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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지수 Mar 02. 2024

1인 프리랜서에게도 브랜딩이 필요해



어쩌다가 프리랜서가 되었습니다_4편






프리랜서 한 달 만에

시작한 SNS


지금은 '자기 PR 시대'이다. 회사냐 개인이냐의 구별을 떠나 누구나 자기에 대해 브랜딩을 하는 것이 중요한 사회가 되었다. 그래서 나도 프리랜서를 시작한 지 1달 만에 아주 당연한 순서라는 듯이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계정을 만들었다.


이는 내가 프리랜서를 전업으로 삼아보겠다는 결정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막연히 브랜딩 계정을 운영하는 게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다. 이전 글에도 작성한 적이 있지만 나는 첫 커리어를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시작했다. 몇 달 만에 교육 매니저로 직무가 변경되긴 했지만. 그래서 늘 이런 콘텐츠 업무에 관심이 많았다.


물론 구체적인 계획이 있지는 않았다. 난 이 분야 경력직은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처음에는 내가 만든 템플릿이나 작업 포트폴리오를 단순히 전시하는 용도로만 사용했다. 그래서 팔로워도 바닥이었다. 이쁜 결과물을 나열하기만 하는 재미없는 계정을 누가 봐주겠는가.


분명 시작할 때만 해도 팔로워 욕심이 있던 건 아니었는데, 너무 관심이 없으니 다른 시도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였다. 거의 본업만큼 인스타그램을 신경 쓰기 시작한 건.






브랜드를 위한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기획하다


도대체 어떤 콘텐츠를 올려야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다른 PPT 관련 계정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대부분 PPT에 대한 꿀팁을 알려주고 있었다. 사실상 그 외 다른 유형의 콘텐츠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렇다면 나도 PPT 꿀팁을 만들어야 했다.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주제라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다만, 다른 계정에서도 쉽게 얻을 수 있는 그런 일반적인 꿀팁보다는 내 브랜드의 슬로건이기도 한 '트렌디한 디자인을 위한 꿀팁'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사실 꿀팁은 한정적이다. 이미 PPT로 유명한 다른 분들의 계정을 봐도 그 점을 느낄 수 있었다. 꿀팁만 대방출하다가는 금방 소재가 고갈되고 지속하기도 어려울 것이 뻔했다. 그래서 두 번째 콘텐츠를 고안하기 시작했다. 내가 부담을 느끼지 않고 계속 생산할 수 있으면서 사람들도 좋아할 만한 콘텐츠가 무엇일까.


PPT라는 주제와 별개로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에서 개개인의 특별한 에피소드에도 주목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다면 나도 프리랜서로 성장하는 내 이야기를 카드뉴스 형식으로 전개해 보면 어떨까. 스토리가 가미되면 단순히 PPT 꿀팁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닌, 나 자체를 브랜딩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콘텐츠로는 원래 하던 포트폴리오 업로드를 이어가기로 했다. 그럼 PPT 꿀팁으로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고, 내 성장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친밀감을 주면서, 동시에 포트폴리오로 나의 전문성을 알릴 수 있지 않을까.






나는 PPT 디자이너니까

콘텐츠 디자인도 멋져야 해


기획은 쉬운 편이었다. 기획한 바를 어떻게 멋들어지게 만들 것인지 디자인하는 과정은 지옥이었다. 명색이 PPT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콘텐츠 디자인이라고 해도 형편없이 만들 수 없었다. 이 모든 하나하나가 내 인상을 결정짓는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한 가지 간과한 건, PPT 디자인과 콘텐츠 디자인은 많이 다르다는 사실이었다. 다 같은 디자인이 아니었다. 대체 글씨를 몇 포인트로 해야 모바일에서 잘 보일 수 있는지 한 포인트씩 키우고 줄여가면서 직접 실험했다. 눈이 빠질 지경이었다. 굵기를 Semi Bold로 했다가 Bold로 했다가 남이 보면 의미 없는 행동일 수 있지만, 내 콘텐츠를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세밀한 모든 것들에 신경을 썼다.


오후에 본업을 마치고 나면 저녁부터 자기 전까지 인스타그램 디자인을 어떻게 할 것인가 끊임없이 고민했다. 뇌가 이렇게까지 가동이 될 수 있구나 싶을 만큼 씻을 때도, 게임을 할 때도, 옷을 입으면서도 계속 생각했다. 그렇게 몇 차례의 실패를 거친 후 결국 만족할 만한 디자인을 완성하게 된다.


그리고 요즘엔 간간히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카드뉴스 디자인은 안 하시나요? 피드가 bysu님 답게 트렌디해요.'






어그로를 끄는 브랜딩이 아닌

나를 스며들게 하는 브랜딩


콘텐츠 기획과 디자인을 한차례 완성했지만, 이것이 영원한 건 아니다. 트렌드와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끊임없이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 이 과정이 더 힘든 것 같기는 하다. 최근에는 릴스를 내 콘텐츠에 도입하려는 시도를 했다가 장렬히 실패했다.


인스타그램 '떡상'을 하기 위해서는 릴스가 필수라고 모두가 외치고 있었고, 내 주변 사람들도 릴스 알고리즘으로 팔로워가 몇천씩 상승했다. 이쯤 되니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것을 하자고 마음을 다스리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평소 영상에는 관심도 없는 내가 촬영도 하고 편집도 배워가며 오만가지를 해봤다.


시도를 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결론적으로 나와 내 브랜드에는 맞지 않는 일이었다. 나는 회사 다닐 때부터 그랬는데 자극적인 마케팅을 좋아하지 않았다. 진정성 있는 콘텐츠가 느리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릴스를 만들면서 자꾸 자극적인 카피를 찾기 시작했다. '~할 수 있는 ~가지 방법'과 같은 콘텐츠를 내가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거의 6개월을 릴스 때문에 시달리다가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오기로 했다. 그동안 릴스 같은 게 없었어도 3천 명이 넘는 팔로워들이 모였고, 꾸준히 날 좋아해 주는 분들이 있었다. 그다지 도움 되지 않는 정보들을 잘 편집해서 좋아보이는 척 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진정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최근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보면 건강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극적인 콘텐츠를 통해 숫자로 보이는 성과는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나 진정한 브랜딩은 어렵지 않을까. 마케팅 혹은 브랜딩 전문가가 아닌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여전히 진정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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