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살아있습니까

감사함 명상 에세이, 21일 루나 디톡스 #16

by 지반티카

비가 온다. 알람을 몇 번을 끄고 다시 잤다. 빗소리를 들으며 자는 것만큼 행복한 게 없다. 첫 책에도 썼었지만, 비가 많이 올 때면 이불을 덮고 따뜻하게 잘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유독 느낀다.


눈이 떠져 더 잘 수 없어졌을 때 깊게 숨을 쉬었다. 오늘도 살아났다. 잠에 들었다 깨는 것은 죽었다 다시 태어나는 것과 같은 것이니까. 살 수 있는 하루가 또 생겼다. 기쁘다.


요즘 부쩍 살아있음에 대해서 생각한다. 생명체와 비생명체를 구분하는 기준. 심장의 박동, 따뜻한 피. 감각하는 몸. 사고하는 머리. 육체와 이성을 초월한 영혼.


온몸이 별 탈 없이 움직여지는 것을 확인하며 요가 수련을 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마냥 좋은 날보다는 여기저기 조금씩 불편함이 있는 날들이 더 생긴다. 나이가 들어서라고 단정 짓거나, 슬퍼져 한숨을 짓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불편함이 느껴지는 가운데 요가 수련을 하러 혼자 갈 수 있는 상태에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오전 수련을 가는 발걸음이 경쾌하고 가볍다.


트위스트와 역자세 수련을 했다. 제일 좋아하는 조합이다. 백밴드도 좋고, 골반 열기도 좋지만, 잘 열리지 않는 부분들을 많이 열게 되니 괴롭다 느껴질 때도 있다. 트위스트와 역자세는 할 때마다 재미있고 시원하다.


오래 수련을 했지만 다리 근육을 골고루 제대로 쓰는 일은 아직도 어렵다. 오늘은 어떻게 해야 가볍게 쓸 수 있는지 조금 느껴졌다. 그래도 포레스트 요가를 처음 접했을 때보다는 장족의 발전이다. 이제는 선 자세를 오래 해도, 전처럼 괴로워서 욕이 나오거나 하지는 않는다. 힘은 들지만, 다리 근육이 더 쓰이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숨을 쉴 때 몸을 휩쓸고 가는 전율을 느낀다. 살아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좋다.


한 발로 설 땐 흔들리지만, 이내 숨 쉬면서 균형을 잡는다. 그건, 강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착지할 때 역시 숨을 쉬며 소리 나지 않게 발을 땅에 내려놓는다. 그건, 내가 내 몸을 안전하게 쓴다는 뜻이다.


벽을 이용해서 하는 여러 역자세의 끝에는 핸드 스탠드가 있었다. 처음에 핸드 스탠드를 접했을 땐 정말 많이 무서웠다. 벽을 향해 서서 손을 바닥에 짚을 때마다 머릿속에는 공포에 질린 생각이 가득 차 있었다.


'할 수 없을 거야.'

'하다가 넘어져 목을 다칠 수도 있어.'

'손목을 삐끗하면 어떻게 하지? 깁스를 하게 되면 수업을 못할 수도 있는데.'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그리며 얼마나 무서워했는지. 그러느라 다리만 죽도록 차고 지친 적이 몇 번이었는지.


오늘은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벽을 향해 서서, 손바닥을 활짝 펴고, 손 사이를 보고, 배를 들면서 다리를 하늘로 보냈다. 한 번에 되지 않았지만, 몇 번 하니까 되었다.


handstand.png


"That's gorgeous!"


선생님이 보시고 칭찬해 주셨다. 항상, 뭘 잘했는지 느끼라고 말해주신다. 이번에 잘한 것은 두려워지기 전에 먼저 시도를 한 것이다. 하늘로 다리를 보내기 전에도, 두 다리가 올라간 상태에서 중심을 잡을 때에도, 내려올 때까지 전부 숨을 쉰 것이다. 전보다 팔 근육을 조금 더 쓰게 된 것도 느꼈다. 잘한 것도 뿌듯하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것은, 올라가서 가벼웠다는 것이다. 체중이 늘어도, 제대로 힘을 쓰면 몸을 가볍게 움직일 수 있다. 저녁 수업 때 나의 수련생들에게도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련 뒤에 사바아사나 (Savasana, 송장 자세)에 들어갈 때가 가장 행복하다. 열린 창문으로 불어오는 바람, 빗소리. 서늘하지만, 옷으로 배와 어깨를 덮으니 어느 정도 적당한 온도가 되었다. 긴장을 놓고 쉬는 시간. 밤에 잘 때와는 또 다른 쉼의 시간이다. 하루 중에 이런 시간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직업. 괜찮다.


수련 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걸을 때의 느낌, 물건을 살 때 계산해 주는 직원들의 표정과 말. 지하철에선 바쁜 사람과 부딪히지 않게 조심조심. 오늘 점심은 어제 끓여둔 들깨 순두부다. 다 먹고 나니 관리인에게서 연락이 와서, 세면대 부품을 새것으로 교체를 해주었다. 어떻게 바꾸는지 어깨너머로 보면서 익히고, 이야기를 나눈다. 시시콜콜한 순간들이 즐겁다. 살아있다는 건, 이런 순간순간을 느리게 경험하고 그 안에서 나만이 볼 수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드라마 중에 '시카고 타자기'를 특히 좋아해서 몇 번이고 정주행을 했었다. 드라마 중에서도 특히 좋아했던 부분은 8화에 나오는 유진오 (고경표 배우)의 대사이다.


“작가님은 지금 살아있습니까? 며칠 같이 지내다 보니까 유령인 저와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였어요. “


한세주 작가 (유아인 배우)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으로 뜨끔했었다. 나는 지금 살아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장면이 더 뇌리에 깊게 남아있기도 할 것이다.


다시 한번 질문한다. 이번엔, 나와 여러분 모두에게.


"지금, 살아있습니까?"


나는, 지금 살아 있다.




| 당신을 위한, 당신의 명상 |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쉬어보세요. 몸 구석구석 퍼지는 숨을 느껴봅니다.

골반으로 숨을 내려보세요. 머리로도 숨을 올려 보냅니다.


심장 위에 두 손을 얹고, 심장 박동을 느껴보세요.


당신은 지금, 살아있습니까?

살아있음을 인지할 때, 어떤 감정이 느껴지시나요? 어떤 감각이 몸을 훑고 지나가나요?


무엇이 되었든, 있는 그대로 온전히 경험하세요.


하트를 꾸욱 눌러 출석 도장을 찍으세요. 창문을 열어 비가 온 뒤의 깨끗한 공기를 마음껏 즐기시는 밤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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