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프리랜서가 되었습니다_1편
2022년 11월 30일. '4년 차 코딩 교육 매니저의 회고'를 브런치에 처음 연재한 날이다.
그리고 지금은 2024년 2월. 1년 하고도 몇 달이 더 흐른 시간인데 그동안 나는 무엇을 했을까. 제목을 통해 짐작할 수 있겠지만, 정말 어쩌다가 프리랜서가 되었다. 정확히는 2022년 11월부터였다. 시작할 때는 장담할 수 없었다. 이 험난한 세상에서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그래서 개인 인스타그램에 간간히 프리랜서 일상을 올리는 것 외에는 대외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나조차도 확신이 없으니. 하지만 1년 하고도 몇 달이 더 흐른 지금,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는 프리랜서이고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하지만 처음부터 전업으로 프리랜서를 하겠다는 의도는 없었다.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했을 뿐.
회사를 퇴사한 후 나는 '지금의 코딩 교육 시장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걸까'라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 그래서 이직 준비를 하지 않았다. 다른 회사에 가더라도 똑같은 일을 할 것임을 알기에. 그 대신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더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새로운 준비를 했다.
흔히 말하는 창업 정도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엄밀히 말하면 나는 정식 멤버에 속하지는 않았다. 회사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 그 후부터 합류하기로 했고, 그전까지는 그때그때 필요한 업무를 하는 정도로만 도움을 주기로 했다.
이렇듯 업무가 비정기적으로 있다 보니 여유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던 중 불쑥 이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가만히 있지 말고, 작은 용돈벌이나 해볼까?'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2년 전에도 무자본 창업과 부업 열풍이 꽤나 뜨거웠다. 그런 단어들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막연히 호기심이 생겼다.
나도 사람들이 말하는 부업이라는 걸 해볼 수 있을까.
여기저기 찾아보니 스마트스토어나 블로그 운영 등이 무자본 창업의 대표 격으로 꼽히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유형은 부가 소득을 올리기 위한 목적에 치중된 것 같아서 이보다는 더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싶었다. 내가 가진 능력을 활용해 돈을 번다면 가치있는 일이 될 것 같았고, 그렇게 극렬한 자기 탐색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4년 간 직장에 다니면서 어떤 능력을 쌓아왔을까.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라고 할 수 있는 교육 직무 특성상 특출난 능력이라는 걸 갖고 있지 않았다. 그저 적당한 기획, 운영, 디자인 능력이 있을 뿐. 하지만 이런 능력은 그 어디에서도 필요로 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가 생각났다. 바로 PPT. 그동안 다닌 회사들에서 공통적으로 PPT를 잘한다는 말을 들어왔고, 늘 PPT 기획과 디자인을 도맡아 했다. 스타트업 취업과 이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포트폴리오를 제작하며 얻은 재능이었는데, 내가 봐도 나쁘지 않았다.
더 고민할 이유는 없었다. 내가 가진 능력 중 PPT 보다 더 나은 건 없었고, 그렇게 이 PPT라는 재능을 세상에 한번 팔아보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