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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가는 Feb 14. 2018

3. 사랑하면 요리가 하고 싶어 진다.

-  나는 어떤 아내가 되고 싶은가


먹는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만국의 특징인가?  특히 우리나라가 더 그렇다.  첫인사가 "밥 먹었어?"로 대체되거나, 오랜만에 만난 사람에게는 "언제 밥 한번 먹자~"로 인사를 대신한다. 또한 사이를 정의할때도 "밥 한 끼 같이 먹은 사이야."라고 이야기하면, 누구나 다 아- 하며 이해를 하곤 한다. 우리가 말하는 밥을 함께 먹는 것은 끼니를 연명하기 위한 단순한 행위를 넘어 정서를 공유하고 삶의 원동력을 함께 나눈다는 뜻은 아닐까. 


나는 특히 누군가를 좋아하면 요리하고 싶어 진다. 양파를 쫑쫑 썰며 혹은 뜨거운 불 앞에서 잘 손질된 재료를 볶으며 나의 식사를 맛있게 먹을 그 사람을 생각한다. 비록 나의 요리는 간이 조금 부족하다던가, 야채가 설익었다던가, 늘 허점 투성이지만 나의 요리가 예쁘게 담긴 그릇과 그리고 그 음식을 맛있게 먹는 상대를 바라볼 때면 마음이 더없이 뿌듯해진다. 누군가에게 음식을 해준다는 것은 나의 사랑의 표현이다. 



추석이 끝나고 함께 맞는 식탁
일요일 아침 브런치: Eggs in Hell


결혼을 한다면 나는 꼭 남편 퇴근시간에 맞춰 요리를 하고 싶다. 예쁜 앞치마를 입고 (나는 앞치마 덕후), 어묵탕. 두부김치. 파스타. 등 계절과 날씨에 맞는 음식을 차려놓고 싶다. 때에 따라서는 남편에게 어디쯤 오냐며 시간을 체크하기도 하고, 테이블을 예쁘게 세팅하기도 하며 힘든 하루를 마치고 온 남편을 위로하고 싶다. 오늘 하루 전쟁 같은 하루를 살아온 그대의 어깨를 토닥여주며 오늘도 수고했다고 당신을 위해 차려진 식탁을 선물하고 싶다. 

식탁에 올려지는 음식은 단순히 입에 즐거운 요리 이상의 의미이다. 평소에 채소를 잘 챙겨 먹지 않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피자나 파스타 등의 요리에 야채를 숨겨 먹기 쉽도록 도와주리라. 특히 주말농장을 하는 엄마 아빠가 농사지은 무농약 가지, 토마토, 고추 등으로 요리하여 건강을 챙길 것이다. 몸이 찬 사람이라면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한방 재료들을 담아내고,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라면 단백질을 많이 함유하는 식탁을 차리고 싶다. 봄이면 냉이 된장국을, 겨울이면 홍합 미역국을 끓여 제철 재료들을 풍성하게 담아낸 식탁을 차리고 싶다. 

내가 당신에게 선물하는 식탁의 의미는 바로 그것이다. 당신이 보낸 하루를 따뜻하게 위로할 수 있는 식탁. 세상은 당신에게 무관심하지만 나는 누가 뭐래도 그대의 건강과 마음의 안정을 살뜰히 생각한다는 나의 마음. 당신의 어떤 행위에도 상관없이 오늘도 나는 당신을 위한 맞춤형 식탁을 차려낼 것이라는 나의 사랑. 그래서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꼭 내가 차려준 음식을 선물하고 싶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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