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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지수 Mar 23. 2024

혼자 일하는 건 생각보다 힘들었다



어쩌다가 프리랜서가 되었습니다_7편






내향인도 외롭게 만드는

프리랜서의 재택근무


나는 엄청난 내향인, 그리고 엄청난 집순이다. 코로나가 유행할 때는 강제로 몇 주간 자가격리를 하며 좋아했다. 합법적으로 집에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시기라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보다 혼자 침대에 누워있는 걸 더 좋아하고, 시끌벅적하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혼자 글 쓰는 것을 더 좋아한다. 마음에 안정이 온다고 해야 할까..


오래전부터 이런 성향이었기에 프리랜서로 잘 해낼 거라고 생각했다.

프리랜서는 대부분 집에서 혼자 일해야 하니까.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물론 처음에는 좋았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던 회사 생활에서 벗어나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마냥 행복했다.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으면 일단 도전할 수 있었고, 내 역량만큼 나라는 사람의 가치가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 6개월쯤 지나자 갑자기 외로워지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회사에서 사람들과 주고받던 슬랙 메시지가 가장 먼저 그리웠다. 일하다가 힘들어지면 옆자리 사람을 불러 같이 산책하던 시간, 점심시간에 다 같이 우르르 카페에 몰려가서 커피 하나씩 사들고 나오던 그런 소소한 일상들도.


매일 내 방에 마련된 작은 사무실, 모니터 앞에서 외로움에 사무치다가 결국 인스타그램을 통해 몇몇 프리랜서 동료들을 모아 슬랙 모임을 하나 만들었다. 같이 출퇴근 인증도 하고 질문도 주고받는 고독한 프리랜서방이었는데, 커뮤니티 형성이 뭐 그렇게 쉽겠는가. 얼마 가지 못해 흐지부지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커뮤니티를 만들다 실패하니 내 안에 있던 외로움이 약간 해소된 느낌이었다. 어쩌면 시간이 좀 더 지나 익숙해진 것일 수도 있겠다. 지금은 그런 감정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아마 외로움은 프리랜서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꼭 한 번씩 겪는 성장통 같은 게 아닐까.






출퇴근 시간이 사라지면서
내 건강도 사라졌다


앞서 나는 엄청난 집순이라고 언급했는데, 몸 움직이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활동적이지도 않은 것이다. 그래서 내 또래들은 즐겨 하는 헬스나 필라테스, 골프 같은 운동을 일절 하지 않는다. 건강을 위해서 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나에게는 운동이 최종 보스 같은 느낌이다. 도저히 어떻게 해도 정말 하기 싫은.


회사 다닐 때는 이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회사에 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집에서 나와 지하철 역까지 걷고, 지하철을 타는 동안 서있고, 역에서 내려서 다시 회사까지 걷는. 출퇴근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최소한의 운동은 하고 있었다.


그런데 출퇴근 1초 컷 재택근무를 하니 몸을 전혀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하루에 6~7시간을 쉬는 시간 없이 일하곤 하는데, 이렇게 압축적으로 일하다 보니 가뜩이나 움직이지 않는 몸이 굳는 느낌까지 들 때도 있다. 잠깐 이렇게 일하는 건 괜찮겠지만 장기적으로 누적되면 당연히 안 좋을 것이 아닌가.


그리고 가끔씩 들어오는 급한 작업 건이 있으면 긴 시간을 꼼짝없이 모니터 앞에 앉아서 보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일하다 보면 회사 다닐 때는 그다지 느끼지 못했던, '몸이 갈린다'는 표현이 딱 떠오른다. 없던 병도 절로 생길 것 같은 전형적인 나쁜 생활 패턴이다.


그래서 프리랜서 2년 차를 맞은 얼마 전 종합건강검진을 하고 왔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지만 결코 좋다고 할 수도 없었다. 이제 더 이상 운동을 미루면 안 될 것 같더라. 그래서 집에서 가벼운 운동을 시작했다. 몸이 건강해야 내가 만드는 결과물도 더 좋을 것이 아닌가. 내 건강뿐만 아니라 나를 찾아주는 클라이언트를 위해서라도 운동을 지속해 보려고 한다.






그래서 저는 가끔
카페로 외근을 나갑니다


프리랜서로 느끼는 외로움과 운동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나름 생각한 방안이 근무 공간을 바꿔보자는 것이었다. 아예 공유 오피스 구독을 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 비용이 적지 않고 무엇보다 집순이인 내가 매일 나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가끔씩 집 근처로 외근을 나가보기로 했다.


첫 번째 장소는 집 앞 스타벅스. 감사하게도 집 앞 5분 거리에 스타벅스님이 계셔서 아주 마음 편하게 이용하고 있다. 매주 1회 이상 스타벅스에 방문해서 내 멋진 맥북을 펼치고 일하는데, 그동안 커피를 얼마나 사 먹었는지 덕분에 골드 등급이 되었다.


두 번째 장소는 집 앞 스터디카페. 스터디카페는 방문할 때마다 특유의 열정이 느껴져서 좋다. 초중고등학생, 대학생, 고시생, 프리랜서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다. 각자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 공간에 모여 열중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나에게 힘을 주곤 한다.


이렇게 근무 공간에 여러 개의 선택지를 두니 집에서만 일할 때보다 훨씬 재밌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동료들과 함께 카페에 갔다면 이제 혼자 스타벅스에 가지만, 그래도 오늘은 어떤 자리에 앉아서 어떤 커피를 먹으며 일할까 고민하는 또 다른 재미를 만들었다.


회사원도 프리랜서도 각각의 장단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둘 중 더 좋고 나쁜 것이 뭐가 있겠는가.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고 생각되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궁리하고,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 보자. 그래야만 직장인이든 프리랜서든 지치지 않고 길게 롱런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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