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같은 사람과 낳아준 엄마

감사함 명상 에세이, 21일 루나 디톡스 #9

by 지반티카

전시를 보러 갔다. 데이비드 호크니와 영국 팝아트 작가들의 그림 전시였다. 다소 박물관 같은 분위기에 일행들이 실망했다. 개인적으로는 한 곡의 노래만 반복해서 나와서 그림을 보는데 큰 방해를 받았다. 전시 초반 부분에서 재생되고 있었는데, 한 층에서만 전시를 하고 있어 어디를 가도 그 노래가 계속 들렸다. 그 와중에 전화가 왔다. 오랜 지인이었다.


“통화 괜찮아요?”

“네, 잠깐은 괜찮아요.”


긴히 할 얘기가 있는 것 같았다. 전시의 후반부 쪽에서 노래가 무한 반복되는 초반 조금 못 미친 곳으로 되돌아갔다. 시끄러운 분위기라 잠깐 통화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았다. 가끔 만나면 소소한 일상에 대해 수다를 떨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사이다. 본인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얘기를 잘하지 않는 사람이라서, 먼저 말을 꺼낼 정도면 심각한 얘기가 아닌가 싶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거냐고 물으니, 건강에 이상이 생겨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자기 얘기를 잘하지 않는 사람답게 얼마나 심각한지 이야기하지는 않아서, 굳이 묻지는 않았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공기 좋은 강원도로 내려갈 예정이라고 했다. 치료받는 얘기보다는 가면 자주 놀러 오고, 텃밭 가꾸는 것도 도와달라는 것이 진짜 하고 싶은 얘기였던 듯했다.


많이 아프냐고 물으니, 몸은 괜찮은 상태라고. 다만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밖에는 거의 나가지 못하고,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목소리는 어둡지 않았다. 활동량이 많았던 사람에겐 치료받고 쉬고 하는 것도 일이라 정신이 없었을 텐데, 그 와중에 나를 떠올리고 연락을 준 것이 고마웠다.


“요즘엔 어떻게 지내요?”


그녀가 물었다. 미술을 배우고 있다고 대답했다. 전시도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랑 보러 온 거라고, 그림 그리는 게 재미있다고. 나도 말하지는 않았지만 눈치 빠른 그녀는 내가 그림 수업에 가느라 생활이 빠듯할 것을 간파했다. 밥이라도 사줘야 되는데, 하면서.


사회에서 회사 상사로 만났던 그녀는 항상 나를 딸처럼 챙겨준다. 아이를 일찍 낳았으면 나만한 딸이 있었을 거라고 얘기하곤 했다. 혈연이 아닌데도, 만나면 늘 맛있는 것을 사주며 챙겨주는 그 마음이 많이 고맙다. 그녀의 두 자녀들은 미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 둘째가 대학을 갈 때, 그녀의 부탁으로 입학 에세이 (admission essay)를 봐주었었다. 고맙다면서 식사할 때 백화점 상품권을 내밀던 그녀가 생각난다.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다. 그건, 우리의 인연이 그보다는 조금 더 나이를 먹었다는 뜻이다.


세상은 엄마가 24시간 엄마이기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아이의 주변 사람들이 사랑으로 돌보게 하여 아이가 잘 자라도록 한다. 다 컸는데도, 챙겨주는 사람이 많아 종종 철부지 앤가보다 착각할 때가 있다. 성인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정말 어른이 된 걸까?


Mother and Child.png


주변엔 친구들의 아이들이 있지만 잘 만나지 못하고, 그들의 부모가 된 친구들 역시 육아로 바빠 잘 만나지 못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이 되어주는 대신, 수업을 들으러 오는 수련생들을 챙긴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있어, 그들에겐 역시 챙김을 받는 것 같지만. 가만히 글을 쓰고 있으면 철저히 혼자라고 느낄 때가 많은데, 주변 사람들을 떠올리면 혼자이긴커녕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오후에는 엄마를 만나러 간다. 미리 맛집을 찾아보고, 산책로를 생각해 둔다. 아빠에게 사다 줄 간식을 살 디저트 집도 생각해 놓는다. 가방에는 돈봉투가 들어있다. 다음 달에 여행을 간다고 해서, 환전을 해두었다. 그러고 보니 지인에게 받았던 상품권과 비슷한 액수이다.


받을 땐 참 큰 금액이라고 생각했는데, 주는 입장이 되니 큰 금액이 아니다. 좋은 기분으로 다녀오길 바라는 마음이 봉투에는 같이 담겨있다. 옷이나 다른 물건도 좋겠지만, 필요에 따라 쓸 수 있는 현금이 가장 실용적인 선물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조사 때도 돈을 서로 그렇게 챙겨주나 보다.


서울은 아직 춥지만, 엄마아빠가 따뜻한 나라에 가서 좋은 바람 쐬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고 여유로워지면 좋겠다. 무언가 줄 수 있는 기회가 있고, 줄 수 있을 때 줄 수 있는 것이 있어 감사하다.


여름이 되면 엄마 같은 지인에게도 놀러 가 힘이 되어주어야지. 7월쯤이면 강원도에서는 강한 해가 내리쬐고, 바다가 유독 푸를 것이다.




| 당신을 위한, 당신의 명상 |


나에게 가족처럼 잘해주는 지인이 있나요? 특히, 엄마처럼 잘해주는 사람이 있나요? 그 사람이 해주었던 것들을 기억해 보며, 행동에 담긴 배려, 세심함과 선한 마음을 떠올려보세요. 어떤 감정이 느껴지시나요?


하트를 꾸욱 눌러 출석 도장을 찍으세요. 그리고, 전할 수 있다면, 문자나 통화로, 또는 만나서 감사함을 전해 보세요.


찾아내신 보물 같은 감사함댓글로 나누어주셔도 좋습니다. 저에게는 연재를 이어가는 힘이 되고, 다른 독자 분들에게는 이런 부분에도 감사할 수 있구나, 하고 시야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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