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프리랜서가 되었습니다_2편
PPT를 다루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속했던 집단 안에 한해서였다. 전국에 나와 같이 PPT를 좀 한다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닐 텐데 과연 이들과 경쟁할 수 있을지 객관적으로 봐야 했다. 그래서 접속한 곳이 바로 크몽.
크몽을 이용한 적은 없지만 부업을 해야겠다 마음먹으니 곧바로 생각난 게 크몽이었다. 그만큼 크몽은 시장 규모도 크고 모두에게 기회가 열린 곳이 아닐까. 크몽에서 'PPT 디자인' 카테고리를 들어가니 수 백개의 서비스들이 쏟아졌다. 일단 놀란 마음을 진정하고 상위노출된 서비스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공공기관 스타일'
저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었다. 대부분 공공기관에서 많이 쓰일법한, 전형적인 PPT 디자인을 제작해 주는 서비스들이 많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가장 일반적인 스타일이기도 하고 공공기관의 단가가 높다 보니 그에 맞는 디자인을 제공하는 게 오히려 이득일 것이다.
하지민 나는 달랐다. 스타트업에서 쭉 커리어를 이어오면서 트렌디함이 물씬 묻어나는 디자인을 해야만 했다. 교육을 진행할 때 필요한 작은 문서부터 회사소개서와 같은 공식 자료들까지 말이다. 그래서 오히려 공공기관 스타일의 디자인은 하는 법을 몰랐다.
여기서 가능성을 봤다. '아, 나는 스타트업 스타일로 가면 되겠구나.'
'내가 할 수 있을까'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방문한 크몽에서 그 이상의 차별점을 발견했다. 그래서 바로 내 서비스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우선 스타트업과 같은 트렌디한 스타일의 PPT를 만들겠다는 중심 컨셉을 잡았다. 이를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메인 슬로건은 '가장 트렌디한 PPT'로 정했다.
이름은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회사에서 영어 이름으로 쓰던 su 앞에 by를 붙여 bysu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말 그대로 su가 만든다는 의미였다. 사실 긴 시간 고민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만든 이름이기도 하다. '회사를 탈출하는데 굳이 전 회사에서 쓰던 이름을 써야하나'라는 생각도 얼핏 들었는데, 이 또한 내가 걸어온 길이니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름과 슬로건을 정했으니 대략적인 서비스의 특징을 정할 차례였다. 이때부터는 본격적으로 크몽에 있는 다른 서비스들을 표 형태로 정리해 가며 분석하기 시작했다. 다른 서비스의 특징도 포함하면서 나만의 특장점을 만들어야 했다. 그 결과 아래와 같은 3가지 특징을 정할 수 있었다.
1. 스타트업 출신으로 트렌디한 디자인이 가능하다.
2. 실무자 출신으로 짜임새 있는 레이아웃 구성이 가능하다.
3. 디자인 툴이 아닌 PPT로 작업해 추후 수정이 용이하다.
중요한 뼈대가 잡혔으니,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지 부가적인 요소들을 정해야 했다. '단순히 PPT 디자인을 해주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업계를 살펴보니 종류가 가지각색이었다. 텍스트 자료만 주면 전체 기획을 해주는 것부터 톤앤매너만 살짝 바꿔주는 디자인 수정까지.
나도 기획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처음부터 기획을 다 해주는 건 공수가 많이 드는 일이다. 의뢰인과의 합도 맞춰야 하기에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 받을 내 모습이 안봐도 비디오였다. 그래서 나는 심플하게 PPT 초안을 전달받으면 그 위에 디자인을 해주는 것으로 작업 범위를 정했다.
그 외 작업 프로세스나 수정 규정과 같은 것들은 다른 서비스를 참고하며 유사한 내용으로 쉽게 구성했다. 이제 이 모든 것들을 상세페이지로 만들 차례. 다행히 아주 약간이지만 포토샵을 다룰 수 있어서 어렵지 않게 상세페이지와 프로필 사진 등을 만들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이 모든 것들을 2주 이내에 다 완료했던 것 같다. 처음부터 크몽에서 활동하는 걸 염두했기에 모든 사항을 크몽에 맞춰 준비했다. 그래서 딱히 어려울 게 없었고, 입점 신청도 신속하게 진행했다. 보통 심사까지 1주일 정도 걸린다고 하던데 신청 며칠 만에 결과를 받았다.
'등록하신 서비스가 승인되었습니다. 전문가님의 성공적인 판매 활동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