밥 먹고, 운영하시는 펜션 구경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아버님 어머님은 늘 그렇듯 따뜻하게 나를 맞아주셨고, 내가 먹고싶다는 것, 하고 싶다는 것에 관심가져 주셨다. 

애정어린 눈으로 봐주시고, 나를 부를때 "지선아" 라고 따뜻하게 불러주시는 아버님. 그리고 남자친구 편에 용돈을 쥐어주신 어머님. 그의 아버지 어머니가 곧 내 아버지 어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기뻣다. 그리고 그의 가족들을 사랑 할 수 있어서, 나를 따뜻하게 가족의 일원으로 맞아주셔서 감사드린다. 부모님을 두고 돌아오는 길이 무겁다. 아무리 비행기가 있다지만 바쁜 일정에 아버님 어머님을 뵈러 제주까지 간다는 것이 사실 쉬운일은 아니다. 

나는 쉽지 않은 딸이었다. 어렸을때부터 타고난 변덕으로 아빠를 절절매게 했고, 지금도 우리 집에서 대장노릇을 하며 티비 채널을 결정하고 볼륨을 정한다. 엄마 아빠를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때에 맞게 나만 할 수 있는 쓴 소리를 가감없이 말하기도 하고 (아빠가 꼰대가 되지 않도록..) 또 보기보다 몸이 약해 엄마 아빠 속을 태우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보다 엄마아빠를 사랑하는 속 깊은 딸이고, 각종 크고 작은 모임의 파티플래너이기 때문에 가족 모임 주최와 에약, 프로그램 기획 등을 도맡아 한다. 집에서 내 별명은 그래서 장총무다. ㅋㅋㅋ 


며느리가 되어도 나는 비슷하지 않을까- 누구보다 시부모님을 사랑하고 아끼지 않겠는가. 크고 작은 집안의 행사를 챙기고, 때에 맞는 선물과 애교를 부모님께 선사하겠지. 또 지금처럼 삐지기도 하고, 시부모님의 작은 화해의 제스쳐에 금방 풀리겠지. 우리의 앞날도 기대되는만큼 새로운 가족으로 함께 할 날들이 기대된다. 인생의 동고동락을 서로 울고 웃으며 보낼 시간이 참 두근거린다. 


마지막으로 아버님이 육지에 보내주신 사랑 


매거진의 이전글 3. 사랑하면 요리가 하고 싶어 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