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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지수 Mar 16. 2024

외주 보다 더 재밌는 일을 해보자



어쩌다가 프리랜서가 되었습니다_6편






디자인에 익숙해진 프리랜서

다시 교육을 찾게 되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두근두근했던 첫 의뢰. 슬라이드 십여 장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만들던 그 순간은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나지만, 이 외주의 과정에 익숙해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어렵게 느껴졌던 PPT 디자인도 5번, 10번, 20번을 하다 보니 점점 스타일이 정립되어 이제는 약간의 생각만 거치면 쉽게 뚝딱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 익숙함이 느껴질 때쯤 3월 비성수기를 맞게 되었고, 프리랜서는 외주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과 함께 '딴짓'을 궁리하게 된다. '나는 원래 교육인이었으니 교육을 해보면 어떨까?' 이 어쩔 수 없는 교육인은 PPT와 교육을 결합시키기 시작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나는 처음부터 PPT와 디자인을 잘하지 않았다. 대학생 때는 감히 보노보노 뺨을 칠 수 있을 것 같은 퀄리티의 PPT를 만들기도 했다. 그런 내가 PPT를 잘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꾸준한 도전과 연습. 계속 좋은 디자인을 보면서 디자인 감각을 끌어올렸고, 연습을 거듭하며 실력을 발전시켰다.


'이걸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사람들이 PPT 연습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PPT 스터디를 준비하게 된다.






나의 첫 번째 딴짓
PPT 스터디를 만들다


4주 간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PPT 스터디에서는 매주 슬라이드 2~3장을 만드는 과제가 나간다. 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사전에 약간의 TIP이 제공되고, 과제를 제출하면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도 제공된다. 중간중간 질의응답은 무제한. 4주간 해이해지지 않도록 보증금 제도를 두어 과제 제출 횟수만큼 일정 금액을 페이백 해준다.


교육 경력을 한껏 살려 스터디를 완성도 있게 기획했다. 그리고 스터디 세부 내용을 모두 완성하기 전, 먼저 참여자 모집을 시작했다. 항상 완벽주의 때문에 도전을 미루는 타입임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단 일을 저지르고 데드라인에 맞게 차근차근 준비하자는 생각이었다. (참으로 스타트업 다운 일처리 방식이다.. MVP..)


이때 내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채 1,000명이 되지 않았다. 거의 인스타그램에만 의존하여 모집해야 했기 때문에 참여자가 많이 모일까 걱정했지만, 첫 기수에 8분이나 스터디에 신청해 주셨다. 어떻게 보면 나의 첫 유료 프로그램이었는데 적은 팔로워로도 괜찮은 성과를 거둔 것이다.


참여자분들이 매주 과제를 하듯 나 또한 매주 나가야 하는 스터디 자료를 준비했다. 그렇게 첫 스터디는 내가 계획한 대로 성공적으로, 그리고 좋은 평가를 받으며 마무리되었다. 1기가 끝나고 잠시 후 두 번째 기수도 모집했다. 팔로워는 여전히 많지 않았지만 모집은 잘 되었고 운영도 차질 없이 순조로웠다.






나의 두 번째 딴짓
PPT 클래스를 오픈하다


스터디는 모든 게 괜찮았지만 계속 참여자분들의 결과물을 보고 피드백을 하는 나에게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참여자분들이 디자인을 하면서 공통적으로 놓치는 부분이 있었고, 이런 부분은 굳이 개개인이 긴 시간 연습하며 깨닫는 것보다 이론적인 부분을 한 번에 알려주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 순간 스터디는 잠시 스탑했다. 그리고 이제는 PPT 클래스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온라인이었던 스터디에 비해 각 잡고 오프라인 클래스를 만들려니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일단 나를 가장 발목 잡았던 건 공간비. 회사에서 교육을 운영할 때는 강의장이 있어서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는데 생각보다 공간 대여료가 너무 컸다. 거의 한 달 동안 공간만 알아봤을 정도.


스페이스클라우드와 네이버 지도, 인스타그램을 샅샅이 뒤져서 결국 최적의 공간 하나를 발견했고, 그제야 클래스 형태나 시간, 커리큘럼, 수강료 등의 나머지 사항을 메이드할 수 있었다. 사실 이 클래스를 준비할 때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잠시 지체되기도 했다. '내가 강의를 해도 될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일단 해보기로 했다. 이 모든 것이 좋은 경험이 될 테니.


그렇게 스터디를 종료한 지 3개월 후에 첫 클래스 모집을 시작했다. 클래스를 모집할 때도 강의안이 다 완성된 상태는 아니었다. 대략적인 커리큘럼 틀만 짠 후에 모집 기간 동안 강의안을 모두 완성하겠다는 스타트업식 계획이었다. 그렇게 나는 일을 저질렀고, 강남역의 한 스터디룸에서 처음으로 수강생분들과 면대면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글을 쓰는 지금은 벌써 6번째 클래스 진행을 앞두고 있다. 프리랜서로서 스터디와 클래스를 만들며 느낀 건, 내 머릿속에만 있던 작은 생각들에 하나씩 살을 덧대어 현실화하는 과정이 너무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만약 내가 클래스를 준비하며 '그래, 내가 무슨 강의야. 그냥 스터디만 하자' 라고 중간에 주저앉았다면 내 팔로워들과 직접 만나고 지식을 나누는 이 멋진 일들을 전혀 하지 못했을 것이다. 


회사에서도 프로젝트를 아이데이션 해서 출시하는 경험은 할 수 있지만, 이렇게 프리랜서로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건 몇 배로 더 재밌고 가치 있었다. 내 장점과 장점을 결합해서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드는 일. 스터디, 클래스에 이어 다음은 무엇일지 벌써부터 궁금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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