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실록, 열 번째 이야기
요가를 하면서 당황할 때가 종종 있다. 처음에 배웠던 방법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 더 이상 나에게 맞지 않게 되었을 때 특히 그렇다. 맞지 않게 되었음을 인지하기까지 오래 걸리기도 하고, 어떤 근육을 어떻게 써서 새롭게 움직여야 하는지 찾는 것과 연습하는 것이 어렵기도 하다. 이 자세는 이렇게 하는 게 맞다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었거나 '이렇게 하는 것' 플러스 뭔가를 더 했어야 하는 경우를 발견할 때도 상당히 당혹스럽다.
이번에 수련을 하면서는 후자의 경우로 당황했다. 이번주에만 토요일에 명상 수업을 하게 된 것이 있어, 수업하러 가기 전에 수련을 조금만 했다.
"선생님, 오늘은 수업이 있어서 10시 40분쯤 나가야 해요."
"Warm-up만 하다 가겠네? Wow. That's up to you."
신희 선생님은 그렇게 일찍 가야 하면 안 와도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도 같았다. 하긴, 수업 시작이 10시니까. 내가 생각해도 간 게 용하다.
솔직히 그렇게 짧게 수련을 하면, 이것저것 정신없이 하고선 떠나게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수련에 참여하는 시간이 짧으니 오히려 더 집중하게 되었다. 하게 되는 모든 자세가 소중했다.
그리고, 집중하니 또 다른 신세계가 펼쳐졌다.
"골반에 힘주지 말고, 요추를 누르세요."
Elbow to Knee에서 신희 선생님이 이 말을 하는 것을 그동안 얼마나 많이 들었는가. 그런데 선생님이 설명하면서 손으로 짚은 요추를 바닥으로 누르니 배가 더 쓰이는 것이 느껴졌다.
'응? 그동안 누른 건 요추가 아니었나?'
의문과 함께, 상당한 당혹감이 밀려왔다.
당혹감을 감추고 싶거나 느끼고 싶지 않으면 고집스럽게 계속 하던대로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감정에 반응하지 않고 요추를 계속 누르며 다리를 뻗고, 상체를 들어보니 알 수 있었다. 요추를 누른답시고 허리 아래쪽 천골이나 골반에 힘을 준 적이 정말 많았다는 것을.
수없이 설명을 들었으면서도, 지금까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자, 요추를 확실하게 누르는 연습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코어를 깨우고, 허리가 시원해지는 엘보 투 니 (Elbow to Knee)의 마법적인 혜택을 정말로 누리게 되었다 (와 지금 엄청 덕후같다)! 그리고, 자세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그 순간이 즐거웠다. 이건, 영화나 맛있는 음식 등 외부에서 자극을 찾아 즐기는 것과는 다른 즐거움이다.
엘보 투 니의 뒤에 나온 스타 스파이럴 펄스 (Star Spiral Pulse)에서도 신세계는 계속되었다. 스타 스파이럴 펄스가 대체 뭐냐고? 엘보 투 니를 기반으로 만든 중급자들을 위한 복부 운동 자세인데, 정확하면서도 예쁜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아나 포레스트 선생님이 별이 나선형으로 박동하는 것 같은 움직임의 자세라고 해서 그런 이름이 되었다 (진정한 덕후는 아나 선생님이 아닐까).
"골반에서 다리를 나가게 하지 말고, 배에서 다리가 나가게 하세요."
요추를 누르며 골반에 힘을 주지 않고, 배 쪽에서 다리를 하늘로 길게 뻗으니까 진짜 허벅지 안쪽에서부터 나선형으로 펄싱(Pulsing)이 되었다!!
'와, 이건 뭐지?! 그동안 Star Spiral Pulse할 때는 뭘 했던 거지?'
몇 번만 더 하면 더 감이 올 것 같은데, 10시 40분이었다. 바로 나가지 않으면 먼 길을 가는데 상당한 변수가 생길 수 있었으므로, 아쉽지만 매트를 정리하고 나왔다. 아! 수련을 40분만 해도 배우는 게 있다니, 이렇게 즐겁다니.
수련을 더 길게 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이번엔 짧게 수련한다는 전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더 집중해서 선생님의 말을 듣고, 적용해 볼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간 길이 상관없이, 언제나 같은 집중도로 수련을 할 수 있으면 가장 좋을 것이다. 시간 길이에 따른 집중도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서도 수련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짧지만 임팩트 있었던 오전 수련의 기운을 받아, 한 시간의 명상 수업도 좋은 흐름으로 안내할 수 있었다.
2023.9.23 요가실록 <끝>