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함 명상 에세이, 21일 루나 디톡스 #17
졸립다. 새벽 여섯 시는 아직 그런 시간이다. 하늘이 흐리고, 습도가 높아 무거운 공기가 코 안으로 들고 날 때는 더더욱. 물을 마시고, 명상을 하고, 책을 읽어도 상태는 바뀌지 않는다. 머리와 눈꺼풀에 보이지 않는 물방울들이 매달려 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침 기상 모임 멤버들과 인사를 나누지만, 밝고 경쾌하기엔 무리가 있다.
사실은 아주 일찍 자거나 아주 가벼운 몸 상태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아침이 이런 식이다. 흐린 날엔 몸이 더 무거워지는 게 사실이지만, 꼭 날씨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저혈압이라는 상태를 달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물방울보다 더 무거운 것은 저혈압인지도 모른다.
그럴 때는 쓰는 글의 흐름도 부정적으로 흐른다. 날씨도 이런데 하루쯤은 대충 느슨하게 보낼까, 하는 유혹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하지만 좀처럼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는다. 아침마다 펴보는 긍정적 파국의 시나리오가 있기 때문이다.
'글이랑 그림으로 수익화를 할 거야.'
'수익화를 해서 달마다 얼마 이상씩 들어오게 해 보자. 그러면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어.'
'그러면 더 쾌적한 집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어. 작업실도 가질 수 있어.'
'마음을 움직이는 글과 그림으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면 얼마나 좋을까? 전시도 하게 되면 너무 신나겠지? 책이랑 그림이 잘 팔리면 더 신나겠지?'
'돈 생각 안 하고, 사람들한테 도움이 되는 요가와 명상 수업도 더 나눌 거야.'
물론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는 쉬어가는 게 훨씬 좋다. 그렇지만 쉬는 중에도 이런 긍정적 파국의 시나리오를 펼치다 보면, 슬금슬금 호랑이 기운이 솟아난다. 그리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된다.
일단은 손가락을 움직여 내 안의 생각과 감정을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표현할 수 있다. 내 이야기를 듣거나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는지, 각자 내면을 살펴보도록. 요가 수업에 온 사람들에게는 몸을 움직이면서 느껴지는 게 무엇인지, 자신의 몸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다. 하루를 다 보내고 명상을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낸 사람에게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게 안내해 줄 수 있다. 그리고, 좋은 감정을 느낄 만한 일은 어떤 하루 중에도 분명히 있다는 것도 상기시켜 줄 수 있다.
해온 일이 무엇이고, 뭘 할 수 있는지 생각하면 심장이 뛴다. 아직 하지 못한, 마음 한편에 담아둔 할 일의 목록이 주르륵 눈앞을 지나간다. 그 일들이 이뤄졌을 때 얼마나 기쁠지, 그로 인한 수혜자들이 생겨날 것과, 그들의 일상이 그래서 어떻게 바뀌고 바뀐 이들로 인해 그들 주변의 사람들은 어떤 영향을 받을지 등등을 생각하면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느낀다.
'아, 아직 거기에 도달하지는 못했지.'
그래서 몸과 머리가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하고 뭐라도 해보는 것이다.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뭘 하더라도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고 예측한 결과가 얻어지지는 않는다.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멈추지 않고 끝까지 그냥 해보는 것이다.
오늘 나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태도이다. 글을 쓰다 보면 허리가 아파오겠지만, 그럼 잠깐 쉬면 된다. 짐볼에 탄 채로 골반을 씰룩이며 자판을 두들기다가, 이내 내려와 매트를 펴고 눕는다. 등이 바닥에 닿으니 바닥 아래 땅으로 깊게 스며들 것 같다. 눈을 감고 머리의 생각들을 놓으니, 얼굴 근육의 긴장이 풀리면서 한결 부드러워진다. 분노나 우울, 외로움을 향해 폭주할 뻔하던 생각이 멈춘다. 다시 한번 기회가 생긴다. 하늘이나 기분의 날씨에 지지 않고, 스스로 선택한 나의 소명을 오늘도 다할 수 있는 기회 말이다. 굳이 그때까지 기다리지 않더라도, 지금도 그 기회가 있다. 기회는 늘 있다. 언제 잡기로 선택하고 행동하는지에 달렸을 뿐.
중요한 것은, 하늘의 날씨나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가 아니다. 지금 내 기분이 어떤지다. 몸 상태가 어떤지다. 긍정적 파국을 그리며 이건 꼭 하겠다고 자신과 약속한 일을 하고 있는지다. 그래서, 날씨나 타인이 주지 않는 에너지가 내 안에 차 오르는지다.
언제나, 힘은 내면으로부터 솟아오른다.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삶의 열쇠가 외부 상황이나 타인에게 있지 않고, 내게 있다는 것이. 언제든 나는, 나 자신을 좋은 흐름에 태울 수 있다. 내 손으로 선택하고 행동하면 말이다.
| 당신을 위한, 당신의 명상|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셨나요? 지쳐 있나요, 아니면 에너지가 아직 차 있는 상태인가요? 또는, 지쳤지만 뿌듯하거나 보람 있는 일이 하루 중에 있었나요?
마음이 아프거나 기분이 나쁜 일이 있었다면,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받아들이실 수 있나요? 그 생각이 나서 기분이 좋지 않게 되었다면, 그 생각을 더 펼치지 않고 생각이 떠나갈 때까지 가만히 둬보세요.
나는 특정 목표를 달성하거나 돈을 버는 기계가 아니죠. 신성한 숨이 깃든 존재로서, 능력과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그 일을 할 때의 기분은 어떤가요? 그 일을 계속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나아가는 과정에서 설정한 목표들을 이뤘을 때를 생각해 보세요. 어떤 결과와 선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나요? 눈앞에 그려지는 장면과, 그것을 볼 때의 기분, 생각을 온몸으로 느껴보세요.
이때, 어떤 기운이 내 안에 솟구치나요? 그건, 어디서 오는 에너지인가요?
명상을 하기 전과 지금, 변화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요?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으로 쉽게 가는 것은 수천 년간 지속해 온 인류의 습이에요. 내가 너무 부정적인가 봐, 하고 자책하게 되거나 슬퍼질 땐 지금처럼, 감사함과 기분 좋아지는 생각, 감정들을 선택하세요.
하트를 꾸욱 눌러 출석 도장을 찍으세요. 눈치 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21일 루나 디톡스에서의 하트 누르기는 내가 나를 위한 시간을 냈다는 것을 각자 인지하자는 의도에서 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매일 자신을 위해 명상이라는 건강한 선택을 하는 내 안의 힘을 느끼며, 평온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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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