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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지수 Feb 24. 2024

운 좋게 프리랜서로 정착해 버리다



어쩌다가 프리랜서가 되었습니다_3편






입점 후 한 달 동안

서비스를 방치하다


패기롭게 크몽에 입점까지는 했다만, 나에게 의뢰가 들어올 거라는 큰 기대도 없었고 내 실력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그 와중에 가격은 고가로 책정했다. 나는 시중에 없는 트렌디한 스타일이기 때문에 비싸야 한다는 철없는 생각 덕분이었다. 적극성이 떨어져 광고도 하지 않는데 가격까지 비싸다 보니 문의가 오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때마침 창업 프로젝트에 할 일이 생겨서 입점 후 거의 한 달을 방치해 두었다. 그러다 일을 마무리하고 다시 돌아오니 생각난 크몽. 그때가 22년 10월 말쯤이었다. '11월부터 제대로 한번 해봐야겠다' 라고 마음먹고 다시 크몽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직 어떤 작업도 진행하지 못한 내 서비스는 상위노출은 커녕 저기 구석에 조용히 숨어있었고, 누군가 내 서비스를 발견해 문의가 들어오는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이렇게 해서는 평생 한 건의 문의도 못 받은 채 소멸할게 뻔했다. 이런 내 서비스를 구사일생 시켜줄 수 있는 건 단 하나, 광고뿐이었다.


크몽은 신규 입점한 서비스들을 상대로 '루키 광고'를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다. 2주에 49,000원씩 최대 8주까지 신청할 수 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는 고민하다가 한 달만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4주 치 광고를 구매했다. 그리고 콧대 높았던 내 서비스 가격도 적당선으로 낮추었다. 


그럼 광고를 한 뒤 정말 무언가 바뀌었을까?






광고와 함께
대망의 11월이 시작되다


루키 광고를 돌리자 전과 달리 문의가 몇 개씩 오기 시작했다. 광고의 힘, 상위노출의 힘은 가히 대단했다. 그렇게 곧바로 한 스타트업의 회사소개서 디자인을 진행하게 되었다. 약 10장 정도였는데, 첫 의뢰이다 보니 며칠 동안 온 힘을 다해 몰두했다. 아마 내가 한 작업 중 가장 열심히 한 작업이 아니었을까.


완성본을 의뢰인분께 전달드리니 너무 마음에 든다고, 수정사항도 전혀 없다는 극찬의 후기를 받게 되었다. 드디어 내 크몽 서비스에도 별 5점짜리 리뷰가 달리게 된 것이다. 리뷰 덕분이었을까 혹은 광고 덕분이었을까. 문의가 매일같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첫 번째 의뢰를 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두 번째 세 번째 의뢰는 줄줄이 사탕처럼 연쇄적으로 들어왔다.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벌써부터 작업 예약을 받기에 이르렀다. 입점 전에 운영 프로세스 등을 미리 잘 갖춰두어서 다행이었다. 운영 매니저의 경력이 이럴 때 도움이 되다니.


처음이다 보니 작업 속도가 빠르진 않았다. 하지만 연달아 오는 문의와 결제에 행복해하며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매일 10시간 이상을 노트북에 앞에 앉아 보냈다. 지금 그렇게 다시 일하라면 못할 정도로 몰입해서 일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한 달만 제대로 해보자던 11월은 대성공으로 마무리되었다.






나도 몰랐던 PPT 디자인의
첫 성수기 시즌을 맞다


연말 연초는 PPT 디자인의 성수기 시즌이다. 각종 지원 사업들과 맞물려 PPT 의뢰가 많아진다고 한다. 물론 처음에는 몰랐다. 성수기라는 게 있는지도. 11월과 마찬가지로 12월에도 줄줄이 예약된 작업들에 파묻혀 살다가 알음알음 알게 되었다. 


'아, 이제 성수기가 시작되는구나.'


해가 바뀌어 23년이 되었고, 극성수기 시즌이었던 1월과 2월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직장인이었을 때의 내 월급을 월등히 뛰어넘는 매출을 벌어들이게 된다. 이제 시작한 지 3달 정도밖에 안되었는데 이런 성과를 거두다니. 내가 정말 이 분야에서 능력이 있는 모양이었다. 


나와는 별개로 창업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 중이었지만, 이쯤 되니 PPT 디자인으로 프리랜서를 계속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시작하자마자 이만큼의 성과를 만들었다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더 크지 않을까. 여기서 멈추는 것도 어리석은 결정일 것 같았다. 그래서 내 재능을 조금 더 믿어보기로 했다.


'그래, 프리랜서를 전업으로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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