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실록, 열한 번째 이야기
늦게 자고 늦잠 자고, 먹고 쉬었던 추석 연휴. 집에서 매트를 펼 수도 있었지만, 요가 수련도 자체 방학 해버렸다. 아예 쉬어버리는 것도 때로는 나쁘지 않다. 핸드스탠드 같은 건 팽팽 놀다가 오랜만에 할 때 더 잘 되기도 하니까.
사실 오늘은 수업이 없다고 하면 옳다구나 하고 더 쉴 요량이었다. 주말이면 끝나는 아시안 게임을 챙겨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동시에 너무 쉬어서 하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 있었다. 그 조금 있는 마음이, 아시안 게임 양궁 개인전 결승을 보겠다는 욕망을 이겨버리고 말았다. 십 년 넘게 이어져온 습관이 어디 가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좋은 습관이 어디 가지 않아서 다행임은 물론이다.
오른 무릎이 여전히 불편했지만, 신희 선생님에게 상태를 알리지는 않았다. 크게 불편한 건 아니니, 상태를 잘 보면서 해보자는 생각으로.
이런저런 자세들을 하면서 무릎이 아플까 봐 두렵거나 망설여지진 않았다. 다만, 쉬는 동안 목이 얼마나 뭉쳐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Sitted Sidebend에서 손을 허리 뒤쪽에 두고 숨을 쉬는데, 목이 한껏 올라와있는 게 느껴졌다. 목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알게 된 느낌이랄지. 숨을 쉬면서 목에 힘을 풀었다.
복부 운동으로 넘어가선 복부 운동만은 쉬지 말았어야 했나, 하고 잠깐 생각했다. 골반에 힘을 주지 않고 등과 갈비뼈를 바닥으로 누르는 순간 배가 알려왔다.
'안녕? 나도 근육이었어!'
누워서 다리를 v자로 넓게 열고 하는 복부 자세, Straddle Lifting Through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배 쓰기도 힘든데 허벅지 근육이 아주 뻐근했다. 내 마음을 어떻게 아셨는지, 신희 선생님이 오셔서 갈비뼈 뒤쪽을 바닥으로 더 누르라고 하셨다. 눌러보니 배가 더 쓰이는 게 느껴졌다. 어시스트로 들어오신 선생님과 신희 선생님이 한 다리씩 잡고 허벅지 근육이 골반에서 더 잘 나오도록 빼내주셨다. 언젠가 수련생들에게 해주라고 신희 선생님과 수일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핸즈온 (Hands-on)*이었다.
'이게 능지처참인가?'
할 때는 사지가 찢어지는 줄 알았지만, 하고 나니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백밴드는 오랜만에 하든 며칠 만에 하든 항상 처음 하는 것처럼 새롭다. 늘 어렵다는 측면에서 말이다! 목이 있는지도 새삼 알았는데, 목 주변이 딱딱한 상태로 백밴드를 하니 목에서 힘을 놓기가 어려웠다. 선생님들이 복부에서 핸즈온을 해주신 덕분인지, 무릎이나 다리는 괜찮았다.
백밴드 수업이라고 해서 보우 (Bow)나 휠 (Wheel)을 하게 될 줄 알았다. 보우는 하프 보우 (Half Bow), 다리를 하나씩 펴고 한 다리만 접는 자세로 했다. 이때, 신희 선생님이 핸즈온으로 무릎 뒤쪽을 들 수 있게 도와주셨다. 무릎 뒤를 밀어서 들어 올리게 되니, 배와 가슴이 쉽게 펴지면서 시원했다. 정말 많이 했던 자세인데도, 오늘에 와서야 이런 자세였구나 싶었다. 같은 자세를 매번 할 때마다 다르고, 배우는 게 다르다. 혼자서도 잘할 수 있게 집에서도 해봐야지.
그 뒤엔 휠이 아닌 썬더 버드 (Thunder Bird)라는 자세가 나왔다. 썬더 버드의 데모를 볼 때는 다리를 비이라아사나 모양으로 접고 하는 휠이라고 생각했다. 막상 해보니, 전혀 휠의 느낌이 아니었다.
"손을 밀어야 해. 그런데 손을 밀면서 목을 자꾸 들거든?"
신희 선생님의 말을 듣고 자세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인지하는 것과, 제대로 하기 위해 시정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손은 어디에 있고, 머리는 어디에 있는 거지?!'
핸드 스탠드보다도 더 천지 분간을 하기 어려운 자세였다. 목이 자세를 하지 못하게 막고 있으니, 머리를 바닥에서 떼는 건 하지 않기로 했다. 그보다는 못한 것에 가깝지만.
그래도 처음 시도해 본 것 치고는 괜찮았다. 전에는 시도도 하지 않았던 자세였는데, 어쨌든 이번엔 해봤으니까. 그리고 자세에서 나온 뒤에 몸에서 어떤 부분도 아프지 않았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 썬더 버드를 해보고, 자세에서 혼자 나오지 못해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자세에서 나온 사람들이 몇 있었다. 어렵고 신기한 자세였지.
누워서 쉬는 시간이 몽글몽글한 구름처럼 흘러갔다. 일어나서 매트를 정리할 때, 가벼워진 다리의 느낌이 좋았다. 신희 선생님이 미국에 다녀오신다는 이야기에,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를 드렸다.
"Thank you."
웃으면서 팔을 활짝 벌리시는 선생님을 꼬옥 안았다. 백밴드를 하고 난 뒤의 포옹에는, 기분 좋은 따뜻함이 있었다. 일교차가 커지는 가을의 날들. 부드러운 선생님의 손길에서 느껴졌던 따스함이 한동안 그리울 것이다.
2023.10.7 요가실록 <끝>
• 핸즈온 (Hands-on): 핸즈온 어시스트 (Hands-on Assist)의 줄임말. 요가 수련생이 자세를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말한다. 핸즈온을 할 때는 잘못된 것을 고치는 방향이기보다는, 몸의 불편함에서 나와서 자신의 몸을 더 느끼고, 수월히 자세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