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프리랜서가 되었습니다_5편
프리랜서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운 좋게 맞게 된 성수기 시즌. 아직 병아리 단계였음에도 시기를 타고나 높은 수익을 거뒀고, 프리랜서를 지속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바빴던 성수기 시즌이 지나고 3월이 다가오자 나는 따뜻한 봄 대신 차가운 봄을 맞게 되었다.
분명 2월에는 일이 쏟아질 듯 들어와서 예약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는데, 3월이 되니 놀랍도록 잠잠했다. 처음 경험하는 비성수기는 너무나도 냉혹했다. 하지만 크게 당황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프리랜서의 불안정성이라는 거구나'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일단 문의량을 높이기 위해 크몽에서 1주일짜리 광고를 신청했다. 루키 때와는 다르게 1주일에 99,000원인, 나름 단가가 높은 광고였다. 광고를 신청했으니 이제 내가 할 일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마냥 크몽만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은가.
스타트업에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할 일을 찾아야 했다.
나는 늘 그렇듯 스스로 할 일을 찾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 처음 깨달았다. 프리랜서는 본업만 하면 죽는다는 것을. PPT 디자이너라고 해서 PPT 외주만 하다가는 평생 그 굴레에 갇히게 된다. 프리랜서에게는 브랜딩과 PR이 숙명이다. 나를 하나의 기업체로 보고 필요한 모든 일을 해야 했다.
우선 아주 간단한 업무로는, 거의 모든 디자이너들이 하는 '포트폴리오 업데이트'가 있다. 매달까지는 아니더라도 2~3달에 한 번씩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업데이트 해줘야 한다. 포트폴리오가 많고 다양할수록 더 많은 문의가 들어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프리랜서를 시작한 극초반에는 이미 만들어둔 크몽 상세페이지나 소개 문구를 수정하는 일에도 시간을 많이 쏟았다. 다른 노련한 서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리뷰나 포트폴리오가 적기 때문에 나를 더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했다. (물론 2년 차에 접어든 지금은 거의 모든 것이 완성되어 수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3일마다 업로드하고 있는 인스타그램 콘텐츠 제작도 해야 한다. 매주 일정 시간을 내서 하고는 있지만, 잠시 일이 없는 기간에 한 달치 콘텐츠를 미리 만들어두면 마음이 편하다. 일이 없다고 실망할게 아니라 막상 할 일을 찾으면 많다. 내가 모르고 있었을 뿐.
위에서 말한 포트폴리오 업데이트나 상세페이지 수정과 같은 건 작은 일에 속한다. 나를 한 단계 더 높은 스텝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것보다 더 큰 단위의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처음으로 일이 없던 3월에 '홈페이지 제작'이라는 나 혼자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꼭 이런 큰 일을 벌이고 나면 새로운 문의가 들어와 본업을 하게 되곤 한다. 머피의 법칙 같은 건가. 그래서 작업이 들어올 때는 잠시 일시정지를 하고, 다시 쉬는 기간이 오면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아, 물론 코딩을 한 건 아니다. 나는 전직 코딩 교육 매니저였지만 코딩은 할 줄 몰랐기 때문.
대신 교육 매니저로 일하던 짬바를 살려 노션과 우피를 적극 활용해 나에게 맞는 홈페이지를 기획했다. 페이지 구성은 어떻게 할 건지, 안에 들어가는 내용은 어떤 흐름을 가질 건지, 0부터 1을 새로 만드는 건 역시나 쉽지 않았다. 만약 이렇게 볼륨이 큰 프로젝트를 본업과 병행했다면 어려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프리랜서에게는 일이 없는 기간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이고, 그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기에 이 시간을 100% 활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유독 일이 없었던 3월, 쿠크다스 마냥 부서질 뻔했던 멘탈을 부여잡고 홈페이지 제작을 완료했다.
성수기 때보다 매출은 줄었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을 더 여는 시간으로 활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